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기 편한 집이 가장 좋은 한옥이지요”
“사람이 살기 편한 집이 가장 좋은 한옥이지요”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3.11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구트한옥 장순완 소장

지난해 은평한옥마을에 지어진 생활한옥 ‘월문가’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서 주는 관련 상을 휩쓸다시피하며 화제가 되고 있다. 해성처럼 나타나 월문가를 일으킨 구트한옥(대표 한도연, 소장 장순원, CEO 김상남) 또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북촌 한옥을 100채 넘게 뜯어봤다는 한옥디자이너 장순완 소장을 은평한옥마을 구트한옥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월문가는 건축사사무소자향헌이 건축주와의 협의, 건축계획, 설계 및 감리를 진행하고, 구트한옥의 전신인 구트구트에서 시공한 한옥이다. <편집자 주>

한옥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말해달다.
처음부터 한옥을 한 것은 아니다. 한식창호를 먼저 시작했다. 건축과 인테리어도 한 삼사 년 했다. 한옥을 시작한 것은 누가 ‘한 번 해보자’고 해서 우연하게 시작했다. 혼자서 시작한 것이다.

혼자서 시작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다. 창호를 한 경험으로 짜맞춤 정도로 시작했다. 누구에게 따로 배운 게 없으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니 빨리 배울 수 있었다. 그때가 20여 년 전인데, 당시에는 한옥 도면이란 게 없었다. 대목장이 합판에 대충 그린 것으로 집을 짓던 시대다.

한옥 디자인에 조예가 깊다고 들었다.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했나.
그 당시에 시작한 것이다. 대목장이 그린 도면이라는 것이 항상 새로울 게 없었다. ㄱ자 아니면 ㄷ자 도면이 전부였다. 다양한 디자인이 아쉬웠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아쉬운 내가 디자인을 시작한 것이다. 

어떤 디자인을 하고 있나.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시작한 것은 15년 정도 전이다. 지금은 100여 동의 한옥 모델을 가지고 있다. 100동이 들어가는 한옥단지에 모두 다른 한옥을 지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다.
기본적으로 ㄱ자나 ㄷ자, 8각, 6각, 5각 등 땅 모양에 따라서 디자인하는 것이다. 또 한옥은 나무의 길이가 한계인데,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다른 디자인이 나온다. 아울러 전통한옥 디자인은 수평적 개념만 있는데, 이것을 2층 이상이나 지하층까지 수직적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다. 또 실내를 아파트와 같은 현대 주거환경에 맞추다 보면 더욱 다양한 디자인이 탄생한다.

한옥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건축주들이 살기 편안한 집이다. 기능이 우선이고 모양은 다음이다. 그런데 대부분 건축주들이 이 모양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런 건축주들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
건축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설계를 하고 착공에 들어가기까지 보통 10번이 넘는 도면을 그린다. 그러면서 끈질기고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것이다. 그렇게 도면이 완성되면 건축사에게 보내 정식 설계도면으로 만들게 된다. 이 과정까지 보통 1년 가까이 걸린다.

디자인에 그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설계를 먼저 하면 수정하기가 어렵다. 집이란 것은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져야 한다. 때문에 현장답사도 최소한 두세 번을 나가봐야 한다. 또 옆집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건축주의 요구는 이러한 요소들이 반영되지 않을 초안이다. 

그냥 지어달라는 데로 지어주면 속편하지 않나.
그랬다가는 집 한 채 지어주고 여기(은평)에서 나가야 한다. 은평한옥마을이 조성될 즈음에 이곳은 난다긴다하는 업체들의 각축장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업체들을 여기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처럼 집 지어놓고도 사무실을 열고 있는 업체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옥은 지어놓고 1년 후에 건축주와 함께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지은 ‘월문가’를 말하는 것인가.
우리 구트한옥이 시공한 생활한옥이다. 2019년 한옥과 관련한 상은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100% 국산 소나무만 이용해 함수율 15% 이하로 건조해서 기밀이나 단열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올겨울 난방비가 옆집에 비해서 1/3밖에 안 나온다고 집주인에게 들었다. 

참고로 월문가는 건축사사무소자향헌이 건축주와의 협의, 건축계획, 설계 및 감리 등 전 과정을 진행한 한옥이다. 설계 납품이 다 끝난 이후에 자향헌의 소개로 구트한옥의 전신인 구트구트에서 시공한 작품이다. 이후에 내가 구트구트에 합류해서 구트한옥이 탄생한 것이다. 때문에 월문가와 나는 상관이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할 것 같다.

‘완벽했다고 평가’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핵심은 건조다. 지금까지는 한옥에 쓰이는 대형 부재들을 제대로 건조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었다. 조선시대 역사책에서나 나올법한 특수한 방법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주파진공건조기와 같은 것이 나와서 대각재도 얼마든지 건조할 수 있다.

그게 다인가. 북촌 한옥마을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들었다.
북촌에서 10년 정도 있었다. 그곳에서 100동 넘는 한옥을 개보수 했다. 단순한 것은 문 수리부터 큰 공사로는 기둥만 남기고 벽이나 지붕까지 싹 다 뜯어고치는 작업까지 해봤다. 때문에 한옥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누구보다도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한옥의 한계를 먼저 알고 있는 게 내가 좋은 한옥을 지을 수 있는 원천이다.


월문가
‘소통하는 집’ 생활한옥 월문가(月門家, 설계 자향헌건축시사무소, 시공 구트구트)는 정교한 내외부 공간구성으로 지형차를 잘 풀어낸 사례로 손꼽힌다.

특히 국내산 소나무를 100% 사용해 목재의 평균 함수율을 15% 이내로 건조시켜 갈라짐과 뒤틀림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목재 건조에 대한 문화재 수리표준 시방서에서 기둥의 목재 함수율은 24%다. 

월문가는 고주파 진공건조 공법을 적용한 목재 건조로 수축팽창에 의한 하자발생 요인을 사전 차단했으며, 뛰어난 단열성능으로 냉난방 비용을 절감시켰다.

월문가는 대지면적 204.7㎡의 작은 부지를 공간 확장을 통해 실생활의 편리성을 부여한 생활한옥이다. 지상 1~2층(99.68㎡)은 전통 한옥공법, 지하 1층(70.23㎡)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적용됐다. 여기에 마당 안채 사랑채 별당 민흘림기둥 등 전통한옥의 요소가 돋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