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차이
자존감의 차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8.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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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식 칼럼 - 신두식 이사장
신두식 이사장 바이오매스협동조합 (전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회장)
신두식 이사장 바이오매스협동조합 (전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 회장)

약 20년 전의 일이다. 직장에서 한창 일하는 즈음이라 전국 팔도강산을 누비며 다닐 적이었다. 

더운 여름 한낮에 양양에서 홍천 방향으로 구룡령을 올라오는데 자전거를 끌고 혼자 올라가는 젊은 남성을 만났다. 한눈에도 자전거로 고행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운 한낮에 힘들어 보여서 잠시 차량을 후진해 이야기를 건넸다. 

조심스럽게, 날씨도 덥고 저기 오르막까지만 태워 드려도 될까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 고맙다면서 탑승했다. 내가 운전하는 차량이 SUV라 자전거를 트렁크에 실을 수가 있었다. 

구롱령 정상의 오르막까지 오르는 5분여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카톨릭 신부 수업 마지막 10년차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라고도 했다. 과천성당의 소속으로 신도들의 고민 상담 중 심리적, 철학적 고뇌에 대한 상담이 대부분이며 상당히 어려운 상담들이라고 했다. 

그때에 난 40대 초반으로 잘 먹고 살기위한 일에 열중하는 상황이라 무슨 의미인지도 잘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수개월이 지나 정식 임명장(?_비종교인이라 용어도 잘 모름) 수여식에 초청을 받아 강당내 먼발치에서 장엄한 행사를 구경하기까지 했었다. 

그 당시 과천은 정부청사로 인해 꽤나 인기 있는 지역이었으며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는 분들이 마음의 안정을 위한 종교적 문을 두드리는 상황을 이야기 했었던 것 같았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고민과 삶의 가치관, 종교적 철학에 대한 고민이 자존감에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세월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여 곡절을 겪으면서 서울이라는 땅에 안착을 하고 나이가 들면서 문득 자존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작은 사업을 하면서 우선 부딪치는 문제가 차량이었다. 

소형 SUV를 7년째 타고 다니는데 고교친구들 모임에서부터, 지역 사업가 모임, 해당업종 사업가 모임 등 다녀보면 차량들이 대부분 수입차들이다. 난 스스로 조금은 배짱이 있다고 믿었는데 주위와 너무 큰 차이가 나다보니 시간이 갈수록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교친구놈 왈 “차 좀 바꿔라.” 난 지금 현재 차량이 불편함이 없다고 바꿔야 되는 이유를 알려 달라고 했더니 친구놈 왈 “너는 좋은 차를 타보지 않아서 모른다.” 좋은 차를 타 보면 안다는 답변이다. 크, 친구이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난 고개를 갸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여건이 안 돼 좋은 차를 탈수 없었다면 정말 비참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좋은 차량은 어떤 자존감을 가져다줄까?

강남의 부촌에 사는 사람들의 자긍심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경험해보지 않고 잘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하나, 둘에 대한 연계성이 아닐까 싶다. 운이 좋았던,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든, 현재 최고의 여건에서 생활하는 만큼 나름 보람과 상대적인 우월감도 있으리라, 우리가 가보지 않은 상상력만으로 또는 상대적 박탈감으로 평가절하를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충분한 대가를 치르고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견제와 감시와 타도의 대상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입지까지 구축한 것은 선망의 대상은 아니어도 최소한의 인정은 해야 될 것이다. 그래야만 내 스스로도 그 자리에 갈 수 있는 명분을 얻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논리가 과연 진리인가? 평등하다면 자존감도 같을 것인가? 지향해야 할 대상은 맞지만 현실적 사회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먹고 사는 고민을 벗어나 삶의 근본적 철학을 고민하는 자존감을 만들어 보자.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