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
닭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1.01.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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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35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닭 벼슬을 닮은 맨드라미

 

옛날 순교자는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온다고 하였다지

 

그리스도는 베드로에게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고 말 함에

 

베드로 부인(否認)하고 
나중 목 놓아 울었다고 하지

 

그 닭 벼슬 맨드라미는 
어릴 적 닭장 옆 화단 켠에서
한 여름 목을 곧추세워 피곤 했지

 

맨드라미
어릴 적 닭장 옆에 학교 화단에 맨드라미는 채송화, 마리골드, 과꽃과 함께 단골로 여름 한나절 피어있곤 하였다. 수탉 벼슬처럼 보드랍게 융단처럼 피어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브레멘 음악대’의 주인에게 버림받아 농장에서 뛰쳐나온 거리의 악사(樂士)들-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이 떠오르고,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을 때 망루(望樓) 어디쯤에 서서 목을 곧추 세워 울었을 애틋한 예언(豫言)의 닭이 떠오른다. 아니면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점순이의 감정이 이입되어, 나(話者)의 암탉을 줄기차게 좇아 벼슬을 쪼았을 수탉이 떠오른다. 

이 곳에서 만나는 맨드라미는 마치 고추장을 먹고 빨갛게 닭 벼슬을 한 맨드라미는 잘 볼 수 없고, 어찌 보면 뫼 산(山)처럼 솟은 것 같기도 하고, 바닥을 쓰는 빗자루 같기도 한 모습을 대함에 그 멋스러움이 떨어진다.     

내 고향에 유유히 흐르는 감천(甘川)을 사이에 두고 이른 아침 또는 저녁 무렵이면 어디에선가 닭이 꼬끼요~하며 울어대던 게 아련한 향수(鄕愁)로 다가든다. 

 

서진석 박사
서울대학교 1976년 임산가공학과 입학, 1988년 농학박사 학위 취득(목질재료학 분야) 국립산림과학원에서 1985년~2017년 연구직 공무원 근무(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평생을 나무와 접하며 목재 가공․이용 연구에 전력을 기울인 ‘나무쟁이’ 시집 <숲에 살아 그리운 연가 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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