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F 대란? 수입은 끊기고 국내 생산업체는 가동 중단
MDF 대란? 수입은 끊기고 국내 생산업체는 가동 중단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1.0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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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이 목재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골든타임”
MDF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원목 공급 부족으로 목질 보드류 생산업체들이 가동을 멈추고 있다. 산림청의 공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사진은 한 벌목현장,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MDF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원목 공급 부족으로 목질 보드류 생산업체들이 가동을 멈추고 있다. 산림청의 공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사진은 한 벌목현장,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지난 여름에 수입해 팔다 남은 MDF(중밀도섬유판)를 우리 창고에서 빼서 다른 집 창로고 옮겨 놨다. 가뜩이나 물량이 딸리는데 고정 거래처에서 보고 달라고 하면 안 줄 수도 없고, 아예 안 보이는 곳으로 치운 것이다.”

 

인천의 한 목재제품 수입업체 관계자의 귓속말이다. 절대로 세어나가면 안 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최근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던 MDF 대란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입산 제품은 아예 자취를 감췄고, 설상가상 국내 생산업체들은 조업을 단축하는 등 심각한 생산차질에 빠진 상황이다. 때문에 국산 MDF 가격은 한 달 새 두 번의 가격인상이 단행되면서 15% 정도 올라갔다. 구할 수가 없는 수입산은 가격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물건도 딸리고 가격도 올려달라는 대로 소비자들이 군소리 없이 받아들이는데, 생산업체들은 왜 조업을 단축하는 것일까.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목질 보드류 주요 생산업체인 유니드는 두 개 라인 중 한 개 라인을 매주 3일에서 5일 동안 멈춘다. 동화기업 역시 인천 공장 라인을 잠정 휴동 중인 상태다. 한솔과 성창, 선앤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재료가 없기 때문. 산림청의 수요예측 잘못이 원인을 제공했고 여기에 최근 불거진 일부 환경단체들의 벌목에 대한 비판이 기름을 부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목재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벌목 양은 지난 2016년 516만㎥를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470만㎥ 정도를 기록했고, 올해 벌목 양도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산원목 수요는 줄잡아 100만㎥ 이상 증가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우선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수입이 중단된 MDF를 대체하기 위한 국내 생산량이 증가했다. 보드류 생산 주요 5개 사에서만 약 25만㎥를 더 사용한 것으로 업계는 집계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에너지업계의 사용량은 더 불이 붙었다. 굵직굵직한 펠릿 생산업체인 신영, 에스와이, 에코에너지 등은 물론 중소 목재 펠릿공장들까지 국산 원목을 무섭게 받아먹고 있다.

이렇게 에너지업계와의 살떨리는 줄다리기로 연명하던 목질 보드류 업계는 지난 5월 경 환경단체들의 벌목에 대한 부정적인 문제제기로 오뉴월 된서리를 맞았다. 

원목생산(벌목)업체의 한 대표는 “산림청에서는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벌채허가를 내주는 지자체는 그대로 겨울로 들어서 꽁꽁 얼어붙었다”면서 “환경단체들의 주장 이후에 산림청이 벌채지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여서 400여 건의 지적사항을 내놓았는데, 이때부터 지자체들이 벌채허가에 몸을 사리고 있는 게 체감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산림청은 신속하게 지자체들의 벌채허가를 독려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 전에 국유림 벌채량을 늘려서라도 급한 불을 꺼야 한다”고 주문했다.

목질보드류 생산업의 한 관계자는 “안정적인 목재산업을 위해서는 원목의 안정적 공급이 가장 중요하다”며 “원목 집하장 설치 등 국유림의 버퍼 역할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내년에는 SGC에서 우드칩 발전소를 세울 예정인데, 연간 100만 톤의 목재를 먹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지금은 산림청이 목질 보드류 업계와 바이오매스 에너지업계가 모두 살 수 있도록 목재 공급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