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과 나무 이야기
꽃사과 나무 이야기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6.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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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43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꽃사과 나무

꽃사과 나무 이야기

찌르찌르 미찌르가 찾은 행복 나무

 

찌르찌르 미찌르가 행복을 찾아 길을 떠났지

가다가 목이 말라 길 위의 사과 한 알을 똑 땄지

 

상처를 앓는 사과 한 알

지난 날 연분홍 화사한 얼굴은 찾을 수 없었어

 

어린 왕자처럼 “왜 너는 상처를 지녔니?” 물었지

“산다는 건 상처를 지니고 사는 거고, 

그러면서 성장해 가는 거란다~”

길 위의 사과나무가 말했지

 

“내 발 밑을 보아~ 상처 난 사과 알들이 많이 떨어졌지”

“내 온기로 봄, 여름내 키운 자식들인데…

“그런데 말이야~ 누구든 좋은 기억을 가지고 사는 거란다~” 

 

찌르찌르 미찌르는 쫓아가던 파랑새를 불러왔지

그리고는 상처난 사과 한 알을 선물하였어

 

그 양식(糧食)으로 곧 추워질 가을, 겨울 다 지나고

새 봄이 오면 새가 떨어뜨린 씨앗 

땅에 새 생명 하나가 움을 틔울 거야

 

“한 알의 사과 알이 땅에 떨어져 썩지 아니 하면…

 아, 행복은 멀리 있는 신기루가 아니구나~”

 

 찌르찌르 비찌르는 집 뒷마당에

나의 라임 아그배나무 한 그루를 심었지       

 

사과 한 알의 상처

 

상처를 도려낸다

사과의 상처를 도려낸다

청설모 한 입 베물다

시어 버린 사과 한 알 

파크의 정물 한 알 그려진다

 

로맨스 그레이 사내

상처난 풋사과 한 알 집어든다

아마도 꽃사과인지도 모를 일

 

허나, 나그네 인생 고갯길

술 한 잔 아니하곤 넘을 수 없제

과일주 담을 생각에 들뜬다

 

누구나 키워온 상처, 키워온 옹이

그 안에 고이는 세월의 슬픔

 

상처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꽃사과 나무
세미트리에 들어서면 봄 한철의 격정(激情)인듯 도화촌(桃花村)에 온 듯한 착각에 휩싸이게 하는 꽃나무가 있다. 꽃사과이다. 벚꽃, 목련이 피었다 지고 이 나무 꽃은 진분홍색이거나 연분홍 봉오리에서 피어나는 하얀색을 띈다. 고국 삼림교육원-이전에는 산림인재양성원으로 불리웠다-에 있을 때 앞뜰 한 켠에 이름도 이쁜 아그배나무(Three-lobe Crab Apple) 가 한 그루 있었다. 
꽃을 소담스럽게 피우는 나무 이름 앞에는 ‘Flowering’이 붙는다. 이름표를 들여다 보니 진분홍색 꽃을 피우는 Flowering Crabapple Malus X, 하얀 꽃을 피우는 Common Apple Malus sylvestris Mill 들이 있다. Malus속(屬)! 행복을 찾아 떠난 찌르찌르와 미찌르가 이 꽃나무 그늘에 오면 바로 행복을 찾지 않았을까? “아, 바로 저 나무와 함께 있는 것이 행복이야” 하고…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 고 하였다지. 복사꽃을 연상케 하는 봄이 무르익고 있다. 저 상큼하고 화사한 꽃들도 미구(未久)에 열매로 화하여 숙연히 한 알의 상처로 떨구어질 것이다. 아름다움과 상처가 상존하는 우리네 삶의  여정(旅程)처럼… 

 

서진석 박사
서진석 박사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