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스테이의 절묘한 동거, 제주 삼달오름
주거와 스테이의 절묘한 동거, 제주 삼달오름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12.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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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목조건축대전 수상작 시리즈 | 준공부문 최우수상

제주의 품, 오름

건축주는 어머니의 집과 스테이라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충족시킬 수 있는 건물을 의뢰했다. 처음 어머니의 집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어머님의 품을 떠올렸다. 제주에서 생각하는 어머니의 품, 제주가 가진 자연의 품은 무엇일까? 무려 300개가 넘는 오름과 그 화산들이 가지는 움푹 팬 중심 공간이 떠올랐다. 따듯함을 가진 중심 공간, 그렇게 제주의 오름을 통해 이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다양한 관계의 가능성

제주에는 약 380여 개의 오름이 존재한다. 오름은 다양한 규모와 형태를 띠고 있으며, 한라산을 비롯하여 제주 전역에 분포되어 군락을 이룬다. 대개의 오름은 두 개의 각기 다른 중심을 갖는 타원의 형태다. 각기 다른 중심과 크기를 갖는 타원은 다양한 형태의 중심 공간과 오름의 동적인 능선을 만들어낸다.

위와 같은 기하학적 오름의 형태는 주거 및 숙박에 적합한 위요감과 주택 내부의 동적인 볼륨을 구성하게 한다. 삼달오름은 주거와 스테이가 혼합된 프로그램이다.

서로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주거는 개인적인 욕구를, 그리고 스테이는 불특정 다수의 광범위한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 그렇게 두 동으로 구성된 비정형의 오름 형태를 가진 매스를 땅에 배치했다. 오름이 품고 있는 중심 공간을 중정으로 치환하고 그 속에서 주택은 마당 본연의 성격을, 숙박시설은 놀이공간의 일부로 두었다. 직관적이지만 단순하지 않은 공간을 통해 다양한 잠재적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했다.

스틸 · 목재 · 콘크리트

목구조는 보편적으로 수직 수평 부재로 많이 쓰여왔다.

그것이 다양한 각도로 변화되면서 집합을 이루었을 때 정형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고, 이것은 이 건물에서 혼합된 구조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었다. 오름의 형상을 가진 건축은 복잡하게 휘어진 박공형 목구조의 지붕을 콘크리트 벽체와 중목구조의 상호 보완을 통해 지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내부에서 서까래 아랫부분까지 크게 열린 창들을 가지기 위함이었으며 콘크리트 보를 통해서는 구현할 수 없었기에 중목구조를 통해 보완했다.

또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내부에 목기둥이 노출됨으로써 실내공간이 한층 부드러워졌다.

목재로 만들 수 없는 휘어진 보 부재들을 원형 강관을 통한 철골로 해결했다.

내부에 목조 지붕의 서까래를 노출했으며 예로부터 한옥과 제주 돌집에서 보이던 지붕 구조재의 모습을 동일한 방법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기성재를 이용한 접합부의 디테일

콘크리트, 철골, 목구조의 하이브리드 구성으로 인해, 접합부의 디테일이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각 부재가 만나는 부분의 접합 상세는 위치별로 상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접합부의 연결철물 제작에 따르는 필연적인 비용의 증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목구조 연결철물 기성재를 이용한 접합 디테일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외장 마감재

곡면의 벽에 자연스레 어울리는 이형 벽돌 타일을 적용하고자 했다. 기성제품이 없어, 컷팅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었다. 벽돌의 원장이 컷팅되며 발생하는 단면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컷팅의 방향을 설정하였고, 기존 컷팅 방법보다 약 1/2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컷팅되어 규칙적으로 돌출되는 벽돌은 햇볕에 다이나믹하게 반응하는 입면을 구성한다.

지역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의 건축

대지와 장소가 가지는 지역적인 이미지가 직접적인 건축적 형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도시와 지역적인 측면에서 올바른 건축의 방법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삼달오름에서 보여준 직접적인 이미지화 된 건축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지역성의 이미지, 오랜 시간 풍경으로 담아 오던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투영시킨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설계자는 삼달오름이 우리가 우려하는 표면적으로만 지역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의 건축이 아니기만을 바란다. 

자료제공 =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정리 = 서범석 기자 

건축정보
위치▷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
대지면적▷865㎡
연면적▷170㎡
건축면적▷203㎡
규모▷지상 2층
주구조▷일반 목구조
준공일▷2019. 10.
설계자▷㈜포머티브건축사사무소 고영성, 이성범
시공자▷전성호
사진제공▷㈜포머티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