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한옥마을 ‘덕선재’, 한옥의 본성을 깨우다

덕을 베풀며 살아가는 집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은평 한옥마을 ‘덕선재’. 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건축주 부부에게는 더없이 포근하고 아름다운 한옥이다. 이제 곧 군에서 재대하는 아들이 합류하면 완전체가 된다.

하지만 ‘더없이 아름답고 포근한 한옥’ 덕선재의 내부는 그렇지 못했다. 더구나 게스트하우스를 시작하려고 보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게 건축주 부부의 결론이었다. 그리고 당연한 수순처럼 구트한옥(대표 한도연, 소장 장순원, CEO 김상남)을 찾았다.

구트한옥은 지난해 은평 한옥마을에 지은 ‘월문가’로 국토부 선정 ‘올해의 한옥대상’과 서울시가 수여하는 ‘서울우수한옥’을 싹쓸이 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사무실이 은평 한옥마을에 있다.

새로움과 전통이 어우러진 한옥

외부에서 보이는 덕선재는 은평 한옥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층 한옥이다. 은평 한옥마을은 대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2층 한옥이 선호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한옥 트렌드를 즐기기 위한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고, 게스트하우스도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소나무 두 그루가 한옥의 정취를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소박하게 가꾸어놓은 작은 정원과 소나무, 그리고 기와를 얹은 담장의 벽체와 처마라인이 멋진 그림을 완성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의 지정 포토 존이 될 곳이다.

안쪽에서 대문을 바라보면 정갈한 느낌의 한옥과 하나하나 놓인 돌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재미를 더한다.

국산 소나무 대들보, ‘딱 봐도 한옥’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이 나온다. 옛날로 말하면 대청. 바닥에 시공한 전통 한옥 마루가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국산 소나무로 만든 전통 한식 마루다.

2층 게스트하우스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중문을 설치했다. 게스트와 호스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다.

계단을 올라가서 바로 보이는 2층 거실은 ‘딱 봐도 한옥’이다. 굵직하게 가로지르는 국산 소나무 대들보 위로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또 여기에 우리나라 산에서 자란 느티나무로 만든 좌탁이 ‘그대 왔는가?’하고 말을 걸어준다.

덕선재는 비로소 한옥이 되었다

‘굵직하게 가로지르는 국산 소나무 대들보 위로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한옥이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적어도 덕선재는 아니었다. 또 은평 한옥마을에 들어선 상당수 ‘한옥’들도 마찬가지다.

덕선재 내부는 중목구조주택에 가깝다는 게 구트한옥의 설명이다. 최근 중목구조 목조주택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식 주택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라는 것. 일본식 주택이 주로 150㎜ 각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덕선재는 이보다 조금 더 굵은 180㎜ 각재를 사용했다는 점을 쳐준 평가다.

구트한옥은 우선 이 180㎜ 각재 국산 소나무를 함수율 12%로 건조시킨 270×370㎜ 대들보로 교체했다. 또 같은 크기의 기둥도 덧붙였다. 한옥하면 떠오르는 소나무 기둥과 대들보가 ‘중목구조 주택, 덕선재’에 생긴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로 쓰일 2층은 흔히 ‘덴조’라고 불리는 천정으로 막혀 있던 서까래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서까래를 노출시키면서 30㎝ 정도의 특수 단열시공으로 에너지효율을 지켜낸 것도 포인트다.

아울러 일반 PVC창호를 뜯어내고 전통 한식 목창호인 ‘명가 한식창호’로 교체했다. 바닥재도 싹 다 뜯어냈다. 여기에 구투한옥의 형제회사 격인 구트구트에서 개발한 국산 소나무를 사용한 전통 한식마루를 깔았다. 9㎜ 자작나무합판 위해 3㎜ 원목 단판을 붙인 마루다. 구투구트는 소나무에 이어서 참나무, 느티나무, 느릅나무, 가래나무(호두) 등 7가지 전통 한식마루를 추가 론칭할 예정이다.

이밖에 서까래가 노출된 천정 회벽 위에는 미국산 친환경 페인트인 던 애드워드 페인트가 사용됐고, 벽지와 등, 조명도 한식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