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업계 기침하니 제재소가 고뿔 걸린다
보드업계 기침하니 제재소가 고뿔 걸린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1.15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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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창산업·동화기업, 1월1일부터 남양재 부산물 입고중단 ‘통보’
“수입제품 유입이 원인”…산림청이 나서는 게 ‘가장 좋은 그림’

[나무신문 서범석 기자] 지속되는 건설경기 침체와 급격하게 치솟고 있는 수입제품의 시장 점유율로 인한 국내 합판보드류 산업의 위기가 제재산업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는 또 원목생산업으로까지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관계 당국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말 인천(이하 같은 지역) 선창산업과 동화기업은 그동안 MDF 원료와 보일러용 연료로 사용하던 남양재 제재부산물을 1월1일부터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통보해 남양재 제재소들을 일대 혼란에 빠트렸다.

제재부산물을 선창과 동화에서 ‘치워주지’ 않으면 공장 가동 자체를 중단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산된 제품이 판매되지 않고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 더 이상 새로운 제품 생산을 못하는 것처럼, 제재부산물 또한 마찬가지 이치다.

1월1일부로 선창은 남양재 부산물을 받지 않고 있으며, 동화에서는 입고 중단 조치를 해제했지만 속도조절에 나서는 상황이다. 

선창과 동화의 이와 같은 입장 차이는 그동안 사용하던 남양재 부산물 용도의 차이에서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화는 대부분 MDF 생산에 혼합사용한 것에 반해 선창은 합판 및 MDF 생산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선창은 생산설비 가동에 필요한 전기와 스팀을 생산하는 보일러 연료로 사용한 것. 인천에서 발생하는 남양재 부산물의 2/3는 선창에서 1/3은 동화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업계는 집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선창에서 두 개의 MDF 생산라인 중 하나의 가동을 중단하는 한편 효율이 높은 유동층보일러 한 기를 추가 신설하면서 그만큼 보일러 연료 수요 또한 감소하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 가격은 저렴하고 에너지효율은 더 높은 바이오SRF 연료까지 가세하면서 남양재 부산물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동화 또한 덮어놓고 받아들여서 MDF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지난해 7월과 8월 선창에서 생산라인 정비를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을 당시, 선창으로 가지 못한 부산물들이 동화에 쏠리면서 소진에 애를 먹었다는 것. 때문에 이번에는 선창의 입고 중단 소식이 전해지고 곧바로 입고 중단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양재 제재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선창과 동화 등 목질보드 산업에서 계속해서 사용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월간 남양재 부산물 발생량은 1000톤에서 1500톤 사이를 오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부산물 반출 전면 중단을 가정 했을 때 길어야 두세 달 안에 생산중단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곧 남양재 목재제품이 많이 쓰이고 있는 관급 조경공사와 인테리어, 가구 산업 등의 타격을 의미한다.

남양재 제재소 모 대표는 “MDF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은 풍부한 제재부산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아무리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도 며칠 말미만 두고 입고 중단을 통보하는 것은 ‘횡포’라고 밖에 이해가 안 간다. 제재소들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주는 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제재소들의 자력 ‘대책마련’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또 다른 제재소 대표는 “바이오매스 발전소에 (남양재 부산물을) 연료로 납품할 수 있는지 알아본 적이 있다”고 말한 뒤, “제재부산물은 미이용목재 등 다른 원료에 비해 REC 가중치에 밀려서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면서 “산림청 등 관계기관이 제재부산물에도 REC 가중치 2.0이 적용되도록 지정하거나, 제재업체들이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목재펠릿 공장 시설 지원 등을 하지 않으면 (제재부산물이) 발전연료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대표는 “제재소는 생산된 목재제품에서 수익을 내는 게 정상”이라며 “이제는 더 이상 부산물에 가격을 매겨서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 제재소들도 이러한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화기업 관계자는 “동화에서 지금까지 MDF 생산에 투입하는 남양재 부산물을 월 500톤 정도였다. 이를 1000톤까지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생산부분과 협의 중이다”면서 “하지만 남양재 특성상 투입되는 수지 양이 침엽수에 비해 30% 정도 많고, 작업능률이 떨어져서 생산단가가 MDF 한 장당 9000원 정도 올라간다. 때문에 한 번에 투입량을 크게 늘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남양재 부산물 사용을 늘린다는 것은 반대로 국내에서 생산된 활잡목의 투입을 줄인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국내 원목생산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선창산업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침체되고 수입산 제품이 늘어나면서 합판 보드류뿐 아니라 제재목 시장도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수입제품 유입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특히 MDF는 갑작스러운 수입량 증가로 대부분 생산업체들이 한달에 5일에서 7일 정도 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그 관계자는 이어서 “선창산업 또한 2개의 MDF 생산라인 중 한 개 라인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또 합판 생산라인 가동도 수입산 합판에 밀려서 예전만 못한 실정이다”며 “여기(생산라인)에 전기와 스팀 등 에너지를 공급하는 보일러 가동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최근 효율이 높은 유동층보일러 한 기를 신설했고, REC 가중치 1.5를 받을 수 있는 바이오SRF 연료까지 있어서 남양재 부산물은 더 이상 사용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제재부산물 중에서 목질이 거의 없어서 ‘쓰레기’처럼 버려야 하는 것이 있다면 받아서 일부분이라도 보일러 연료로는 사용할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지금도 원재료가 꽉 찬 상태여서 극히 작은 양만 수용이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제재부산물 등 폐목재 처리업체의 한 관계자는 “톤당 1만원 정도 하던 제재부산물 가격이 칠팔 만원까지 올라간 것은 MDF 생산업체들의 경쟁 때문이었는데, 이제는 MDF 업체들의 경쟁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뉴질랜드의 경우 톤당 1달러에 팔리던 톱밥이 지금은 제재소에서 거꾸로 돈을 주고 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제재소도 이와 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할 때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보드업계와 제재업계가 상생하기 위해서는 수입산 대비 가격에 밀려서 추락하고 있는 국내 보드산업을 다시 살려 가동률을 높이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라며 “에너지업계에 REC 가중치를 주는 것처럼 산림청에서 목재산업에도 이와 상응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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