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의 여인 바질(Basil)을 보며
허브의 여인 바질(Basil)을 보며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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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31 - 글 사진 서진석 박사

허브의 여인 바질(Basil)을 보며

꽃 가게 허브 코너에서 
너를 처음 보았지

봄부터 초록 치마를 두르더니
여름 한 철 쬐그만 깨 꽃 마냥
옥(玉) 매무새 향기 달더니만

가을 들어 판소리 한 마당
여섯 부채 한 데 모아
부채춤을 추는 구나

오! 한 꽃의 여인다운 삶이
네게 있음을 몰랐구나

잎 피우고 꽃 피워 허브 향기도 주고 
이쁜 열매 짓는 숙명의 길
말없이 즈려밟고 가는구나

 

바질(Basil)
한 포기 허브(Hub) 식물에서 삶을 본다. 스시(sushi) 집에서 얻어온 스티로폼 박스를 씻고 봄부터 여름내 그리고 겨울이 올 때까지 Basil을 키웠다. 봄, 여름내 잎을 따다가 샐러드를 해서 먹었다. 아내가 모듬전에도 넣어서 입맛을 돋군다. 이 곳에 와서 꽃집, 마트(Mart)에 진열해 놓은 동그란 잎의 Basil을 낯익게 대한다. 그 이파리가 향기도 은은하게 서향(瑞香)처럼 안겨 주더니, 왕성하게 대(stalk)가 위로 퍼져 조그만 그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 작은 부채춤을 추듯 원형의 테두리를 이루며 또 다른 생명인 씨를 잉태하며 쓸쓸하게 서리를 맞는 모습에서 우리네 인간의 삶을 본다. 새 봄에도 그와 함께 하고 싶다. 타원형으로 동그랗고 도톰한 잎의 향기와 자람새도 그렇거니와 새 봄 일찍 우리에게 선사하는 그 품새가 기특하기에…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