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나의 뜰
칸나의 뜰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2.08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무와 꽃이 있는 창 37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칸나의 뜰 

장금이 장독대 뒤로 건너가네
여름날 메주 띄운 간장, 된장 맛 보러
건너가는 장금이 머리에 홍초꽃 리본 하나 매달렸네

바람에 실린 나비가 앉을 듯 하다가 날아가고
고추 잠자리 한 마리 날아와 앉았네

가만히 돌아서 장독 들여다 보는 내 어머니 머리에도
바알간 홍초꽃 리본 매달린 날 있었지

 

홍초(칸나)
이 곳 가로(街路)에는 여름 들면서 화분대에 심겨져 함초롬히 꽃대를 뽑아 올려 빨갛게 또는 노랗게 핀 꽃을 대하게 된다. 홍초(紅草) 또는 칸나(Canna)라고 불리는 꽃이다. 그 밑에는 베고니아, 페튜니아와 같은 키 낮은 꽃을 발 밑에 피웠다. 잎이 긴 타원형으로 토란잎처럼 건강하게 자라서 한가운데 피워 올린 꽃 무리는 언젠가 궁중 사극 드라마 대장금(大長今 )에 나온 이영애의 뒷머리에 꽂힌 한 폭의 이쁜 리본을 연상케 한다. 잎은 밋밋하고 매끄러운 형태뿐만 아니라 무수한 빗살 실낱이 죽죽 벋은 것같이 좌우 대칭 평행맥을 이룬 모습도 더러 발견하게 된다.    

빼어올린 꽃 색은 붉은 색뿐만 아니라 노란색, 주황색도 있어 어쩌면 홍초라는 꽃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열스런 색인 빨강을 따르지는 못하기에 홍초라고 부른 것이 아닌가 한다.

내 고향 천변(川邊)으로 가는 길 아파트 단지 앞에 칸나, 에키나시아(Echinacea), 코스모스를 한데 심어 여름 한 철 눈을 즐겁게 해주던 당당한 꽃대의 여왕 꽃! 고아(高雅)한 여인의 품새를 지닌 꽃이다. 

그런데, 꽃말이 같은 꽃을 지칭하더라도 홍초가 동양적 여인의 이미지를 준다면, 칸나는 서양적 여인의 이미지를 준다.    

홍초보다는 조금 큰 잎새를 보이는 열대식물인 파초도 있어, 문정선이 부른 ‘파초의 꿈’과 가수 ‘수와 진’이 부른 ‘파초’의 노래가 있어 노랫말을 흥얼거려 본다.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현재 캐나다 거주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