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계단이 있는 세종시 전원주택, 밝은 집
화려한 계단이 있는 세종시 전원주택, 밝은 집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2.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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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남측 외부 야경.

살짝 스쳐도 기억나는 사람이 있다. 상담 후 2년 만에 사무실을 다시 방문해 계약에 이르기까지, 돌이켜 보니 참 좋은 인연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내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던 부부의 인상은 온화했다. 그때부터였을까. 희미하지만 밝은 기운이. 살던 집이 늘 어두워서 “집이 밝으면 좋겠어요”라고 건넨 건축주의 이 한마디가 운명처럼 이 집의 이름, 밝은 집(Bright House)이 됐다.

주택 남측.
외부 남측도로.

전원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대지
세종시 도심지를 막 벗어나자 곧 전원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계 언저리쯤 될까? 대지는 이제 하나 둘 집들이 들어서고 있는, 산을 개발한 계단식 택지에 위치했다. 경사진 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니 만나는 장방형의 대지. 

대지는 남북으로 긴 형상을 하고 있고 도로보다 한 층 높은 위치에 지면이 형성돼 있다. 지면에 오르니 멀리 산도 보이고 그야말로 전원에서나 누릴 수 있는 풍경이 남측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도시 근교라고 하기엔 확연히 다른 풍경. 아마 건축주도 이런 모습에 반하지 않았을까. 전원의 여유로움과 인근 도심의 편리한 인프라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참으로 고즈넉하고 편안한 집터다. 

거실에서 마당.
외부 계단.

견고하고 깔끔한 첫인상과 열린 마당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이 참 중요하다. 주택도 마찬가지다. 본 건물의 매스는 한 개 층 높은 레벨에 위치하니 주택과 대면하는 첫 공간은 주차장 매스다. 레벨차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도로에서 지하로 진입하는 주차장을 계획했다. 

고민은 대문이었다. 보통의 주택처럼 도로에서 바로 보이게 계획한다면 너무 평범하지 않을까? 대문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는 깔끔한 느낌의 솔리드 벽을 설치하고 대문은 옆으로 진입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프라이버시 확보에 더 유리하고 은연중에 공간에 관한 기대감이 생기는 구조다.

주차장 벽은 마치 기단과도 같기에 견고한 느낌의 적벽돌을, 대문의 벽은 송판 노출콘크리트를 적용했다. 노출콘크리트의 상단에는 밖을 향해 오픈된 자그마한 개구부(계단을 내려올 때 드라마틱하게 보인다)를 계획해 집을 드나들 때 빛이 함께하기를 바랐다. 빛과 그림자가 조화된 공간. 빛은 주택을 향한 외부계단으로 시선을 이끈다.

진회색의 벽돌벽과 콘크리트벽, 거기에 더해진 빛.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첫인상이 좋은 주택이 됐다. 

외부계단을 오르면 초록의 잔디 마당과 마주한다. 건축주가 집터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인 전망 좋은 마당. 열린 마당이지만 도로와의 레벨차이로 프라이버시가 충분히 확보됐다. 꽃을 가꾸고 모래놀이 마당도 만들고 한여름 물놀이도 할 수 있다. 아이가 바라는 방아깨비와 곤충들이 함께하는 삶도 실현됐다. 파티 등 많은 수의 손님을 맞기에도 손색이 없다. 소소한 일상을 행복으로 채워주기에 더없는 공간. 마당을 갖다.

다이어그램

일자형 계단으로 풀어낸 대칭 ‘ㄱ’자 집
주택의 매스는 남측에 마당을 두고 ‘ㄱ’자. 정확히 말하면 대칭형 ‘ㄱ’자 형태로 계획했고 남향 및 동향에 면해 주된 실을 배치했다. ‘ㄱ’자 형태는 남향의 빛과 전망을 확보하면서 늦은 오후 시원한 그늘 마당을 제공한다. 

평면 계획 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각 층을 잇는 계단실의 위치와 형태였다. 건폐율 20% 제한으로 1개 층 최대 면적이 54㎡. 국민주택 이하의 규모에 필요한 기능을 충족하면서 시원한 공간(VOID)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이러한 갈증은 일자형 계단을 도입하면서 보완했다.

쫓기듯 급하게 혹은 모서리 어딘가에 설치된 계단이 아닌, 빛도 충분히 들어오고, 계단 중간에선 바깥마당도 내다볼 수 있는 계단을 제안한 것이다. 결국 일자형의 밝은 계단은 이 집의 주된 디자인 요소가 됐다. 계단하부는 긴 모양의 걸터앉거나 누울 수 있는 평상을, 평상 하부는 수납공간을 적용하니 일석삼조의 효과가 생겼다.

거실과 평상.

1층은 거실과 식당 및 주방, 화장실, 다용도실로 계획했다. 마당과의 접근이 쉽고 가족들이 주로 모이는 공간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길게 일자형 주방과 우측으로는 일자형의 계단에 면한 식당이 위치한다. 자연스레 평상은 식탁 의자로 가능해졌다. 

거실에는 놀이하듯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꽂이가 벽의 한 면을 차지한다. 데크와 접해있어 마당으로의 접근성도 좋다. 거실에서 내다보는 풍경은 목재 포치와 백색 수직벽이 이루는 프레임 속에서 마치 액자 속 그림을 보는 듯하다.

식당과 평상.
거실과 식당.
평상과 계단실.
식당.

‘밝은 집’에 걸맞은 리듬감 있는 공간
2층으로 가는 몇 개의 단(계단)을 오르면 마당을 볼 수 있는 창과 마주한다. 식당으로 채광을 유입시키고 마당을 내다 볼 수도 있다. 작은 공간에 VOID 효과를 주는 유일한 공간이며 백색 가느다란 난간은 공간에 리듬을 주어 단순하지만 깔끔한 디자인 요소가 됐다. 계단실은 남측의 긴 창 외에도 동측 데크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을 계획해 밝은 집에 걸맞도록 빛을 고려했다.

계단실.

2층은 부부방과 아이방, 욕실, 세탁실이 있다. 각각의 사적인 공간은 보다 조용하고 전망이 좋은 곳인 2층으로 배치했다. 아이방으로 가는 복도는 옷장 등 수납과 칠판, 책꽂이를 배치했고 책꽂이 상부로 빛이 들도록 높이를 천정에서 이격해 설치했다. 세탁실은 두 대의 세탁기와 한 대의 건조기, 벽면엔 열회수환기장치가 설치됐다. 다락은 전망이 가장 좋은 곳으로 남편의 서재와 아내 디자이너의 작업실, 아이 놀이방 등 다용도로 사용된다. 

부부방.
아이방.

WHITE & BLACK
건축주 부부의 성향을 고려해 외장재는 최대한 단순하게 모노톤을 적용했다. 다소 아담한 주택은 밝은 집에 걸맞게 백색의 파렉스를, 지하주차장은 견고한 기단의 느낌에 부합되도록 전벽돌을 적용했다. 푸른 잔디마당이 더해지니 따뜻한 느낌의 주택이 완성됐다.

다락.
다락.

5STAR 인증 주택
한국목조주택 협회에서 인정하는 5STAR인증을 획득했다. 단열은 우레탄폼 단열+가등급 외단열의 이중 단열을, 창호는 독일식 PVC 삼중시스템창, 공기 정화와 에너지 절감 및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위해 열회수환기장치(독일 ZENDR)를 적용했다. 또 남측 차양이 없는 부분엔 건축주의 요청으로 전동차양을 적용해 여름의 뜨거운 햇빛에 대응하도록 기술적인 기능도 더했다.   

글 = 서경화(플라잉건축사사무소 대표)
정리 = 서범석 기자

1층 평면도.
2층 평면도.
다락 평면도.

건축개요
프로젝트명▷밝은 집
대지위치▷세종시 장군면 대교리
용도▷단독주택
대지면적▷270㎡
건축면적▷53.83㎡  
연면적▷156.97㎡
규모▷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경골목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최고높이▷9.3m
외부마감▷스터코 플렉스, 전돌
설계▷플라잉건축사사무소
설계참여자▷서경화
사진작가▷유근종 

 

건축사 서경화  
1996년 이후 대, 중, 소규모의 건축사사무소를 거치며 계획과 실무경력을 쌓았다. 직장생활의 매너리즘에 설레임이 식어갈 무렵 조직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와 2012년 신나는 공간여행을 모토로 플라잉건축사사무소(FLYING ARCHITECTURE)를 오픈했다. 

건축사이자 미국친환경기술사이고 심의위원, 강의,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2014년부터 일반인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건강한 집짓기 토크쇼인 집톡(Ziptalkshow)에 참여하고 있다. 

유쾌한 반전을 좋아하고 우연이 만드는 인연에 즐거워하며, 복잡함보다는 단순함이 주는 명쾌함에 끌리고, 여유라는 이름의 다른 하나인 유머를 공간에 담고자 한다. 건축물 이외에도 가구, 제품, 전시까지 전방위적 디자인에의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