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무궁화를 위한 기도
하와이 무궁화를 위한 기도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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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14 | 글·사진 서진석 박사

[나무신문 | 서진석 박사]

하와이 무궁화를 위한 기도

무궁화~ 무궁화~ 우리 나라 꽃~

너를 보는 순간 너를 아꼈어
무궁화와 닮았기 때문이야

그러던 어느 날 
집 앞에 버려진 너를 보았지

나의 뒤란 양지녘에 너를 심었어
살으라고 기도로 심었어

시들해진 잎 안쓰러웠는데
둥근 만다라 같은 꽃 
마치 부용을 보는 듯이 기뻤지

꽃 꼬투리를 열고 닫을 때
먼 고향 두고 온 무궁화가 생각났어

울타리 발돋움으로 피어나던
소꿉친구  달덩이 순이 생각이 나

흙 이불도 더 덮고
물도 너의 발 아래 부으며 기도했지

가을 줄기 떠나는 이파리 옆
작은 새끼 잎 매달아 살리는 
무궁 화 혼(魂) 거기도 남아 있음을…


하와이 무궁화~Hawaiian hibiscus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다. 조상대대로 우리 삶과 함께 한 나무가 소나무라면 무궁화는 정녕 우리가 아껴야 할 나라꽃이다. 이곳에서 길을 걷다가 연분홍 색 민낯을 보이는 무궁화를 만나면 고향 사람을 보듯 무척이나 반갑다. 그래서 혹시 저 집 주인은 한국인, 한국계가 아닐까 궁금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곤 한다. 

여기서 고국의 무궁화를 쏙 빼다박은 듯한 무궁화를 만나서 반가웠다. 저 무궁화를 보면서 고향생각을 잊기도 할 심산으로. 그렇게 환한 얼굴로 피어있다가 질 때는 말도 없이 어찌 저다지 곱게 제 꽃몸(花身)을 말아 줄기 마디에 붙어 있다가 똑 떨어지고 마는지… 누구는 벚꽃이 필 때는 활짝 피어 질 때는 언제 진다는 소식도 없이 우수수 바람에 날리는 것이 좋다는데, 질 때를 알아도 내색 않고 제 몸을 말아서 땅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우리 네 삶의 어머니, 그 참으며 기다리는 어머니를 보는 듯 해서 곱고도 마음이 아프다.

서진석 박사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