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일본 목조주택의 대부’라고 불리게 되었나
그는 왜 ‘일본 목조주택의 대부’라고 불리게 되었나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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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일본 세이호쿠(주) 후미오 카미야(FUMIO KAMIYA) 기사장(技師長)
후미오 카미야(FUMIO KAMIYA) 기사장.
후미오 카미야(FUMIO KAMIYA) 기사장.

‘일본 목조주택의 대부’로 불리는 후미오 카미야 박사가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구조용 합판을 개발해 일본식 목조주택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건져내고, 국산재 활용으로 임업까지 살려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이제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고층 목조건축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 흐름을 놓지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편집자 주>

일본 목조주택의 대부라는 소개를 받았다.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동경대에서 임산학을 전공했다. 당시에는 목조건축이 제일 인기가 없었던 시기다. 그런데 이때 동경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목구조를 연구하던 사람이 농과대학 교수로 초빙됐다. 그때는 건축학과에서도 목구조는 전혀 연구되지 않고 있던 시기였지만, 목재가 건축재료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렇게 건축학과에서는 끊긴 목구조 연구가 농대에서 시작된 것이다.

대학 졸업 후 합판회사에 취직했다. 3년 동안 근무하면서 당시 미국에서 개발된 LVL을 건축에 이용하는 일을 했다. 이후 삼림총합연구소로 이직했는데, 이때가 연구소가 동경에서 쯔쿠바로 이주하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 실험장비를 대거 갖추는 시기다. 이때만 기준으로 한다면 목재연구 시설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곳이었다. 

목조주택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건 언제부터인가.
삼림총합연구소로 이직한 때가 42년 전인 1978년이다. 2×4공법(경골목구조공법)의 북미식 목조주택이 일본에 전해진 해인데, 이때부터 북미식 목조주택을 기반으로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워싱턴주립대 교수가 내가 쓴 논문을 보고 직접 찾아와서 같이 연구를 하자고 할 정도였다. 경골목구조 주택은 일종의 미국식 재래공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에서조차 연구를 하지 않고 있었다.

목조주택에 구조용 합판을 적용했다고 들었다.
1988년에 미야기 현에서 큰 지진이 있었다. 이 지진이 의미가 있는 것은, 지진 전에 건축법이 크게 개정됐었는데, 개정된 건축법이 지진에 적합한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 결과 건축기준법이 내진설계에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부터 이를 보강하기 위한 연구가 대대적으로 시행되는 시발점이 됐다.

연구는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나.
내력벽과 바닥, 지붕 등 수평구면을 더 강화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가장 큰 수확은 구조용 합판을 쓰면 간단히 이 세 가지의 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이전까지 12㎜ 합판을 쓰던 것을 28㎜ 혹은 30㎜ 합판으로 대체함으로써 별다른 조치 없이도 지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여러 차례 지진을 겪으면서 북미식 목조주택이 일본 재래공법에 비해 지진에 훨씬 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일본식 중목구조의 위기였다.

이러한 일본 중목구조 주택을 위기에서 건져낸 것은 구조용 합판과 프리컷 공법 목조주택이다. 구조용 합판의 출현으로 목조주택이 지진에 약하다는 인식을 떨쳐버릴 수 있었고, 프리컷 공법으로 인한 대량생산으로 대규모 건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후미오 카미야(FUMIO KAMIYA) 기사장.

구조용 합판의 쓰임새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
처음에는 구조용 후판의 적용을 바닥면에만 중점을 두었다. 이후에 눈을 돌린 것이 바로 벽이다. 7.5㎜ 합판을 24㎜로 높여서 고강도 내력벽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는 또 비주택 분야까지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은 지붕인데, 24㎜ 후판을 사용하면 지붕 아래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잇점이 있다.

구조용 합판이 일본 국산재에 미친 영향은.
처음 구조용 합판 생산을 시작할 때는 러시아산 낙엽송이나 미송 등 외국산 원목을 사용했다. 이후에 임야청의 요구로 일본 스기(삼나무)를 이용한 합판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시 스기합판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험결과 합판이 두껍기 때문에 목조건축에서 요구하는 강도를 충족한다는 게 확인됐다.

또 28㎜ 합판은 9겹으로 제작되는데, 이것을 모두 낙엽송으로 제작하면 비중이 높아서 무겁다. 그런데 감을판(합판의 양쪽 표면)만 낙엽송으로 하고 나머지 7겹을 스기로 하면 강도의 차이는 거의 없으면서도 무게는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목수들의 작업성이 좋아진다.

일본 원목 생산량이 최저 연 1000만㎥까지 내려갔던 것이 지금 2200만㎥까지 올라온 데는 구조용 합판이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연간 430만㎥가 합판생산에 쓰이고 있다. 

앞으로의 목조건축 시장을 전망해 달라.
일본은 현재 전체 주택공급량의 50%가 목조주택이다. 단독만 따지면 83%에 달하고 있다. 이는 북미나 유럽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여러 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주택이라는 얘기다. 

특히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고층 목조건축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고층 목조건축 건설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목조건축은 3층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건축법을 성능규격으로 바꿈으로써 사실상 이러한 층고제한을 없앳다. 일본 정부의 관심도 높다. 예전에는 임야청 차원의 추진력이었다면, 지금은 내각 전체가 나서서 목조건축을 강조하고 있다. 산림청을 비롯한 한국 정부도 이런 세계적인 흐름에 더 늦기 전에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