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꽃이 있는 창 28 - 글·사진 서진석 박사
그리움으로 왠 아이가 본 수선화
왠 아이가 보았네
물 가에 핀 노란 꽃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보다 큰
사랑의 아픔에 젖은 나르시소스
에코의 “너를 사랑해~”
메아리가 들려오는
숲 물가에 서 있다
“나도 사랑해~”
“너와 키스를 하고 싶어.
이리 와 줄래~”
물에 비친 외로운 제 모습
어쩔 수 없어
먼 산 바래기가 되었다
왠 아이가 보았네
오늘도 사랑의 전설로만 피는 너!
수선화(Narcissus, Daffodil)
가수 양희은이 부른 ‘일곱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의 가사를 떠올리는 봄이다. 노란 꽃이 이른 봄꽃이 분명하다. 화단 한 쪽을 노란 애기등을 밝히듯 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아스라한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전설이 떠 올라 다시 한번 그 모습을 보게 된다. 어찌 보면 동그란 테두리로 노랗게 환(環)을 두른 모습은 봄의 환희에 들떠서, 아니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전설로 공중에 치켜 든 조그만 나발(喇叭) 같기도 하고, 프랑스 혁명의 단두대로 스러져 간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을 감싼 노란 복식(服飾)같기도 하여 애잔함을 더해 준다. 그렇거나, 땅이 풀린 봄의 화단에 선명한 노란색으로 쭉 고개를 뽑아 올려 핀 모습은 늠연(凜然 )함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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