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특이수종 이야기 : 가장 신성한 나무
세계의 특이수종 이야기 : 가장 신성한 나무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08.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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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17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우드케어 블로그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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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 보디 사원에 있는인도 보리수
Ficus religiosa 이름에 조차 종교를 뜻하는 Religion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신성한 나무인 보리수나무는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나무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불교 뿐만 아니라 힌두교나 인도의 토착종교인 자이라교에서도 매우 중요한 나무이다. 종교별로도 성스럽게 여기는 나무들은 있다. 그 예로는 이슬람교의 경전에서 7번이나 등장하며 천국에서 먹는 열매로 알려진 올리브, 힌두교에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나무라고 알려진 반얀 트리라고 하는 벵갈보리수, 도교에서는 무릉도원에서 활짝 피어 있는 복숭아나무, 그리고 오늘 살펴볼 불교에서의 인도보리수 등이 있다. 기독교에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있지 않지만, 성서에 등장하는 나무들로 포도주를 만드는 포도나무나 뽕나무, 백향목 이라고 불리는 레바논 시다가 성수로 꼽히고 있으며, 반면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갈 때, 매를 맞은 버드나무는 저주받은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름으로 착각으로 일으키는 나무들이 몇 개 있는데 이 보리수나무도 그 예 중의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보리수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의 학명은 Elaeagnus umbellata THUNB. 이며 장미목 보리스나무과의 식물로, 같은 장미목이긴 하지만, 뽕나무과 무화과나무속인 오늘 소개하는 인도보리수와는 분류학적으로 다른 수종이다. 우리나라의 보리수나무는 높이 4m에 정도가 되는 관목으로 개나리와 같이 밑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올라와 큰 둥치를 형성하는 나무이다. 잎과 줄기에는 비늘 같은 은백색 털이 있으며 전국의 산과 들에 분포하며 수직적으로는 높이 1,200m 이하에 자란다. 뿌리에 질소 고정균이 있어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번성한다. 꽃은 암꽃과 수꽃이 동일한 개체에 달리는 일가화로서 4, 5월에 백황색 통꽃이 피어 10월에 적색의 열매를 맺는다. 열매는 생식도 하고 잼이나 파이의 원료로 이용한다. 봄철에 피는 꽃속에는 많은 양의 꿀이 있어 밀원식물로도 좋다. 꽃·열매가 아름답고, 은백색의 잎이 피로감을 덜어줄 수 있어 관상수로 좋으며, 산울타리로도 적합한 수종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인도보리수나무는 뽕나무과의 식물로 열대활엽교목이다. 주로 동남아시아의 건조한 지역에서 잘 자라며, 수고는 30m, 흉고직경은 3m에 이른다. 인도보리수의 잎은  보리수는 건조한 계절 - 낙엽 또는 반 상록 높이 30m (98피트)에 나무 특유의 심장모양으로 잘 알려져있으며, 길이는 10­17츠, 너비는 8­12cm이며, 잎자루는 6­10츠의크기를 가지고 있다. 열매는 작은 무화과 처럼 생겼으며, 직경 1.5cm 이며, 색상은 보라색에서 녹색정도를 가지고 있다. 인도보리수는 또 긴 수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균 900 년에서 1,500 년 사이 의 매우 긴 수명을 가지고 있다. 일부 원산지에서는 3,000 년 이상 살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보리수나무의 열매와 씨앗
우리나라의 보리수나무가 이런 이름을 가진 것은 위의 사진 처럼 나무의 씨앗이 마치 보리처럼 생겨서, 우리말 ‘보리’에 나무를 뜻하는 한자 ‘樹’가 붙여져 보리수라고 불리웠다고 한다. 반면 부처님의 보리수는 영문으로 bodhi tree로 여기서 Bodhi는 산스크리트어로 불교의 근본이념인 ‘깨달음의 지혜’을 말하는 것인데, 이를 한자로 음역을 하게 되어 ‘보제(菩提)’로 되었고, 따라서 한자이름은 菩提樹(보제수)이다. 하지만 이름이 여성의 생식기와 비슷하여 보리수를 주로 심는 절이나 사원 같은 곳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여 보리수로 불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또다른 의견에 따르면 한자’ 提’자는 원래 ‘제’로 읽히지만, 특수한 경우는 ‘리’로 읽어질 수 있어 보리수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인도보리수와 우리의 보리수 나무는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그 어원에서는 아주 다르다.

여기서 더 살펴볼 나무가 있는데 그것은 보리수나무와 이름이 비슷한 보리자나무이다. 보리자나무는 아욱과 피나무속의 중국원산인 나무이다. 이 나무가 국내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스님들이 사용하는 염주를 만들기 위해서 였는데, 원래의 인도보리수나무는 열대성 수종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따라서 염주를 만들기 위해 인도보리수나무의 열매와 비슷한 열매가 열리는 이 보리자나무를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분류학적으로 이 나무는 피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로 보리수하고는 다른 나무이다. 참고로 피나무는 이름 때문에 혼란을 주기도 하는데, 언뜻 생각하기로는 수액이 피와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지만, 여기에서 피는 血이 아닌 皮(가죽 피)이다. 수피가 다른 나무에 비해 강해 옛날에는 밧줄을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어 이런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인 스리 마하 보리수는 기원전 3세기 인도 아쇼카 왕의 딸 상가미타가 인도 부다 가야의 보리수 가지를 가져와 옮겨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보리수가 바로 부처가 큰 깨달음, 정각(正覺)을 이룬 나무로 불교에서는 매우 신성시된다. 수령(樹齡)이 2,200년이 넘는 이 보리수는 잎은 무성하지만 줄기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가늘다. 보리수 오른편에는 40개씩의 돌기둥이 40줄로 늘어서 있는 ‘로하 파사다’ 절터가 있어 그 옛날의 영화를 보여준다. 그 너머로는 높이가 50m에 이르는 루완웰 리 대탑이 하늘을 찌를 듯 위용을 드러내는데, 이 탑은 338개의 코끼리 조각품으로 둘러싸여 있어 이채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원래의 나무는 5세기 인도의 불교탄압 정책에 의해 잘려 나갔고 현재 남아있는 나무는 그 나무에서 얻은 클론 개체이다. 보리수나무 특성 상 꺽꽂이(삽목)에 의한 번식이 잘되는 나무의 특성 때문에 잘려진 나무에서 채취된 삽수들이 아직까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인도정부에서는 이 나무의 클론을 매우 귀중하게 여겨 해외로의 반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와 태국, 스리랑카, 네팔 등 7개국에만 그 클랜 개체를 주었다고 할 정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도에서 기증한 인도보리수나무가 국립수목원과 김해시에서 자라고 있다. 특히 김해시의 경우 인도와 가락국과의 연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기증된 나무라고도 한다.

불교(우리나라의 대승불교)에서는 개인의 깨달음과 열반 뿐 아니라 중생과 함께 열반에 이르는 것을 가장 큰 가치로 삼고 있다.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이 구원받기 전에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서원하고, 법장비구 (법장보살이라고도 불리며 아미타불이 부처가 되기 전인 전생의 수행 비구)는 괴로운 중생에게 깨달음을 주기 전에는 결코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서원했다고 한다. 결국 모든 사람이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상은 나무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보리수와 반얀트리와 같은 성수 말고도 이 세상의 모든 나무는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아주 성스러운 나무인 것이다.

南無阿彌陀佛.  /나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