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깃봉(旗捧)을 세우는 나무~Sumac
하늘로 깃봉(旗捧)을 세우는 나무~Sumac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3.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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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39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하늘로 깃봉(旗捧)을 세우는 나무~Sumac

 

보송보송한 병아리처럼

네 한 몸 세워서

하늘을 향하는 염원

깃봉으로 섰구나

 

봄 아지랑이 속에서 피운 목숨

겨울 다 가도록 이울 수 없어

퇴색된 갈옷 자락 여미며 서 있구나

목숨이란 서 있는 것

목숨이란 제 스스로 세우는 것

목숨이란 스러지지 않는 것

 

오늘도 바람결에 선 네 모습을 보며 

삶의 철학을 그려본다

 

슈막(Sumac)

당신은 ‘슈막’이라는 나무 이름을 들어보았나요? 저도 처음 이 나무가 옻나무과 나무라는 걸 이 곳 도서관 수목도감과 잡지에서 보고 알았답니다. 모르던 걸 알게 되었을 때는 그 기쁨이 크지요. 보지 않던 꽃과 나무, 새 같은 것들을 새로 알게 되었을 때의 남모르게 설레는 기쁨 같은 것을 이 나무에서 느꼈답니다.

우리 집에서 걸음으로 1시간여는 족히 되는 거리에 Sunny Brook & Wilkett Creek Park가 있다. 나의 자연과 벗하는 행보는 지금 세 갈래 정도가 된다. 하나는 다운타운쪽에 있는 한 온실형 식물원(Conservatory)이고, 자주 가는 마운트 플레전트 세미트리, 그리고 위의 파크를 거쳐 가는 에드워드 가든 행이다. 

위 Sunny Brook & Wilkett Creek Park에 이르는 길 주변부터 파크 내에서도 마치 군락을 이룬 듯 서식해 있는 모습은 기특하기도 하다. 사계절 내내 나뭇가지에 특유하게 국기봉 만하게 솟은 종실(種實)을 매달고 있다. 고국의 옻나무, 붉나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봄에 꽃과 함께 태동한 이 봉긋한 종실이 눈보라 몰아치는 겨울을 다 겪고도 헤지지 않고 매달려 있는 모습은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해서 더욱 애틋하다. 이 나무를 심심찮게 여느 집 앞 화단에서도 봄에 볼 수 있어 그 앳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보기도 한다. 

내 고향 부항댐에는 가을이면 두 나무 무리가 장관을 이루어 가곤 했는데, 주변 산에 식재된 낙엽송이 노랗게 물드는 것이고, 자잘하고 동그란 씨를 매달고 그 잎이 불그레하게 단풍이 드는 붉나무가 그것이다. 댐 산책길에서 보여주는 붉나무 군락은 이 곳 슈막과 좋은 대비를 이루는 한 폭의 풍경화가 아닐 수 없었다.       

산과원(山科院)에도 목재이용부 가는 길에 붉나무가 서 있고, 화목원의 조그만 연못 가에 옻나무가 서 있다. 옻나무 곁을 지나칠 때는 옻이 오르지 않게 조심스러웠고, 그래도 산과원 친정 식구들과 옻닭을 먹으러 가면 옻나무를 넣어 구수하게 삶아 낸 국물과 함께 쫄깃한 닭살을 호기스럽게 먹던 기억에 살며시 입가에 웃음이 돈다.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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