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간벌재 인증제도 “산림청이 맥을 잘 못 짚었다”
지역 간벌재 인증제도 “산림청이 맥을 잘 못 짚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7.29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산목재제품’ 우선구매 논란은 가중치 차등 적용으로 일단락 ‘실마리’
인천광역시와 부산광역시의 연접지. 사진 = 네이버 지도 캡쳐.<br>
인천광역시와 연접지. 사진 = 네이버 지도 캡쳐.

국산목재 이용 활성화를 위한 지역 간벌재 이용 인증제도가 오히려 국산목재의 고부가가치 이용을 방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정부 및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대상 ‘국산목재제품’에 수입 목재를 이용한 제품을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한 해묵은 논란에 ‘가중치 차등’이라는 해법이 등장했다.

산림청은 최근 ‘지역 간벌재 이용제품의 인증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목재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법률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은 지역 간벌재 이용제품을 인증 받은 목재제품을 우선구매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 간벌재 이용제품의 정의가 “해당 광역시·도 또는 연접된 시·도 지역 내에서 생산된 간벌재를 사용한 비율이 60% 이상인 목재제품”이라는 것. 연접지의 사전적 의미는 ‘연이어 접한 땅 또는 연이어 접한 필지’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목재산업을 대표하는 인천과 부산은 사실상 지역 간벌재 이용 인증이 불가능한 셈이다. 인천은 서울을 비롯한 경기 고양시, 파주시, 시흥시, 부천시, 광명시 등이 연접지에 들어간다. 부산은 경남 창원시, 김해시, 양산시, 울산시가 이에 해당한다. 모두 원목 생산이 거의 없는 지역이다.

때문에 국산목재 이용 활성화를 위한 제도가 오히려 국산목재 이용을 방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제도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인천과 부산 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은 간벌재를 사용하더라고 우선구매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 등에서는 국산재를 이용한 구조용 집성재를 비롯한 건축재와 가구, 인테리어재 생산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동화기업과 선창산업 등 국산 원목을 사용하는 목질보드 생산시설이 밀집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역 간벌재 인증에 있어 ‘연접지’의 개념을 전향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예를 들어 서울, 인천, 경기도를 ‘수도권’으로 하나의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법이다. 

나아가 CoC(Chain of Custody, 관리연속성) 개념을 도입해 생산지역에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간벌재를 이용한 제품에 대해 동일하게 인증을 주자는 목소리다.

부산광역시의 연접지. 사진 = 네이버 지도 캡쳐.
부산광역시와 연접지. 사진 = 네이버 지도 캡쳐.

인천 목재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표 수종인 낙엽송을 보면 주로 강원도와 충북 등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지역 간벌재) 인증제도가 이대로 시행되면 인천이나 부산에서는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활엽수 역시 최근 인천을 중심으로 한 생산업체에서 인테리어 및 가구재 등 부가가치 높은 제품 개발이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인천이나 부산처럼 목재산업이 활발한 곳에서 이용해야 국산 원목의 고부가가치가 생긴다”며 “산림청의 지역 간벌재 이용 인증제도는 맥을 잘 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경민산업 이한식 대표는 “주로 강원도와 경상북도, 제천 등에서 원목을 구입해 구조용 집성재(글루램)를 생산하고 있다. 민간시장 보다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중요한 수요처다”며 “인증제도가 이대로 시행되면 지난 1975년부터 5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 성신특수목재 김우성 대표는 “최근 전국 목재상들로부터 소나무를 비롯한 은행나무, 벗나무, 참죽, 느티나무 등 원목을 구입해서 인테리어 및 고급 가구재, 목재 소품 등 부가가치 높은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러한 제품들이 우선구매 대상에 포함되면 제품 개발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목재협회는 최근 지역 간벌재 인증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산림청에 전달한 상황이다. 개선방안은 △서울, 인천, 경기도를 ‘수도권’으로 하나의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지역 간벌재 이용제품을 이용하는 경우, 2차 가공제품까지 포함해서 지역 간벌재 이용제품으로 인증하는 CoC 제도를 적용한다 등이다.

목재협회는 “(현행 지침에 따르면) 인천지역에 소재하는 공장은 인천 및 연접된 서울이나 경기도 간벌재를 사용해야만 ‘지역 간벌재 이용제품’으로 인증 받을 수 있다. (인천은) 충청권이나 경상권 지역의 간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충청도나 경상도 지역의 간벌재를 사용하면 인증을 받을 수가 없다”면서 “현재 제정된 운영지침은 지역 간벌재 사용 확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오히려 국내 전체 목재 사용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국산목재제품 우선구매제도에 대한 논란이 국산 원목을 이용한 제품과 수입목을 이용한 제품에 가중치를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사진은 나무신문의 관련기사.
공공기관 국산목재제품 우선구매제도에 대한 논란이 국산 원목을 이용한 제품과 수입목을 이용한 제품에 가중치를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사진은 나무신문의 관련기사.

한편 공공기관의 우선구매 대상 ‘국산목재제품’에 수입목을 이용한 제품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고 있다. 

목재법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공공기관은 일정 금액 미만의 목재 또는 목재제품에 관한 조달계약에 국산목재 또는 국산목재제품을 일정 비율 이상 우선구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목을 이용한 목재제품 역시 ‘국산목재제품’이라는 게 생산업계의 해석이다. 반면 산림청은 법 취지상 ‘국산 원목을 이용한 목재제품’이라는 입장을 밝혀 업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산림청의 입장처럼 수입목을 가공한 목재제품이 국산 목재제품이 아니라면 선창산업에서 만든 합판도 ‘국산합판’이 아니게 된다. 이를 더 확대하면 수입 펄프재를 일정부분 사용해야 하는 무림페이퍼나 한솔제지에서 만든 A4용지도 국산 종이가 아니다. 

아울러 수입 목재제품의 원산지표시도 꼬이게 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중국으로부터 합판, 집성재, 루바와 같은 내외장 마감재 등 각종 목재제품을 수입해 ‘중국산’으로 표시해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제품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된 원목을 사용한 게 아니다. ‘중국산’으로 판매하면 원산지 표시 위반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시장에서 목재제품은 원목이 생산된 나라가 아니라, 제품으로 가공한 나라를 기준으로 원산지 표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최근 가중치 차등 적용을 골자로 하는 ‘국산목재 활용제품 우선구매 지침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산목재제품’을 △국산 원목을 이용한 ‘국산 목재제품’과 △수입목을 이용한 ‘국내산 목재제품’으로 세분화하고, 공공기관의 구매실적 관리에 각각 1.0과 0.5의 가중치를 적용하게 된다.

이에 대해 대한목재협회는 “‘국산 목재제품’ 여부는 수종 등을 통해 쉽게 구별할 수 있지만, ‘국내산 목재제품’은 수입 완제품과 구별이 쉽지 않다”며 “국내산 목재제품을 확인해 주는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