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 꽃
신라의 달밤 꽃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6.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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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24 - 글 · 사진 ; 서진석 박사

신라의 달밤 꽃

푸른 달밤이 되어도
왜 안 오시나요? 서방(書房) 님~

칠월 칠석이면
청운교, 백운교 달빛되어
우리 만날 수 있나요? 서방님~

석가탑 다 되도록
삼층 석탑 다 쌓도록  

수 천 번 꿈에라도 탑을 돌며
비원(悲願) 올리고 올리겠나이다~

아, 불국사 고혼(孤魂) 아사녀여!


Schilla
이른 봄날Cemetery 수목 밑 또는 여느 집 앞 잔디 위에 청남색(靑藍色) 꽃들이 자보록히 솟아났다. 그 세력은 봄이면 지천으로 피는 노란 민들레, 땅 위로 다소곳이 피어오르던 보라 제비꽃을 연상케 한다. 처음엔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인 자그마한 봉오리로 피어나 아직은 너무 추워서 고개를 움츠린 것처럼 입술이 새파래진 꽃의 생김새라니! 고국에서 보지 못한 한 무리의 꽃을 보면서, 지나가던 여인네에게 물어보니 영어 이름으로 schilla란다. 그 소리남이 닮은 ‘신라(新羅)’, 그리고 꽃색의 푸른 이미지를 ‘달밤’으로 이어 보았다. 

이렇게 하여, 옛 삼국시대에 망국 백제에서 석공(石工)으로 모셔와 불국사의 석가탑(釋迦塔)을 쌓고자 한 아사달을 떠올리고, 기다림으로 지새다가 낭군을 못 잊어 찾아갔으나 문지기가 “완성될 때까지 누구도 만날 수 없다”고 하는 바람에 그리움을 어쩌지 못해 불국사(佛國寺)가 바라보이는 연못(影池)에 몸을 던진 아사녀에게 닿아 보았다.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