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다락과 벽난로가 있는 4층 상가주택
높은 다락과 벽난로가 있는 4층 상가주택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8.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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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전경 

성남 고등지구는 판교신도시와 강남 세곡동 사이에 자리한 17만 평에 이르는 공공주택지구다. 보금자리 주택개발사업을 위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됨으로써 사업이 시작됐다. 따라서 서울과 분당을 모두 생활권을 이용하면서 남서쪽으로는 청계산을, 북쪽으로는 인릉산을 오롯이 향유할 있는 요충지다.

분당 아파트에 오래 거주하고 있던 건축주 역시 이러한 입지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상가주택에 매력을 느껴서 부지를 구매했다. 고등지구 상가주택 기준은 1층에 근린상가를 두고 2층 내지 4층에 다섯 가구 이내의 다가구 건축이 가능하다. 

사업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1층 상가의 보증금과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사업규모의 절반에 이르는 점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외장 확대.
전경. / 후측면 뷰.
상가 측면 뷰. / 전경.

건축부지는 도로에 삼각형으로 길게 접하면서 1m 정도의 고저차가 있는 완만한 경사지다. 인근에는 603세대에 이르는 공공분양주택과 768세대 판교밸리아파트, 약 1만5000평 연면적의 지식산업센터 등 든든한 배후를 갖고 있다. 때문에 1층 근린생활시설과 다가구 임대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건축주는 △1층 근린생활 상가의 임대면적 극대화 △2~3층 네 가구의 원활한 임대를 위한 트렌디한 평면 △본인 가족 거주를 위한 4층의 합리적인 평면 설계 등을 요청했다. 

옥상
옥상

개방된 서향과 석양의 마운틴뷰

주택을 설계한 연이종합건축사사무소 김종기 소장은 “만약 정방형 건축부지와 삼각형 건축부지가 건축사시험에 출제되고, 건축부지를 선택할 수 있다면 수험자 입장에서는 정방형 건축부지를 선택할 것”이라며 “통상적인 건축부지가 정방형일 뿐만 아니라 평면구성 등에서 훨씬 수월하게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각형의 긴 변이 도로에 접한 건축부지는 정방형 부지에 비해 약 1.4배 긴 외벽면이 접하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는 건축규모가 거대해 보이고 보다 확장된 뷰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등동 상가주택의 경우 도로에 면한 외벽이 향하는 부분이 서향에 가까워 석양의 깊은 침범이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인접한 인릉산 자락이 이를 막아줄 뿐 아니라 시원한 마운틴뷰까지 선사했다.

아울러 인접대지와 면하는 부문에 주차 2대와 4대를 각각 배치함으로써 사용상의 편리함과 합리적인 공간배치를 도모했다. 또 통행로를 제외하면 가능한 근린상가가 배치될 수 있도록 했다. 화장실은 남여 구분형으로 계획했다.

주차장.

홈파티가 가능한 거실로 열려 있는 주방

도로에 면한 삼각형의 긴 변에 주 사용공간인 확장형 거실과 안방을 배치했다. 이로써 현관을 통해 주공간에 들어왔을 때 개방감이 증폭되는 효과를 살렸다. 

반대급부로 외벽에 면한 창이 커지고 벽체량이 감소될수록 열손실 측면에서 불리해 냉난방비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이 현장에서는 패시브하우스 주택의 기준인 열관류율 0.8W/(㎡K, 이하 같은 단위)을 충족하는 열관류율 0.688과 0.745인 창을 설치함으로써 냉난방부하를 많은 부분 상쇄했다.

4층 거실과 주방
4층 거실과 주방
4층 거실과 주방
4층 거실과 주방
노출형 벽난로가 설치된 4층 거실.
노출형 벽난로가 설치된 4층 거실.
노출형 벽난로가 설치된 4층 거실.

4층에 거주하는 건축주는 홈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거실과 주방의 확장된 공간감을 희망했다. 통상 주방은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보이지 않도록 조리공간을 안쪽으로 계획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건축주의 요구에 따라 거실 쪽으로 개방된 쿠킹존으로 설계했다. 

아울러 주사용공간인 거실과 연계해 루프탑 테라스를 배치함으로써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야외공간이 만들어졌다.

4층 주방

열손실 걱정 없는 높은 층고의 다락과 거실

건축법상 다락공간은 설계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되는 지붕과 천정 사이의 공간에 물건의 저장 등을 위해 부수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곳으로 명시돼 있다. 

다만 대부분의 단독주택에서는 통상 설계공간을 시공면적으로 보아 평당 시공비가 계산되므로, 별도의 발코니를 계획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아파트와 같이 발코니를 활용해 물건을 적치하는 경우는 희박하다.

4층 거실과 주방

이에 따라 단독주택에서는 다락의 설치 및 활용이 크게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상가주택에서는 4층 상부공간을 대부분 다락으로 계획했다. 가장 높은 곳의 층고(다락층 바닥 구조체 상부에서 지붕층 구조체 상부까지의 높이)는 가중평균 높이 1.8m를 준수할 경우에도 3.2m에 달한다. 

김종기 소장은 이 부분에 대해 “주의할 점은 다락공간이 거실 오픈공간과 연계돼 대류의 영향을 받게 설계된 경우나, 거실 오픈공간 상부에 천정 내부 공간 없이 지붕이 바로 면해 있는 경우 지붕층에 가해지는 냉난방부하가 바로 거실로 전달된다는 점이다”면서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웜 루프(Warm Roof)를 설치하거나 지붕 구조체 하부에 천정공간을 만들고 천정 직상부에 단열재를 취부하는 것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또 “최근 세계적인 기상상황은 글로벌 워밍(Global Warming)의 영향으로 국지적인 고온·폭염(暴炎)현상, 아열대 기후대에서의 한파(寒波)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나라의 주택설계에서도 이를 고려한 단열설계가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정고 4.4m에 이르는 4층 거실 상부에는 실링팬을 설치하고 바닥에는 600×600㎜ 타일을 설치했다. 거실 바닥재로 강마루, 강화마루, 원목마루 등을 설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일을 설치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도 많은데 무릎 관절에 무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일 설치도 고려해볼 만하다. 

4층 거실에서 본 다락과 실링팬
4층 거실에서 본 다락과 실링팬

최근 주택 경향이 방 사이즈를 최소화하고 거실 또는 주방의 적극적인 활용이 두드러지는데, 청소의 간편함과 더불어 타일과 하부의 온돌히팅 공간이 축열재 역할을 할 수 있으므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한 장점이 있다.

4층 다락.
4층 다락 입구, 계단
4층 다락
4층 다락
4층 공용화장실. / 안방화장실.

모던한 디자인의 외장

건물 외장 디자인은 1층 기단부와 주거부를 구분하면서 상층부는 주택의 박공지붕 형태를 이미지화 했다. 

또 필로티 구조 형태로 3층 이상 규모일 경우 준불연단열재를 의무적으로 시공하게 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PF보드를 전체 외벽면에 사용했고, 외장 마감재로는 도로에 면한 부위는 1층 기단부에 석재타일, 그밖의 외벽면에는 라임스톤과 케뮤(KMEW) 세라믹루핑을 사용해 입면상의 변화를 주었다. 

도로에서 보이지 않는 외벽 부위는 독일 STO 사의 준불연마감재 스톨릿과 로투산페인트로 마감했다. 

4층 방.
4층 방. / 현관

지붕재는 방수에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알루미늄 징크와 KMEW 세라믹루핑을 이용해 마감하고 다락과 계단의 지붕창으로는 개폐가 가능한 벨룩스(VELUZ) 천창을 6개 소에 설치했다.

김종기 소장은 “건축주와 시공자는 초기 설계 콘셉트를 토대로 다양한 의견과 개선 아이디어를 공유하면서 최종 건축 안에 이르게 됐다”며 “시공회사는 단순하게 도면대로 시공하는 단순 노무자의 역할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 현장을 맡은 정상건설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조언과 협업이 잘 이루어져 건축물의 최종 준공에 이르기까지 작은 사고 없이 무탈하게 완료됐다”고 말했다.   /나무신문

202호 방 / 거실
202호 거실 주방

건축정보
위치▷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대지면적▷258㎡
건축면적▷154.77㎡
건폐율▷59.98%
연면적▷412.62㎡
용적율▷159.93%
규모▷지상4층
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경공목구조
설계▷연이종합건축사사무소(주)
시공▷(주)정상종합건설

자재정보
외장재▷케뮤
창호▷디크닉, 스윙
천창▷벨룩스
아트월▷퀄커스 건식무늬목패널
천장▷무절히노끼
계단재▷에델홀츠
방문손잡이▷마니탈
강마루▷산들마루(수오미, 웨이브)
벽난로▷덴마크 왐

건축가 소개
김종기 대표/소장 | 연이종합건축사사무소(주)
한양대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공학대학원에서 친환경주택 쪽으로 수학했다. 2000년 건축사면허 취득 후 (주)조암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소장을 거쳐 2005년 연이종합건축사사무소(주)를 개설했다. 친환경, 저에너지주택에 많은 관심을 갖고 독일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CPHD), 캐나다 친환경목조건축 ‘수퍼-E’ 자격을 취득했고 BIM 프로그램인 ArchiCAD를 운용해 정밀한 시공을 도모하고 있다. 주요 실적으로는 국내 1호 친환경 최우수 건축물인 코오롱 기술연구소 본동, 다수의 주거형 오피스텔, 아파트를 비롯해 최근에 판교 운중동 패시브하우스 등이 있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ND HAIM, 더존하우징과 같은 메이저 하우징 업체와 주택설계 부문으로 협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