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목재시장 수급불안 “심각단계”
코로나19, 국내 목재시장 수급불안 “심각단계”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4.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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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원목부터 제재목, 펠릿, 강마루용 시트지까지 “셧다운 직전”
일부품목 벌써부터 가수요 “땅에 내려놓기도 전에 팔려나가고 있다”
전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 사태가 원목생산 및 공장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목재 수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인천 북항 원목 하역장 전경. 나무신문 D/B.
전세계로 확산한 코로나19 사태가 원목생산 및 공장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면서 우리나라 목재 수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인천 북항 원목 하역장 전경. 나무신문 D/B.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나라 목재산업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원목부터 제재목, 내외장 마감재뿐 아니라 온돌마루와 같은 목재와 연관된 품목들까지 전방위적인 공급 중단이 우려되고 있다. 

일부 품목은 4월부터 품절현상과 가수요가 붙으면서 가격이 올라가고 있으며, 5월과 6월 들어서면서 사태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분야는 원목 수급 상황이다.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원목을 수출하고 있는 뉴질랜드가 최근 4주간 전국 봉쇄(Lockdown)와 셧다운 조치를 내리면서 원목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생산된 뉴질랜드 원목(이하 뉴송) 대부분은 이미 중국이 싹쓸이하다시피 해서 한국으로 보낼 물량이 없는 상황이다. 뉴질랜드 현지에서 뉴송을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 두 곳 중 하나는 이미 수출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독일을 필두로 한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생산이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천정부지로 오른 컨테이너 화물운송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된 수출품을 싣고 건너가야 할 컨테이너가 없어지면서 생긴 현상. 4월 초 기준 운임이 20~30%까지 올랐다.

또 우리나라 원목 소비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산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소식통에 따르면 캐나다는 원목 생산을 중단했고, 미국은 아직 생산중단 상황은 아니지만 운송비 등 이유로 가격부담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서 ‘막차를 탔다’고 표현되는 미국산 원목 4월 선적분 가격은 20% 가량 올랐고, 기약도 없는 다음 선적분은 가격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제재목 시장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주요 제재목 수입처는 칠레, 브라질과 같은 중남미,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 북미 등이다. 

셧다운을 연장하며 공장가동을 중단시킨 러시아는 원목 수출길인 중국과의 국경도 폐쇄했다. 일부 시베리아 지역 제재소들이 당국 몰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는 있지만, 한국 수출물량은 아니다. 유럽과 칠레 역시 컨테이너 등 문제로 수출중단이나 마찬가지다. 

인천의 한 수입업체 대표는 “수출포장재 및 방부목용 제재목 일부 규격은 이미 품절됐다”며 “원목은 배가 들어와 땅에 내려놓기도 전에 가수요가 붙으면서 미리 팔려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원목은 분기별로 수입 오더를 내고 있는데, 지난해 제재목 경기가 워낙 안 좋아서 다들 주문량을 많이 줄였다”며 “재고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이번 일까지 겹쳤기 때문에 공급부족이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산 목재 사정도 심각하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나가 있는 국내 목재 수입업체 관계자는 6일 “14일까지 예정돼 있는 셧다운이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네시아 역시 중앙정부 차원의 셧다운은 아니지만 지방정부 단위의 통제가 시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관계자는 같은 날 “공장은 가동되고 있지만,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면서 “자카르타 같은 곳은 공무원들도 재택근무를 할 정도로 통제가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베트남은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움직이는 것은 허용되고 있지만,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은 중단된 상태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브라질 현지의 한 목재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중남미 전체가 X판이다. 정부에서 약이 없으니 레몬즙을 먹으라고 할 정도”라며 “남미는 이제 시작이고, 브라질은 거의 폭동수준에 가깝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자료 = (사)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자료 = (사)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목재제품 뿐 아니라 목재펠릿이나 강마루 원재료 등에도 코로나19의 그늘이 번지고 있다.

인천의 한 목재펠릿 수입업체 대표는 “가격경쟁력이 좋은 러시아산 펠릿이 들어오면서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산 펠릿 수입이 거의 중단된 상황이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러시아산 펠릿 수입이 중단됐지만, 이를 다시 동남아산으로 바로 돌릴 수도 없는 일이다. 출장도 못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 있는 모 업체 관계자는 “제재소고 펠릿공장이고 러시아 공장들은 다 쉬고 있다. 시베리아 쪽에서는 몰래 가동하고 있는 제재소도 있다는 소문이 있지만, 가동하다가 적발되면 큰 벌금을 내야한다. 개인이 약국이나 식료품을 사기 위해 돌아다니다 적발돼도 우리 돈 10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야 한다”고 전했다.

인천 강마루 생산업체 대표는 “강마루는 합판 위에 시트지를 붙이는 구조다. 시트지는 원지와 모양지가 있는데, 대부분 원지는 미국산, 모양지는 독일산을 쓰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다. 원지와 모양지 공급이 끊기면 강마루 생산과 공급도 중단된다는 얘기”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비교적 공급이 원활한 합판 역시 안심할 수많은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대 합판 수입국인 베트남은 자체 조림목으로 합판을 생산하고 있다. 때문에 다른 품목들에 비해 합판 수입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우리 업계의 진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베트남 역시 합판제작 시 갑을판 대부분을 중국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또 수입목을 이용해 갑을판 베니어를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적인 원목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중국을 거쳐 베트남 합판생산에까지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다.

한편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목조주택용 구조재 수급에는 이상이 없어 보인다. 주 시장인 미국 주택시장 하락으로 오히려 가격이 내려가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상종하고 있다.

캐나다산 구조재 수입업체 관계자는 “컨테이너 운송가격이 올라가면서 캐나다 현지 구조재 가격 하락효과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미국 시장 등 영향으로 20% 정도 현물시장 구조재 가격이 내려갔다”면서도 “선물시장은 중간이 없이 하안가 아니면 상한가를 하루건너 하루씩 오르내리고 있다. 그만큼 예측할 수 없이 불투명한 시장이라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