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특이 수종 이야기 3 -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 The Lost Tree
세계의 특이 수종 이야기 3 -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 The Lost Tree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1.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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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를 둘러싼 여러가지 모험 113 - 노윤석 우드케어 이사

고립무원(孤立無援).. 혼자 있어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말하는 사자성어이다. 이 사자성어와 꼭 어울리는 나무가 있으니, 바로 북부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이 위치한 니제르공화국의 Tenere지역에서 아주 외롭게 자라고 있는 The Lost Tree이다. 

외로움은 인간이 겪는 고통 중에서도 가장 큰 고통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외로운 인간은 스스로 이동하여 가족을 만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아니면 아무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어느 정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반면, 자기 스스로는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이 이러한 상황이라면 어떨까?

이름만 들어도 너무 외로워 보이는 The Lost Tree. 굳이 번역하자면 잃어버린 (혹은 잃어 버려진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다.) 나무로 해석되는 이 나무가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이 나무가 주변에 친구가 되어 줄 나무나 풀이 하나 없는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아주 외롭게 서 있기 때문이다. 이 나무와 왜 이렇게 혼자 살아남아 있게 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 나무는 그 외로운 환경과 함께 Arbre Thierry Sabine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기서 Arbre는 프랑스어로 나무(Tree)를 뜻하는 말이며, Thierry Sabine(프랑스, 1949~1986)은 프랑스의 오프로드 드라이버로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자동차 랠리인 다카르 랠리의 창시자의 이름이다. 결국 이 나무의 별칭은 티에리 사빈의 나무인 셈이다. 이런 이름은 티에리 창시한 다카르랠리의 중간지점에 이 나무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카르랠리는 1978년 파리-다카르 랠리를 시작할 때만에도 파리를 출발하여 지브롤터 해협과 사하라사막을 건너 세네갈의 수도인 다카르를 반환점으로 돌아 다시 파리까지 돌아오는 연례 횡단 랠리였으며, 현재는 여러 이유로 매년 경로를 바꾸어 가며 거행하고 있는 지상 최대의 자동차 랠리중의 하나이다. 현재까지도 모든 오프로드 드라이버들의 꿈의 랠리이기도 하다. 지금은 주로 남미에서 행하여 지지만, 이전의 유럽-아프리카 경로에서 거행될 때 랠리의 중간 지점인 사하라 사막의 한 가운데 있던 이 나무가 랠리의 중요한 랜드마크가 될 수 있어 잘 알려지게 되었으며, 또한 랠리의 창시자인 티에리가 1986년 랠리 도중에 불의의 헬리콥터 사고로 사망하게 되었을 때, 그의 유해를 이 나무 부근에 뿌려져 이러한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이 나무 근처에 있는 그의 묘비명에는 “For those who take a challenge ­ for those who follow a dream”(도전하는 사람을 위해 그리고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해) 라고 쓰여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이 The Lost Tree보다 더 외로운 나무도 있었다. 그 나무의 이름은 Tree of Tenere (프랑스어 : L′Arbre du Ténéré) 로 The Lost Tree가 있는 지역과 동일한 지역이다. 동일한 지역에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나무가 두 그루가 있었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기도 하다. 원래 이 나무는 주변 400㎞근방에 다른 나무가 없기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나무로 알려졌지만 추후 조사결과 이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나무에서 150㎞가 떨어진 지역에도 다른 나무들이 존재한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50㎞나 400㎞나 나무에게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무는 불행히도 현재는 살아있지 못하다. 1973년 한 트럭운전사의 실수로 이 나무를 트럭으로 받아 쓰러트리게 되어 이 나무는 죽게 되었고, 그 이후 이 나무를 기념하기 위해 니제르 국립박물관에 죽은 나무를 옮겨 전시하고 있다.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에는 자그마한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니제르 중앙박물과에 전시되어있는 고사목.

연구에 따르면 원래 이 나무는 현재처럼 이 지역이 건조하지 않을 때 여러 나무들과 함께 자라고 있었으나, 지역이 사막화가 진행됨에 따라 다른 나무들은 고사하고 이 나무만 살아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1938년 이 나무 부근에 우물을 팠는데, 이 나무의 뿌리가 33~36m의 깊이까지 내려와 물을 얻고 있었다는 게 발견 되었다. 극한 외로움에서도 자기의 생명을 이어가려는 나무의 투쟁이 대견하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The Lost Tree와 Tenere Tree는 모두 아카시아속에 속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으며, 학명으로는 Vachellia tortilis 이며 이명으로 Acacia raddiana 또는  Acacia tortilis로 알려져 있다. 분류학적으로는 콩과(Fabaceae), 미모사아과(Mimosoideae)에 속하며, 이전까지 Acacia속에 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아카시아속과 분리되어 Vachellia 속으로 구분되고 있다. Vachellia 속은 두상화서를 가지고 가시모양의 턱잎을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일반 Acacia속과 구분된다. 일반명으로는 umbrella thorn acacia로 가시를 가지고 있으며, 넓은 수관을 형성하여 우산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 상록 활엽수이며, 소말리아반도와 수단을 포함한 아프리카의 사바나지역과 사헬지역에 걸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때때로 중동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극심한 건조 조건에서 자랄 수 있으며, 이 경우, 작고, 얇은 관목의 형태로 자란다. 하지만 환경이 좋은 경우에는 21m까지 자랄 수 있는 교목이다. 이 나무의 목재는 이스라엘인들에게 가구재로 매우 귀중하게 생각되고 있는데 구약성서에 이 나무로 성전을 건설하고, 귀중한 보물을 보관하는 가구로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나무는 황폐화된 토지를 복원하는데 매우 중요한 수종이다. 이 나무가 가뭄, 바람, 염분에 견디는 능력이 뛰어나고, 다양한 토양형에도 잘 자라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콩과 식물과 마찬가지로 균근류를 통한 질소고정효과도 있기 때문에 다른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원래 나무가 있던 자리에 세워놓은 기념비.

누구도 외로움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The Lost Tree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지난 기간동안 지구의 사막화는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도 계속되고 있다. 사막화를 막고 지구를 푸르게 하는 것이 The Lost Tree의 외로움을 달래 주어 친구도 만들어 주고, 우리 인류 역시 The Lost Tree의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