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 세계의 유쾌한 구도자, 정병은
패시브하우스 세계의 유쾌한 구도자, 정병은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4.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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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

그가 아무리 겸손하게 부정한다고 해도 그는 우리나라 패시브하우스의 일세대다. 역사다. 그가 우리나라에서 패시브하우스를 처음 지은 건 1986년. 그때부터 지금까지 패시브하우스와 저에너지 건축만 고집하고 있다. 또 독일 PHI(패시브하우스연구소)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 자격은 시험을 통과해야 받을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방법은 일정 규모의 패시브하우스 시공 건수를 채우면 받는다. 그는 시공 건수로 독일 PHI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 자격을 받은 국내 최초 케이스다. 남양주 시공현장에서 이에코건설 정병은 대표를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정병은 이에코건설 대표. 

패시브하우스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재미있으니까.(웃음) 나보고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즐겁고 좋다. 삶이라는 게 즐거움을 찾아가는 과정 아닌가.

 

그렇다면 건축주는 왜 패시브하우스를 지어야 하나. 건축가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집을 지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내가 살아보니까 정말 좋다. 아내가 천식이 있었는데, 패시브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 싹 나았다. 집안 온도가 26도 이하로 내려가지를 않고 공기가 쾌적하니 그 안에 사는 사람이 건강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이다.

 

패시브하우스 안의 공기가 쾌적한 이유는 무엇인가. 얼핏 생각하기에는 꽁꽁 싸매고 있어서 공기 흐름이 나쁠 것 같은데.

패시브하우스를 위한 주요 요소는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창호, 열회수환기장치, 열교차단이다. 고기밀 상태에서 열회수환기장치를 이용해 환기를 한다. 창문을 열어서 환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먼지 등 외부 오염물질 유입이 없다. 실내공기가 쾌적한 이유다.

건물 외벽에 석재를 걸기 위해 열교차단 화스너에 철물을 결속한 모습.
쉐크 열교차단 화스너(schok lsölinkⓇ).
쉐크 열교차단 화스너(schök lsolinkⓇ).

 

패시브하우스를 위한 주요 요소는
고단열, 고기밀, 고성능 창호,
열회수환기장치, 열교차단이다.

 

건축비용이 비싸다는 말이 있다.

비싼 게 맞다. 30평 기준으로 4500만원 정도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패시브 자재에 더 욕심을 내면 7500만원 선까지 더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살면서 평생 지불해야 하는 냉난방비 등 관리비 절감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정년 퇴직자처럼 고정비용을 줄여야 하는 입장이라면, 패시브하우스가 훨씬 더 유리하다. 젊은 건축주들이라면 평생 누적되는 절감효과는 더 클 것이다.

 

냉난방비가 얼마나 절약되나.

현재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 규모가 75평이다. 그런데 난방비가 1년에 총 25만원이다. 냉방비에 들어가는 전기료도 1년 12만원이면 충분하다. 한여름에 3만원, 평상시에 6000~7000원 정도의 전기료가 나온다. 가전제품 등과 TV수신료까지 포함된 요금이다.

 

이번에 패시브하우스를 위한 새로운 자재를 도입했다고 들었다.

몇 년 전 건축박람회에서 찾은 쉐크코리아의 열교차단재인데, 이 현장이 처음은 아니다. 종전에 하남 현장에 사용한 적이 있는데, 그야말로 열교가 제로(0)에 가까웠다. 앞으로는 모든 건축주들이 이 제품을 써야할 것이다.

 

전에도 열교차단재가 없던 게 아니지 않나.

이건 기존 열교차단재하고 차원이 다르다. 물론 사견일 수 있지만, 내가 직접 이것저것 모두 사용해보고 내린 결론이다. 다른 것들은 열교차단재 설치를 위해서 단열재를 파내고 우레탄폼을 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있는데, 이것은 그런 게 없다. 또 이 제품은 단열재 섬유를 가공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철물로 만든 다른 제품들과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철물 차단재는 그 자체로 열교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쉐크코리아에 따르면 이 제품의 열전도율은 철물 대비 1/80에 불과하다. 이런 여러 가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자체 시공도 할 수 있다.

열교차단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정병은 대표.

어떻게 모든 면에서 좋은 점만 있는 자재가 있을 수 있나.

물론 단점도 있다. 시공이 까다롭지는 않은데 과정이 좀 복잡하다. 시공할 면에 먹줄을 띄워 표시하고, 구멍을 판 다음 또 일일이 콤프레셔로 먼지를 빼내야 한다. 이후 화스너를 박고 케미칼도 주입해야 한다. 여간 성가신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업이다. 때문에 이 제품은 시공자보다는 건축주가 꼭 알아야 할 자재다.

 

도대체 열교가 무엇이길래 그렇게 애써서 차단해야 하나.

열교라고 할 때 ‘교’는 다리 교(橋) 자를 쓴다. 말 그대로 열이 지나는 다리가 열교다. 주로 발코니나 지붕 등 파라펫에서 일어난다. 단열을 할 수 없는 콘크리트 매스가 만나는 지점이다.

자료제공 = 쉐크코리아
자료제공 = 쉐크코리아

그 정도의 열교만으로도 냉난방비에 많은 영향을 주나.

물론 에너지절감 효과도 톡톡히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결로와 그로인한 곰팡이 예방이다. 콘크리트 주택은 마르면서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특히 건축 후 첫해 여름은 집안 습도가 80%까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열교를 차단하지 않으면 결로와 곰팡이는 필연적이라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열교차단재를 사용하면 이러한 하자발생을 거의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패시브하우스를 고민하고 있는 예비 건축주에게 한마디 해달라.

사시사철 평생을 습도는 낮고 따듯한 지중해성 기후에서 관리비 없이 살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은 내가 직접 지어서 생활해 보고 내린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