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주택 산업의 새로운 판이 열리는 것”
“목조주택 산업의 새로운 판이 열리는 것”
  • 서범석 기자
  • 승인 2020.01.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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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케이피씨씨(주) 김병채 센터장
김병채 센터장

[나무신문 서범석 기자] 최근 목조주택 시장에서 일본식 중목구조 주택의 인기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월 법인설립 후 최근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한 케이피씨씨(KPCC, 공동대표 김영진, 나가타 이키라)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8월 부임한 김병채 센터장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케피씨씨는 어떤 회사인가.
코리아프리컷캐드센터(Korea Precut CAD Center)의 알파벳 앞 자를 딴 KPCC, 말 그래도 일본식 중목구조를 위한 설계도면을 풀어내는 회사다. 한국의 삼익산업과 일본 하우스테크노의 합작법인으로 삼익이 51%, 하우스테크노가 4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당초에 프리컷 생산설비도 함께 갖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캐드센터만 설립된 것인가.
우선 이번에 캐드센터를 설립한 것이고, 내년 3월 경에 프리컷 설비도 갖추게 된다. 생산설비는 합작법인이 아닌 삼익산업 단독으로 설립, 운영될 계획이다.

캐드센터는 어떤 일을 하나.
프리컷 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구조재를 가공하기 위한 설계를 하는 곳이다. 중목구조 목조주택은 수없이 많은 나무 부재들을 조립해 짓는 집이다. 기둥과 보 등의 장부가공이나 홈가공, 창문부 가공 등 우리가 하는 일은 이 부재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본식 중목구조 목조주택은 어떤 형태로 진행되고 있나.
일본 나이스 사가 부산에 설립한 더나이스코리아가 설비를 갖추고 프리컷 생산에 나서고 있고, 그밖의 대여섯 개 업체에서 일본에서 프리컷 생산한 구조재를 수입해 시공하고 있다. 이들 모두 캐드설계는 일본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캐드설계와 프리컷 생산을 직접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일본식 목조주택은 말 그대로 일본식이다. 한국의 정서를 담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최근에는 건축주들 사이에서 이러한 한국식 정서에 대한 요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인터넷 등 통신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설계단계에서부터 건축주와의 면대면 의사소통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바로 주택시공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에서 설계하고 생산, 시공이 일원화된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목조주택 시장에서 일본식 중목구조주택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우리 한옥이 바로 기둥 보를 기반으로 하는 중목구조 주택이다. 때문에 정서적으로 북미식 경골목구조보다 정서적으로 친근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 현장에서 목수들이 손으로 가공해야 하는 것들을 공장에서 사전에 가공하는 게 프리컷(Precut)이다. 이를 통해 숙련된 기술자 없이도 품질을 표준화하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의 일본식 중목구조 주택의 인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 한국식 정서를 담아낼 수 있는 변혁 또한 필수적이고, 그것이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다.

주 타깃 시장은 어디인가.
콘크리트 주택 시장이 우리의 타깃이다. 건축주는 물론 시공사와 건축사, 설계사 등이 콘크리트 주택을 중목구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술을 보급하고 설계를 지원할 생각이다. 기존의 경골목구조 시장은 가격 등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 주택 시장이 중목구조 주택으로 전환시키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주택으로 설계된 집을 중목구조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어렵지 않다. 입면도와 평면도만 있으면 프로그램에 의해서 쉽게 전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재가 어디에 어떻게 몇 개가 들어가는 지, 자재산출까지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대략적인 비용까지 예측할 수 있는 잇점도 있다. 또 이 설계도면만 있으면 한국이 됐든 일본이 됐든 어떤 공장에서나 생산이 가능하다.

한옥이나 대형 주택단지 조성에도 적용이 가능한가.
우리 한옥이야 말로 ‘칸’으로 나뉘어진 모듈화된 주택형태다. 때문에 한옥에 프리컷이 도입되면 시공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됨으로써 활성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또 프리컷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현장에서 조립만하기 때문에 공기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단지개발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동식 주택의 양산도 가능해진다.

복잡한 도심에서의 가능성은 어떤가.
현장에서는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현장 폐기물이 거의 안 나오는 것 또한 프리컷의 장점이다. 조립도 하루 반나절이면 족하다. 기존에 복잡하게 형성된 도심공간 신축에도 유리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런 곳의 시공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앞서 기술보급을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우선 목조건축 관련협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 설계사와 건축사를 대상으로 한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강사를 초빙해서 전국적인 세미나를 개최할 생각이다. 또 아무 때나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모형주택 센터를 운영해서 시공 기술자를 양성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특히 전국 직업훈련소에 중목구조 캐드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를 아우르는 커리큘럼을 개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존 설계를 캐드로 풀어내는 시간과 비용이 궁금하다.
입면도와 평면도가 접수되면 시간은 3일 정도면 충분하다. 비용 또한 저렴하다. 일본의 경우 기본형 도면을 기준으로 평당 1100~1300엔 정도 하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도 아마 그 정도 선에서 책정될 것 같다. 이것은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대로 프리컷 가공을 위해 풀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우리의 목표는 프리컷을 확산시키고 나아가 한국식의 모듈화된 주택형태를 창출해내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합판이나 기둥 등 우리만의 규격화된 자재가 생기게 되고, 이는 곧 중목구조 목조주택의 저변확대는 물론 이들 자재를 생산하기 위한 목재산업의 새로운 판이 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