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인을 닮은 꽃~ 메리골드
아프리카 여인을 닮은 꽃~ 메리골드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12.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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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34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아프리카 여인을 닮은 꽃~ 메리골드

예전에 나 어릴 적
학교 화단에 채송화 다음으로 큰
너를 보았어.

 

그때 너를 백일홍이라 불렀지.
나중에 네 이름이 메리골드란 걸 알고 
조금은 부끄러웠어.

 

그래~ 꽃이름이란 참 묘하지
며느리밑씻개도 있구
사위질빵도 있구
애기똥풀도 있잖아

 

꽃만 보면 그만일 것 같은데
마치 아프리카 여인을 닮아 질긴 목숨 다하는
한여름의 정열(情熱)이랄까? 정념(情念)이랄까?

 

아프리카 고향이라도 생각나는 거니?
나의 메리 킴(Merry Gold) 아가씨! 
예전에 나 어릴 적
학교 화단에 채송화 다음으로 큰
너를 보았어.

 

그때 너를 백일홍이라 불렀지.
나중에 네 이름이 메리골드란 걸 알고 
조금은 부끄러웠어.

 

그래~ 꽃이름이란 참 묘하지
며느리밑씻개도 있구
사위질빵도 있구
애기똥풀도 있잖아

 

꽃만 보면 그만일 것 같은데
마치 아프리카 여인을 닮아 질긴 목숨 다하는
한여름의 정열(情熱)이랄까? 정념(情念)이랄까?

 

아프리카 고향이라도 생각나는 거니?
나의 메리 킴(Merry Gold) 아가씨! 

 

xx마리골드(Marigold, 금잔화)

원래 꽃 이름(본명)은 마리골드이지만 메리골드라고 부르기도 하여 정감이 있는 메리골드라고 부르기로 한다. 세미트리 한 귀퉁이 롱펠로우의 삶에 대한 시가 새겨져 있는 비(碑) 주위로 조성한 하트형 화단과 채플 앞 대칭형 구조의 프랑스식 정원에 소담스럽게 심겨진 주황색 아프리칸 메리골드(African marigold)와 연두색 프렌치 메리골드(French marigold)를 보는 것은 자그마한 즐거움이다. 그다지 야단스럽지 않은 꽃임에도 늦봄, 여름 내내 초가을까지 피는 끈기있는 생명력엔 감탄이 절로 난다. 그리고, 꽃잎에서 나는 특유의 톡 쏘는 듯한 향기라고 해야 할까, 그 냄새만으로도 그 꽃임을 알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마치 눈을 가리고 란타나(Lantana)나 라벤더(Lavender)의 잎을 손으로 비벼 코 끝에 대면 단박 그 식물이름을 맞출 수 있 듯이…  

언젠가 고향 오일장(五日場)에 말린 메리골드 꽃이 약재로 나왔길래 생각해 보니 강렬한 허브 향이 차(茶)로 목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맛보고 싶어진다. 언젠가 산과원(山科院)에 있으면서 남도(南道) 출장을 갈 때 들판에 자옥이 피어 있던 꽃을 보고, 자운영(紫雲英)이라든가 금잔화(金盞花) 비슷한 이름으로 부르며 시를 읊조리던 게 생각난다. 그 꽃이 자운영이어도 좋고 금잔화라도 좋다. 이제 메리골드가 금잔화임을 알고, 마치 원예가(園藝家)라도 된 듯이 그 꽃에 맞는 이름을 불러줄 수 있으니까…

이 꽃은 고향의 떠나가는 배 선실(船室) 모양의 화단(花壇, planter)에 가득 심겨져 여름 한나절 더위 속에서도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들고 마치 뫼르쏘라도 되는 것처럼  반항하듯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메리골드(Marigold)를 해자(解字)해 본다. 외국 여자 이름 ‘Merry’와 금(金, Gold)을 붙여 보니 ‘메리킴’으로 불러도 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 라일락이 미국으로 건너가서 품종 개량을 하여 고국에 들여온, 자잘한 꽃잎이 무리 지어 무수한 향을 뿜어주는 ‘미스킴 라일락’이 생각난다. 햇살에 노랗게 또는 주황색으로 피어 빤히 나를 쳐다보는 널 이제 ‘메리 킴’이라 이름 붙여 줄 수 있음은 나만의 향수(鄕愁)를 지킬 수 있게 하는, 너와 나 사이에 통하는 이름의 비밀로 맺어졌구나.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