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를 닮은 채진목
이팝나무를 닮은 채진목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5.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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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41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이팝나무를 닮은 채진목

어라~ 이팝나무가 있네.
늦은 봄 벼 모판 초록이 번져갈 적이면 
고슬고슬 피워 올린 쌀밥
하얀 이밥나무

어라~ 조팝나무가 있네 
조록싸리 마냥 
동구(洞口) 밖 싸라기 눈 생각으로
그리 조밥을 피웠는고

아, 사파리 저 아프리카
어린왕자 걸어간 사막 어딘가에는
바오밥 나무도 있다는데

먹어도 배고픈 보릿고개
한 덩이 수수보리떡 마저
먹지 못할 때

환영(幻影)이듯 눈에 어른거리던
밥, 밥, 흰 쌀밥

고픈 배가 아련히 저며오는 철이면
어김없이 고슬고슬 피워 올리던 
너, 밥 나무여~

 

채진목(采振木)
나무 이름이 참 특이하다. 검색을 해 보니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에서 장군의 지휘봉 끝에 달린 수술(일본 말로 ‘채배’라 함) 같은 나무라는 뜻으로 붙여졌다 한다. 조금은 뾰족하니 작은 국기봉(國旗棒)처럼 봉오리를 맺어 잎을 피운다. 푸른 열매로 익다가 여름부터 빨갛게 익어 가을 무렵 까맣게 색깔이 변한다. 그러나 새 밥이 되는 것 같지는 않고 평소 들어보지 않은 터라 그 자람새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에 눈이 간다. 5월 들어서서 초여름까지 이 곳 가로수로 많이 심겨져 가볍게 싸라기 눈이 온 듯, 고향 가로수로 많이 심겨져 있는 이밥(쌀밥) 나무에 견주어 지는 하얀 꽃을 피운다. 그렇지만 이팝나무 꽃처럼 나뭇가지에 풍성하게 백설(白雪)이 내린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것이 고국의 늘 보고 기대어 오듯 친근한 화목(花木)과 다를 따름이다.    
내 친정 산과원(山科院)에도 본관 앞에 제법 큰 이팝나무 한 그루가 늦봄에 하얗게 피운 쌀밥을 소복이 담은 채 소담스레 피던 게 생각난다. 눈이 온 날 미쳐 이리저리 뛰는 개마냥 들떠 카메라에 오뉴월의 그 하얀 눈꽃을 담던 게 엊그제처럼 생생하다.

서진석 박사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