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순환림의 조성
바이오순환림의 조성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08.1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18 -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최근 임업분야와 환경분야 사이에 벌채문제에 관한 논쟁이 매우 뜨겁다. 이에 관해 이전에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 산림과 임업은 중요한 변화의 기점에 들어서 있으며, 산림녹화에서 공익가치가 높은 경제림 조성으로의 전환기에 들어서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의 전환도 역시 필요하며, 이에 발 맞추어 더욱 선진화된 임업의 진화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임업에도 지형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대비 산림의 비율이 매우 커서 산악형 임업의 비중과 역할이 클 수 밖에 없겠으나, 우리나라 산림의 경우 산지의 지형이 험악하고, 오지에 떨어져 있어 산림경영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필자가 해외의 산림현장을 둘러보았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사방에 지평선이 다 보이는 완전한 평야지대에 끝도 없는 나무들이 줄지어 심겨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그런 곳에서 임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부러워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평지 임업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남미나 동남아시아의 대단위 조림지역과 같이 넓은 면적으로 조림하기는 힘들겠 지만, 수변공간, 유휴지, 간척지 그리고 한계농지 등에 적은 규모라도 다수의 바이오 순환림을 조성하는 것이 그 방법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바이오 순환림이란 성장이 빠른 속성수를 조림하여 일반적인 벌기령보다 짧은 벌기령으로(7~12년) 원목을 생산하여 목재품을 생산하고 그 부산물을 이용하는 사업을 말한다. 

바이오 순환림을 조성하고 가꾸는 단계는 다움과 같다.

◆ 대상지 검색 : 바이오 순환림은 조림부터 수확까지 전과정을 기계화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평지가 유리하다. 대표적으로 강이나 하천주위의 수변공간이나 저류지와 유수지주변, 새만금과 같은 대단위 간척지 그리고 농사를 짓지 않는 한계 농지 등이 적당하다. 대상지를 찾기 위해서는 위성영상 등 원격탐사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다년간의 인공위성영상을 분석하여, 토지의 이용변화를 탐지하여 식생이 자라고 있지 않는 지역중 바이오 순환림 조성이 가능한 지역을 자동으로 분류한 후, 현장조사를 통해 대상지를 선정한다.

◆ 양묘 : 바이오 순환림은 성장이 빠르고 묘목의 재배가 쉬운 수종으로 골라야 한다. 이런 수종으로는 주로 포플러류, 버드나무류, 오동나무 등이 있다. 특히 같은 수종이라도 클론에 따라 생장이나 목재의 성질이 다를 수 있으므로 조림 수종의 선택과 양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필요시 검증된 해외의 클론을 도입하여 국내에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 하다.

◆ 조림 : 바이오 순환림의 조림을 기계를 이용하여 조림을 하여야 하며, 일반적으로 밀식조림을 한다. 헥타당 3000본에서 5000본 이상으로 심어 일정정도 성장을 시킨 후 기계식 간벌을 통해 성장을 조절한다.  

◆ 숲가꾸기 : 숲가꾸기란 조림 후 조림목이 잘 성장하기 위해 하는 일련의 작업을 말하며, 풀베기, 어린나무 가꾸기, 가지치기 및 솎아베기 등을 포함한다. 바이오 순환림의 경우 숲가꾸기 작업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기계화된 숲가꾸기 작업이 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 수확 : 벌기령에 도달한 바이오 순환림은 하베스터와 같은 전자동 임목수확기계를 통해 신속하게 벌채한 후 집재 운재를 통해 목재가공공장으로 이동한다.

◆ 가공 : 벌채한 목재는 다양한 방법으로 가공하여 여러 가지 목재품으로 생산된다. 그러나 이전까지 바이오 순환림으로 생산된 목재는 속성수로 일반적으로 목재의 재질이 무르기 때문에 용도가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합판가공용(포플러), 내장재 및 가구재(버드나무, 오동나무 등) 등 적절한 용도를 개발하고, 목재접착이나 집성재 등 첨단 목재가공기술을 이용하면, 수입목재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와 더불어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다.

◆ 에너지 : 바이오 순환림에서는 목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바이오매스가 생산된다. 일단 숲가꾸기를 통해 잔가지나 어린 나무들이 수확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간벌목이 생산된다. 또한 벌채시에는 벌채부산물들과 더불어 목재로 가공할 때에도 역시 톱밥이나 수피와 같은 부산물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부산물들을 수집하여 에너지로 전환하여 목재가공공장이나 지역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열병합 바이오매스 발전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바이오 순환림은 다음과 같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국토면적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긴 하지만 이는 수도권이나 대도시권에 해당하는 말이고. 지방들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소멸위기의 큰 이유는 지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득이 적기 때문인데, 바이오 순환림의 조성은 인구가 부족한 지역에서 큰 인력을 들이지 않고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특히 수변공간이나 간척지, 한계농지 등 현재 사용하지 않는 토지에 바이오 순환림을 조성하면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익의 창출이 가능하다. 

◆ 높은 효율과 가치 : 성장이 빠른 속성수들은 빠른 성장 만큼 많은 탄소를 흡수하며 산소를 공급한다. 유럽의 경우 1㏊의 포플러는 연간 11이산화탄소톤을 흡수한다. 또한 목재 뿐만 아니라 재생가능한 에너지인 바이오매스의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 결국 짧은 시간의 투자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좋은 투자기회인 것이다.

◆ WASTE ZERO : 바이오 순환림은 전 과정을 통해 거의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다. 조림과 육림과정에서는 물론 수확과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 및 부산물은 목재나 바이오매스원료로 사용되며, 벌채과정에서 발생되는 나뭇가지, 잎 그리고 뿌리와 같은 잔여 부분들은 다시 토양으로 분해되어 지력을 향상시켜준다.

◆ 기후변화 대응 : 나무는 성장하면서 탄소를 흡수하며, 나무를 가공해서 만든 목재는 그 탄소를 그대로 유지한다. 특히 수변공간이나 유휴지의 신규조림은 국내의 산림탄소상쇄사업이나 산림부분외부사업도 가능하며, 국제적인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으로 인정받아 우리나라의 탄소배출권 획득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 수입목재 대체 :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목재의 82%는 수입되는 목재이다. 이에 따라 목재에 수입에 많은 외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목재수급을 외국에 의존하여 공급국에 변화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고 있어 안정적인 목재공급이 어렵다. 따라서 바이오 순환림을 통해 목재자급율을 향상시키고, 관련 목재가공산업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이탈리아 북부를 관통하여 롬바르디아 평원이 펼쳐져 있는 토리노-밀라노-베네치아를 거쳐 여행을 다니다 보면 주변의 많은 농지들이 포도주 생산을 위한 포도나무, 밀과 같은 작물 그리고 포플러나무들이 줄지어 심겨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 농민들은 포플러나무와 일반작물을 함께 간작(사이짓기)하여 지력도 유지하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다 자란 포플러 나무들은 주변에 많이 있는 합판회사에서 100% 구매하여 품질 좋은 합판을 생산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또한 합판공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대부분의 조림이나 목재부산물을 이용하여 생산하고 있다. 진정한 순환경제이다. 우리나라도 못할 이유가 없다.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