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을 때 그늘이 되는 집, 진주 ‘정庭 많은 집’
쉬고 싶을 때 그늘이 되는 집, 진주 ‘정庭 많은 집’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4.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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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진주 ‘정 많은 집’은 나이 어린 두 아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건축주 부부의 바람을 담아낸 집이다. 그래서 앞마당과 뒷마당을 두었고, 마당을 뜻하는 뜰 정(庭) 자를 써서 ‘정 많은 집’이 됐다. 한여름 뙤약볕이 작렬하는 계절에도 뛰어놀 수 ‘그늘마당’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건축주 부부의 종교에 맞춰서 뒷마당에 서서 바라다 보이는 데크의 세로 보와 뒷창문의 가로 보를 이용해 십자가를 형상한 것도 이 집의 포인트다.

외관
외관
외관

위트 있는 벽돌 처마와 화사한 현관
경골목구조로 지어진 집의 외관은 전체적으로 박공널 형태의 빨간 벽돌집이다. 여기에 리듬감 있게 들어선 창문들에 마치 속눈썹처럼 생긴 벽돌 처마를 달았다. 이 처마는 사계절 빛과 비를 막아주는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자칫 심심할 수 있는 벽돌집의 ‘위트’를 담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현관의 옐로우 컬러 벽면이 주는 화사함이다. 현관 입구에 세면대를 배치하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현관
벽돌  처마

속도감 있는 목재마감과 유쾌한 긍정 에너지
내부는 나무 소재와 옐로우 컬러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거실의 깔끔하면서도 따듯한 분위기로 시작된다. 화이트 벽면에는 간결한 가구를 배치했다.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거실을 주방 천정의 목재 마감과 자연스럽게 연결함으로써 하나의 인상으로 구축했다.

 거실
거실
계단
주방
거실 윗 부분 조명

아울러 속도감을 주는 목재의 직선 마감과 대비를 이루는 둥근 조명을 두었다. 이 조명은 화이트 벽면에 더욱 환하게 반사되면서 깨끗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주방의 가장 안쪽 벽에 적용된 옐로우 컬러 헥사곤타일(육각타일)은 유쾌한 감각을 넘어 긍정적 에너지를 방출한다.

화장실 우드도어에 작은 창문을 넣음으로써 손기침 없이도 안에 있는 사람과 밖에 있는 사람의 신호가 자연스럽게 통하도록 했다. 

계단과 왼쪽 화장실문
안방

부부공간의 확고한 독립성과 아이들의 아지트 다락
2층은 안방과 아이들 방을 최대한 멀리 두어서 부모와 자식 간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했다. 또 안방에 들어서면 책장이 내부를 가리도록 해서 부부공간을 독립성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

안방 벽면과 붙박이장은 모두 화이트 컬러로 통일해서 깔끔하면서도 안정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아이방은 책상과 평상 침대를 연결해 수납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아이방은 또 복층 형태의 다락 놀이방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아이방

놀이방은 대각선 모양의 다락방 형태로, 비밀스러운 아지트처럼 아늑하다. 지그재그 선반 책장으로 넉넉한 수납장을 세우고, 하단부는 강화유리로 막아서 물건이 아래도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했다.

놀이방
놀이방을 올려다 본 모습

쉬고 싶을 때 그늘이 되는 집
이 집을 설계한 케이디디에이치(KDDH) 김동희 건축가는 “집은 실내보다 실외에 집중해도 좋다. 그만큼 삶이 풍성해 진다고 믿기 때문이다”며 “좋은 집을 짓겠다고 주술처럼 믿어야 하는 집짓기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무한정 넓고 풍성한 집은 없다. 제한된 여건에서 자신에게 맞은 합리적인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코니
발코니

그는 또 “넓은 마당은 한 때 잠깐이다. 정작 쉬고 싶은 때는 그늘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남향으로 크게 열린 집도 좋지만, 쉴 수 있는 ‘그늘 마당’도 유용하다. 이 집을 지으면서 삶의 다양한 저편의 이야기를 끌어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마당
후정. 그늘 마당
후정. 그늘 마당
후정. 그늘 마당

건축개요
위치▷경상남도 진주시 충무공동
대지면적▷290.8㎡
건축면적▷73.38㎡
연면적▷128.99㎡
규모▷지상2층
구조▷경량목구조
설계▷건축사사무소KDDH
시공▷망치소리
사진▷송정근

남측면도
북측면도
서측면도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다락 평면도
종단면도
횡단면도
김동희 KDDH건축사사무소  (인물사진Ⓒ이훈)
김동희 KDDH건축사사무소 (인물사진Ⓒ이훈)

김동희 KDDH건축사사무소
2016년 서울공공건축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목구조품질인증위원과 강남구청, 관악구청 심의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콘크리트 공법뿐만 아니라 경골목구조, 중목구조를 지속해서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행촌공터3호점, 주향재, 익산 티하우스, 바바렐라하우스, 레인보우하우스, 제주 투피쉬하우스, 제주 달콤금복집, 무주 다다펜션, 노일강펜션, 홍천 다나치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