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의 꿈~ 칼라
소라의 꿈~ 칼라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10.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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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50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칼라(Calla Lily) 
꽃을 보면서 화기(花器)를 잘 모르면 인터넷 검색을 하면 좀더 사실에 접근할 수 있다. 마치 소라(螺)같기도 하고 일식 집에 가서 회, 초밥(Sushi)을 먹고 입가심으로 먹는 콘(Cone) 모양의 김마끼, 또는 주둥이가 넓은 나발 같기도 한 음전한 꽃이 쑥 빼어  올랐다. 사실 이것이 꽃이 아니고 ‘불염포(佛焰苞)’라 불리우는 것으로 정작 꽃은 그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독초에 속하는 ‘천남성’의 집안이라니 아연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하얀색, 노란색, 자주색의 이 불염포를 대하게 되는데, 그 속에 작은 솜 자루(棒)같은 꽃 부분이 자리하고 있다. 

이 모양은 안스리움(Anthurium)과 대조적이다. 역시 꽃이 아닌 빨간 하트 모양의 매끈한 왁스질 잎 가운데 솟은 작은 봉 모양의 꽃을 생각하면 칼라는 불염포 속에 있는 데 반해, 안스리움은 포의 바깥에서 위로 봉긋이 솟은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꽃모양의 불염포 구조를 알면 개다래와 같이 녹색 이파리의 한 면에 눈에 띄는 하얀 부분을 채색하고, 그 잎 뒤에 총총히 작은 하얀 꽃을 맺어 벌을 불러 충매(蟲媒)를 하려는 꽃의 의지가 유사하게 대대로 진화해 온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특이한 구조는 그 꽃만이 지니는 비밀이라고 할 수밖에… 꽃말이 순결, 열정, 환희라고 하는데, 이인성 화백이 쾌유(快癒)의 일본식 발음인 ‘카이유’를 칼라 그림의 표제로 붙여 일제 식민지 시대의 선전(鮮展)에 출품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자신의 내면(內面)의 쾌유, 치유를 칼라를 통하여 혹여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안개꽃과 프리지어(Freesia)가 신부(新婦)의 부케 꽃이듯, 꽃말이 어여쁜 이 꽃을 병실 환자 머리맡에 놓아두면 빨리 쾌차하지 않을까 하여 병실 꽃으로 제격일 듯 하다. 

칼라(Calla)를 보면 소라가 떠오르고 소라를 떠올리면 장 콕토의 시가 떠오른다.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를 그리워한다.’


 

소라의 꿈~ 칼라 

이인성의 그림 ‘카이유’를 본다.
이 그림을 그리면서 누구의 쾌유(快癒)를 빈 것일까?

현해탄(玄海灘) 건너 망망 대해의 외로운 등대
소라 나팔을 불고 싶었을까?

타히티의 고갱처럼 한 여인을 칼라로 피워올려
곁에 오래오래 두고자 했을까?

‘가을 어느날’ 고개 숙인 해바라기
황톳빛 그을린 들(野)의 두 모녀
차마 향수(鄕愁)를 열병처럼 앓았을라

하이얀  카이유 그림 앞에 서면
부우  부우우~ 소라고둥 소리
향토(鄕土) 갯벌에 몸부림을 치는…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