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슬강아지를 닮은 팬지꽃
복슬강아지를 닮은 팬지꽃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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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52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팬지(Fansy)

참 꽃 이름이 간단하고도 부르기 좋다. 그러고 보니 노랑, 보라, 주황 꽃이 푸들 종류의 복슬강아지를 보는 느낌이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낮게 엎드려 뚫어지게 쳐다보는 애완견(愛玩犬)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꽃이 성(盛)한 봄, 여름 거리의 화분대에는 팬지가 제일 먼저 심겨지고, 이어서 페튜니아, 베고니아, 제라늄 같은 꽃들이 등장한다. 동물세계에도 먹이사슬이 있듯이 굳이 꽃층계(Flower Step)라도 있어 평(評)해 본다면 이른 봄부터 땅에서 한 뼘이나 될까? 땅에 입맞춤 하듯 피어나서 그저 야단스럽지도 않은데 꽃잎 가까이 대어 맡는 향기가 참 좋으니 저위(低位)에 두고 싶지 않다. 

연구원 시절 수원에 있는 임목 육종연구소 연습림 근처 출장 갈 일이 있어 함께 근무하던 임(林)선생님과 동행하였는데, 날 보고 꽃밥 먹어봤느냐고 하길레, 대통밥, 연밥은 먹어봤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며 들어간 밥집(Restaurant)에서 나온 것이 노랑 팬지 꽃잎이 밥과 한 켠에 놓여 입에 가져가던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니, 꽃잎이 차(茶)로는 흔히 음용(飮用)이 되나 식용(食用)으로 놓여지는 꽃잎은 그 신분이 어떠한 것일까? 꽃층계의 아래쪽에 위치하면서도 그 친숙한 모습이나 공기로 전해지는 향기뿐만 아니라 입으로도 그 상큼함을 전해주는-자신을 몸 보시하는- 운명으로 태어난 꽃은 그리 흔하지 않을 터이다. 땅에 엎대어 천스러울 텐데도 내색하지 않고 사람에게 꽃 생김새나 상큼한 향기로 자신을 어필하는 꽃이라니! 

어디선가 나직히 “우리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어머니가 빨래가면 멍멍멍/ 쫄랑쫄랑 따라가며 멍멍멍/ 우리집 강아지는 예쁜 강아지/ 학교 갔다 돌아오면 멍멍멍/ 꼬리치며 반갑다고 멍멍멍~” 동요가 들려온다. 

 

복슬강아지를 닮은 팬지꽃

 

우리집 강아지
복슬 강아지 
빤히 날 쳐다보네

 

멍멍~ 복슬아!
짖지마라

 

봄내 주인을 
아는지 모르는지
빤히 쳐다보다가는
꼬리 치다가는
캉캉~ 짖는다

 

아마도 
그래도 
먼 조상 게르만 사냥개의 피
흐르는가 보다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