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의 역사에 예술을 입히다
특수목의 역사에 예술을 입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6.2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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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림목재, 서울 논현동에 우드슬랩 전시장 오픈
영림목재 이경호 회장.

우리나라 특수목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영림목재(회장 이경호)가 가구·인테리어의 중심지 서울 논현동에 우드슬랩 전시장을 전격 오픈했다. 이를 통해 목재의 가치를 높이고 대중화를 이끈다는 전략이다.

 

영림목재는 왜 역사가 되었나
‘특수목의 역사는 곧 영림의 역사다’는 슬로건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림이 특수목을 시작한 것은 악기재부터다. 영창악기나 삼익악기 등 악기 생산업체들이 수출을 주도하던 시절, 이때는 악기가 우리나라 수출 10대 전략품목 중 하나였다. 하지만 악기에 들어가는 목재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실정이었다. 이것을 국내 공급으로 돌린 게 바로 이경호 회장이다.

이때 영림목재가 공급하던 악기재는 하드메이플(단풍나무), 스프루스(가문비나무), 애쉬(물푸레나무), 앨더(오리나무) 등이다. 우리나라 ‘특수목’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특수목은 소나무류의 침엽수 계열 목재와 구별하기 위해 목재업계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가격이 비싼’ 활엽수 계열 목재를 지칭하던 말이 상품명이 된 경우다.

이후 영림의 특수목 역사는 부엌가구 쪽으로 이어진다. 승승장구하던 악기회사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시점에 한샘, 리바트, 오리표 등 부엌가구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지금은 MDF에 시트지를 붙인 가구가 대부분이지만, 이때에는 부엌가구에 주로 원목이 사용됐다.

부엌가구에 주로 들어가는 수종은 오크(참나무), 월낫(호두나무), 하드메이플 등이다. 부엌가구 다음은 흔히 후로링으로 불리는 강당이나 체육관 바닥에 들어가는 플로어링보드 시장이다. 이 당시 영림목재가 1년에 수입하는 특수목 원목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한 바퀴 돌리고도 남았다. 

이 회장은 돌연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2002년부터 2003년까지 1년 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연구원 자격으로 목재가공을 공부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영림의 역사에 ‘우드슬랩’이 등장했다.

논현동 전시장 외부전경.

예술은 어떻게 탄생하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이 회장은 오랜 준비 끝에 우드슬랩을 본격 시작했다. 10여 년 전의 일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우드슬랩은 4000여 매. 앞으로 1만매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도 우드슬랩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이번에 문을 연 100평 규모의 서울 논현동 전시장을 비롯해 3000평 규모의 인천 본사에 있는 1,2,3,4전시장이 모두 1200평이다. 또 이 뒤를 받치고 있는 게 바로 2만7500평 규모의 당진공장이다. 

인천 본사 제2전시장.
인천 본사 제1전시장.

본사 1,2전시장은 논현동 전시장처럼 완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곳, 3전시장은 1,2전시장과 논현동 전시장에 곧바로 배치될 수 있는 완제품이 대기하는 장소다. 4전시장은 3전시장으로 가기 위한 반제품이 보관된 곳. 우드슬랩용 원목은 북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일본, 동남아, 남미 등 전 세계에서 직수입한 50여 가지가 넘는다.

당진공장은 4전시장을 위한 장소다. 원목이 들어오면 우선 제재를 하고 4~5개월 동안 자연건조를 시키고, 이를 건조기에 넣어서 2개월 동안 서서히 기계건조 한다. 기계건조가 끝나면 건조기의 문을 열어놓고 15일 동안 기다리는데, ‘숙성’ 과정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건조기에서 꺼낸 우드슬랩은 다시 4~5개월 동안 다시 자연건조하는 양생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후 샌딩과 도장을 마치면 완제품이 된다.

제1전시장을 설명하고 있는 이경호 회장.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영림이 이렇게 건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우드슬랩은 건조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우드슬랩이란 게 ‘일이 년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는 말이다. 십 년 이십 년 평생을 함께하고 대를 이어서 사용하는 게 우드슬랩이다.

이는 충분한 부지와 원자재를 보는 안목과 구매 자금력, 건조와 같은 기술인력 등 목재에 대한 종합적인 능력이 갖춰져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 이것이 영림이 우드슬랩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원목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경호 회장.

이경호 회장은 “우드슬랩을 통해 목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목재에 예술을 입히다’는 슬로건을 걸고 가구·인테리어의 중심 논현동에 진출했다”며 “앞으로 부산과 제주에 이어 중국, 일본 등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경호 회장은 대우전자 무역부, 동양정밀공업 무역부 등 전자회사를 거쳐 1978년 영림목재에 승선해 키를 잡았다. 

대외적으로는 前피지명예영사, 前한국목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前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前 KS목재전문위원회 전문위원, 前인천고등학교 총동창회 회장, 前인천문화재단 이사, 前(사)목재산업단체총연합회 회장, 前국세청 제1기 자문위원, 現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회장, 現(사)한국목조건축협회 고문, 現한국목재공학회 이사, 現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 명예회장, 現대한농구협회 부회장 겸 남자농구국가대표 선수단 단장, 現(사)인천남성합창단 단장, 現원대학교 산림환경과학대학 연구초빙교수, 現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 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내년에는 다시 1년 간 일본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다. 

 


<우드슬랩 나무 수종>

느티나무 Zelkova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가구재나 바닥재 등으로 사용된 수종으로, 앤티크한 나이테와 부드럽고 엷은 갈색이 특징이다. 개체수의 지속적인 감소로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어 통으로 된 우드슬랩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가끔 물방울 무늬와 Curl 무늬를 보이는 경우, 1억 원이 넘는 가치를 지니는 물건도 있다. 

칠엽수 Marronnier
변재와 심재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전체적으로 담색 내지는 밝은 노란색을 띈다. 곧게 자라지 않는 특성 때문에 곡선형의 형태와 타이거 무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식탁 뿐 아니라 사무실용 책상용으로도 많이 사용되는 수종이다.

단풍나무 Hard Maple
단풍나무는 그 강도와 탄력성이 뛰어나서 볼링장 바닥이나 야구배트, 그리고 농구코트 바닥재 등으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 그만큼 단단하며, 백색에 엷은 주황색의 나이테가 들어가 있고 단풍나무 고유의 광택이 있어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호두나무 Black Walnut
월넛은 어두운 초콜릿 색을 띄며 은은한 무늬결을 가지고 있는 최고급 수종으로, 어떠한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린다. 변형에 대해 안정적이어서 가장 인기가 있는 수종 중 하나다. 충격에 강하고 강도가 좋으면서도 가공성이 뛰어나 원목가구로 많이 쓰이는 고급 목재다. 

샤벨 Sapele
진붉은색에 뚜렷한 검은색 무늬결을 갖는 샤벨은 악기재와 무늬목 등으로 많이 쓰인다. 내구성이 매우 뛰어나며, 그에 비례하여 무게도 무거운 편이다. 샤벨 마호가니는 심재가 옅은 갈색이고 변재는 황백색을 띄며, 마호가니의 대용으로 사용된다.

가링 Garine
국가간 원목 거래 금지 법률에 따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희귀종으로, 강도와 무늬, 희소성 때문에 가장 고가의 수종이다. 와인빛의 붉은 색을 띄지만 화려하지 않고 조명에 의해 더욱 빛나게 된다. 매우 단단하고 물방울 무늬 등의 특이한 무늬가 보여 얇은 두께로 모던한 가구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부빙가 Bubinga
자연건조 시 5년 이상 걸리며, 구하기가 어려워져 넓은 폭의 우드슬랩의 가치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심재는 적색/적갈색이며 자색의 줄무늬를 갖고 있다. 매우 단단하여 포인트 가구, 혹은 카페나 갤러리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몽키포드 Monkey Pod
변재는 흰색을 띄고 심재는 옅은 커피색을 띄며, 나이테는 선이 굵고 거친 결을 갖고 있다. 인더스티리얼한 분위기에도 잘 어울려 인기가 있는 수종 중 하나다. 앰버 우드를 중남미에 널리 식재하면서 멕시코 등지에 넓게 분포하고 있다. 레인트리, 아시안월넛이라고도 불린다.

웬지 Wenge
매우 단단한 나무로 변재는 흰색, 심재는 검은색을 띄어 색의 구분이 확실하다. 건조될수록 색상이 짙어지는 특성이 있으며, 제브라 형태의 무늬를 띄고 있다. 검은 무늬결이 무게감과 중후한 느낌을 주는 고급스러운 수종이며, 밟은 분위기의 모던한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린다. 한 번 건조할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건조가 완료된 후에는 변형 가능성이 매우 적으며 내구성과 병충해에도 강하다.

사이프러스 Cypress
히노끼나 편백나무로 많이 알려진 사이프러스는 침엽수 중에서 느리게 자라는 편이며, 물에 대한 내구성이 뛰어나다. 흰색과 핑크색이 오묘하게 조화되어 일본에서는 우드슬랩을 위한 최상의 수종으로 여겨진다. 넓은 폭의 나무가 많지 않기에, 주로 바(Bar) 형태의 테이블로 사용한다. 도장을 하지 않고 조습을 하면 편안한 사이프러스의 향이 방 안을 가득 메울 것이다. 

삼나무 Cedar
소나무와 비슷한 무늬를 띄나, 브라운 색상과 나이테가 매우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이전부터 일본과 미국에서는 식목을 하고 있는 수종이기에 다양한 사이즈와 선택의 폭이 넓다. 건조가 쉬우며, 가벼워 대중적으로 사용이 되고 있는 수종이다.

퍼플하트 Purple Heart
퍼플하트라는 이름 그대로 자주색 빛을 나타내는 수종으로, 인공적인 색감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급스러움이 나와, 화려하면서도 독특하여 인기가 많은 수종이다. 기본적으로 치수안정성이 있어 변형에 대해서도 안정적이며 내구성도 뛰어나다.

물푸레나무 Ash
색상이 밝으면서 나이테가 담황색을 띄고 무늬가 대담하여 가구재로 애용되는 수종입니다. 건조가 용이한 편이고 한 번 건조된 물푸레나무는 변형 정도가 적습니다. 보통 원목의 형태가 뿌리 부분과 윗 부분의 직경 차이가 있어서, 북매치 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물방울이나 버드아이가 존재하는 경우 상당히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우드슬랩 자료 제공 = 영림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