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바라카(하부) 정원
몰타 바라카(하부) 정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20.11.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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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79
하부 바라카 정원과 알렉산더 볼 제독의 기념관

몰타섬의 그랜드 하버를 내려 보는 “하부 바라카(Lower Baraka)” 정원은 지난 회에 게재한 상부 바라카 정원에서 동북쪽으로 약 1㎞ 떨어져 있어 슬슬 걸어가면 15분 정도 걸린다. 몰타를 대표하는 이 자매 정원은 상부 바라카 정원이 1661년에 만들어져 1824년에 일반에게 개방된데 비해 하부 바라카 정원은 19세기에 만들어졌다. 몰타는 성(城)과 요새(要塞)의 도시라고 말 할 정도로 강화도 크기의 국토이지만 많은 성과 요새를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정원 모두 항구를 방어하는 요새의 보루(堡壘) 위에 만들어졌다. “성(聖) 크리스토퍼” 보루 위에 있는 하부 바라카 정원에서는 상부 바라카 정원이 있는 “사도 베드로와 사도 바울의 보루”가 눈에 잘 들어온다. 몰타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가 상부 바라카 정원인데 이 정원을 방문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이 하부 바라카 정원도 방문한다. 하부 바라카 정원에서도 그랜드 항구의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항구 건너편의 성안젤로, 성미카엘 요새와 항구 깊숙한 곳에 있는 부두도 보이고 특히 방파제로 둘러싸인 항구의 입구도 볼 수 있다. 정원의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중세 지중해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찬란한 항구를 유유히 드나드는 선박들이 바로 밑에 보인다.

하부 바라카 정원의 입구

상부 바라카 정원이 개선문 스타일의 관록과 무게가 풍겨나는 정문을 갖고 있는 것과 달리 하부 바라카 정원의 입구는 소박하므로 일단 방문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하부 바라카 정원의 크기는 상부 바라카 정원보다 약간 작으나 정원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꽃, 관목, 수목은 오히려 훨씬 많다. 뜨거운 지중해의 햇살 아래서 이들 식물은 화려하게 빛을 발하며 방문객을 맞아 준다. 지중해를 대표하는 올리브 나무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와 남태평양의 해안가에서 생육하고 있는, 수고가 높은 카수아리나(Casuarinaceae Casuarina sp.) 그리고 야자수와 소철도 보인다. 정원의 거의 모든 꽃과 관목도 지중해의 전형적인 식물답게 칼라풀하게 화사하다. 정원 한 가운데에는 작은 연못과 분수가 있고 바로 옆에는 로마, 그리스의 신전 모양을 한 큰 기념관이 나온다. 각종 화초와 수목으로 둘러싸인 이 기념관은 몰타의 초대 영국 총독인 알렉산더 볼(Alexander Ball) 해군 중장을 기념하는 건물이다.  

정원 테라스에서 본 그랜드 항구의  입구(사진 왼쪽방향).

1798년 6월, 나폴레옹의 프랑스 함대는 갑자기 몰타 앞바다에 나타나, 몰타를 지키던 성요한 기사단을 순식간에 제압하고  몰타를 점령하였다. 그 당시 나폴레옹이 1주일 동안 머문 건물은 오늘날 수도 발레타 시내에 있는 몰타 공화국의 외교부 건물인데 필자도 영웅이 머물었던 건물 속에 들어가 보려고 하였으나 건물이 대규모 보수 공사를 하는 바람에 유감스럽게도 들어가 볼 수 없었다. 당시 나폴레옹의 함대는 프랑스에서 이집트를 향하여 가는 도중에 몰타를 점령하였다. 한편, 프랑스의 숙적인 영국의 넬슨 제독의 함대는 나폴레옹 함대가 프랑스를 떠나 이집트로 출발하였다는 정보를 듣고 급히 프랑스 함대를 추격하였다. 그러나 영국함대는 프랑스 함대가 몰타를 우선 점령하기 위해 그랜드 항구 안에 들어와 닻을 내린 줄을 모르고 몰타섬 앞을 전속력으로 지나쳐버렸다. 만약 그때 영국 함대가 그랜드 항구 안에 들어왔더라면 프랑스 함대는 항구 안에서 포위되어 전멸하였을 것이고 나폴레옹도 죽거나 포로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보니 이집트에는 영국 함대가 먼저 도착하였고 얼마 뒤에 이집트에 나타난 프랑스 함대는 나폴레옹과 육군 병력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인근에 상륙시켰으나, 프랑스 함대를 찾고 있던 넬슨 제독의 함대에게 발견되어 알렉산드리아 동부 해상에서 처절하게 패배하였다. 해전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도주한 프랑스 군함들은 다시 몰타로 돌아갔고 이를 추격한 넬슨 제독의 부하 볼 제독은 몰타까지 따라가서 몰타 현지인들의 협력을 받아 프랑스 군대를 몰타에서 몰아내었다. 그 후 현지인들은 영국에게 자기들을 통치해 줄 것을 부탁하여 영국은 볼 제독을 1802년에 몰타의 첫 영국 총독으로 임명하였다. 우리가 오늘날 하부 바라카 정원 안에서 볼 수 있는 볼 제독의 기념관은 영국이 프랑스 세력을 몰타에서 몰아낸 것을 기념하여 1810년에 세워진 것이다. 그리고 이 정원 바로 밑에는 “몰타 봉쇄 기념종(Memorial Siege Bell)”이 네오클라식 형태의 종각 안에 설치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과 이탈리아군으로부터 몰타 방어를 위해 희생한 영국 군인과 민간인 7천명을 기념하는 이 종각 안의 종은 매일 낮 12시에 울린다. 이  종각은 1992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현지에 와서 오픈식을 하였다. 이렇게 그랜드 하버를 내려 보고 있는 한 쌍의 정원은 세계사의 굵은 물줄기를 두 번(16세기와 20세기)이나 바꾼 작은 섬 몰타가 가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되는 두 정원의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언젠가 몰타를 방문하게 되면 반드시 이 두 정원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글·사진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6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전북대학교 농업생명 과학대학 외래교수(4년),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 유튜브 채널 ‘권박사 지구촌TV’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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