너는 네 이름에 걸맞게 사느냐! ~ 가중나무(Tree of Heaven)
너는 네 이름에 걸맞게 사느냐! ~ 가중나무(Tree of Heaven)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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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53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Tree of Heaven.
Tree of Heaven.

가죽나무/가중나무(Tree of Heaven(Ailanthus altissima (Mill) Swingle)

나무가 두 이름을 가졌다. 사람도 어릴 때 아명이 다르고, 커서는 다른 이름을 가지는 경우를 본다. 또한 그 사람을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나무를 영명(英名)으로 대했을 때는 어째서 천국(Heaven)의 나무일까? 한참을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아도 시원한 답을 못 찾았다. 하긴 가을에 잎을 따서 밀가루 풀에 묻혀 갈구어 가죽 반찬으로 해 먹던 어린 시절의 큰댁의 뒷간  가던 쪽에 봄, 여름이면 특유의 향긋한 냄새를 주던 그 이파리를 달던 나무가 참죽나무란 걸 안 것은 오래 지나서였다. 가죽 나무/가중나무 두 이름을 가지고, 참죽나무/참중나무 두 이름을 가졌다. 그런데 한자 이름으로는 가승목(假僧木), 진승목(眞僧木)으로 불린다니… 나무의 자람새, 즉, 그의 진면목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일 줄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세미트리에 두어 그루의 가중나무가 있다. 수도승처럼, 속세에서는 망난이였다가 득도하고 대승이 된 것처럼, 가짜 중이 되었다가 참 진리를 깨닫고 하늘을 오르듯, 그렇게 비원(悲願)하는 삶을 받아들이듯 하늘로 우듬지를 솟구치는 그의 모습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가짜 중노릇을 했더라도 득도(得道)하여 하늘세계로 오르는 높은 우듬지(Crown)와 얇은 가사(袈裟)를 걸친 듯한 줄기의 회색과 바로 선 모습이 인생의 반전을 보여주는 듯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삶의 진리를 한 켜씩 쟁이듯이 잎과 씨앗을 다부룩히 단다. 또 특이한 것은 남쪽 방향의 쪽 선 몸체 줄기(trunk)에서 아래 위로 긴 할렬(split crack)이 간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산림 교육원에 근무할 때 이경준 교수님이 강사로 오셔서 학생들을 데리고 나가서 나무 줄기의 세로 틈 갈라짐을 교육원 구내 나무를 살피시면서 보여주던 게 생각난다. 피열(皮裂)이라던가 열피(裂皮)라던가 하여튼 줄기의 갈라짐인데 한겨울의 바깥기온과 나무 내부의 기온 차이로, 그것이 남향한 부분에서 일교차의 심함으로 인해 이기지 못하고 터지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던 것이 정확하지 않지만 생각난다. 이 이론이 이 가중나무에게 적용된다면 마치 제 몸이 갈라지는 추위를 감내하고도 득도하여 하늘로 오르는 진짜 중(僧)의 모습-메시아(Heaven)-를 현시(顯示)하여 주는 듯해서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그 중에, 한 폭의 그림처럼 가운데 줄기가 아래 위 길쭉한 긴 렌즈처럼 완전히 도려져 나간 동공의 나무가 있어 안쓰럽기도 하고, 제 몸을 도려내고도 죽지 않은 모습에서 삶의 철학 같은 것이 느껴져 경외(敬畏)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에서 걸개그림을 그리며 살다간 중광 스님을 가승이라 해야 할런지? 진승이라 해야 할런지? 좀 더 이 세상을 살아보고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닐런지... 이 고목을 대하고 있으면 김동리의 등신불(等身佛)이 떠오른다. 중이 된 만적이 집 떠난 이복 형이 문둥이가 되어 있음에, 제 몸을 온전히 불에 사루어-소신공양(燒身供養)하여-성불(成佛)하고자 했던.

 

너는 네 이름에 걸맞게 사느냐! ~ 가중나무(Tree of Heaven)

진짜 네 이름을 알고서 한참 어이가 없었다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속을 비우고 비워 이제는 동공(洞空)이 된 너의 터널
그 속을 어루만지며 걸었다

 

비운다는 것이 무언지

제 몸 한쪽 떼어 선뜻 주고는

아무 것도 아닌 냥 태연한 

속세의 가짜중 노릇한 모습 

그 모습이 정녕 네 모습이 아니었음을…

 

짐짓 살아서 살아내어서 하늘로 오르는 것이야말로

그의 숙명이듯 제 몸 쪼개지는 아픔 속에서도

눕지 않고 앉아 있어야, 쓰러지지 않고 서 있어야 함을 깨친 

노승(老僧)처럼…

 

그래~

맑디 맑은 저 천상(天上)으로 오르거라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