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추를 단 독일 가문비나무
시계추를 단 독일 가문비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6.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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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23 - 글 사진 : 서진석 박사

시계추를 단 독일 가문비나무

긴 시계추 늘어뜨리고 있다
시간을 건네주는 시계 하나 걸려있다

 

어릴 때 뻐꾸기 시계가 거기 있다
그렇게 요람이 흔들리다가 
긴 추가 흔들리다가 멈춘다
멈춘 자리에 시간의 파문이 인다
눈을 감으면 고요한 끝없는 바다

 

한 그루 늘 푸른 바다가 일렁인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함성이 들리고
어른들은 그 바닷가에 눕는다

 

시계추는 여전히 하늘에 달려 있고
푸른 바다 한 그루는 이제 아이들의 몫이다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글,사진 ;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독일가문비 나무(Norway Spruce)
독일가문비로 알려진 침엽수의 영명이 Norway spruce이다. 왜 German spruce가 아니고 하필 Norway spruce일까? 저 극광(aurora)이 멋있다는 북유럽 원산이어서 그리 이름 붙은 걸까? 문익점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목화씨를 붓대롱에 넣어가지고 들여왔다는데, 북해 물 건너 독일 뭍으로 온 걸까? 우리 목화씨처럼 그런 비사(秘史)라도 있는 걸까? 여하튼 사막의 방랑자가 타고 갔을 낙타의 늘어진 목이랑 쳐진 겨드랑이 모습으로, 한나절 드리워진 주렴(珠簾)이라도 연상케 하는 특유의 나무 풍모(風貌)를 이 나무가 지니고 있다. 어찌 보면 그 유명하다던 스위스 알프스 뻐꾸기 시계추(錘) 모양의 구과(毬果)를 연직방향으로 늘어뜨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 나무 혼자 세상을 품고 사려는 나무같이 여겨져 바늘잎나무(針葉樹)인데도 마냥 푸근하게 느껴진다. 아마 큰 날갯죽지를 한번 펼쳐 펄럭이며 태평양을 단숨에 건너간다는 알바트로스(albatross)가 비상(飛翔)을 위해 저런 큰 날개짓을 하지는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