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 들려준 이야기, 파우재
소나무가 들려준 이야기, 파우재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2.0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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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목조건축대전 수상작 시리즈 | 준공부문 입선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고 흙이 좋은 인제 현리.

봄과 여름 사이에는 송홧가루가 안개처럼 날리고, 겨울이 지나 초봄이 되면 탄탄하고 거름기 많은 흙냄새가 진하게 올라오는 곳이다.

4년 전 사이트를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이었다.

아름다운 현리 어은골의 파우재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 그곳과 어우러지기를 바랐다.

너무 드러나지 않고 어은골의 일부가 되어 동화되기를 기대했다.

2015년 가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18년 전면 수정 작업과 디테일 재해석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결실을 볼 수 있었다.

뼈대가 잘생긴 나무처럼

한옥의 처마선을 모티브로 삼아서 외부로 향하는 창문은 전부 1.8미터 이하로 낮췄다. 설계 의도는 투시도에 잘 표현되어 있지만 정확한 이해를 위해 현장에서 장면을 보면서, 대화로 해결했다.

거실 공간에서 바라보는 앞산과 한국화의 바위 군락 같은 전경은 툇마루에 나가거나 앉아야만 보이도록 유도하였다. 주방 영역에 한걸음 다가서면 계곡 저편 산릉선과 바위 군락의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한옥을 재해석 하여, 현대 목조주택의 장점을 살리고 싶었다. 우선 서까래를 그대로 연장해서 전부 노출시키고 입체적으로 저조도의 조명을 넣어서 부각시켰다. 안개 낀 날의 풍광이 최고가 되도록 만들어준 요인이다.

목조주택의 구조 뼈대가 잘생긴 나무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자연채광과 인공조명의 두 영역이 테두리에서 겹치도록 하였다. 욕실에도 천창을 두어 자연조명인 달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고, 전망창을 배치하여 잣나무 군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외장재는 흙을 주성분으로 하여 두껍게 바르는 흙미장을 선택하였다. 패턴도 일일이 그려서 소나무 껍질을 붙여놓은 느낌을 원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인근 산자락에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되었다.

4년의 세월이 알려준 것

목조에서 철근콘크리트로, 다시 목조로 돌아오는 4년여 시간 동안 건축주와의 대화를 통해 정말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었고 대비, 대조를 대입해가면서 합의를 이루었다. 너무 두드러져 풍치를 해치기를 원하지 않았으며, 새로 지어진 집으로서 존재감이 드러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랬기에 마지막에 파우재가 지어질 때는 축적된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려내면서 실행할 수 있었다. 파우재는 나에게 꾸준한 애정과 대화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글 = 해담건축 안태만 대표
자료제공 = (사)한국목조건축협회 / 해담건축
정리 = 서범석 기자

건축정보
위치▷인제군 기린면 현리 
지역/지구▷계획관리지역
건축구조▷철근콘크리트매트기초, 경골목구조
대지면적▷998m²(301.90평)
건축면적▷86.28m²(26.10평)
건폐율▷8.65%
연면적▷86.28m²(26.10평)
            1층 86.28㎡(26.10평)
용적률▷8.65%
설계▷㈜해담건축사사무소
시공▷해담건축CM
사진제공▷최진보

MATERIAL
외부마감▷지붕 - 진회색 아스팔트슁글
                벽 -   토로 보나토 흙미장
                데크 - 방부목데크재
내부마감▷천장 – 구조재노출 및 자작나무합판
                 벽 –   석고보드 위 친환경수성페인트
                 바닥 – LG 지인 강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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