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건축, "제도적 원천봉쇄 당하고 있다”
목조건축, "제도적 원천봉쇄 당하고 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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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목조건축정책포럼 개최…비렁뱅이 산림청이 찬밥 더운밥 가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윤관석 의원, 박덕흠 의원이 주최한 제2회 목조건축정책포럼이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다.

[나무신문 서범석 기자] 목조건축 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 단독주택 위주의 수요를 다층 공동주택과 대형 공공건축으로 전환하기 위한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2월4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인 윤관석 의원, 박덕흠 의원 주최로 열린 ‘제2회 목조건축정책포럼’(의장 이상정)에서 건축정책학회 전영철 수석부회장과 국립산림과학원 심국보 연구관은 발제를 통해 이와 같이 주장했다.

심국보 연구관은 ‘목조건축의 발전과 세계적인 흐름’이라는 발표에서 “다층 공동주택의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규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법규의 개정은 공동주택에서 요구하는 내화 및 차음 성능시험의 수행을 통해 그 성능을 입증하는 것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국보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

심 연구관에 따르면 내화구조는 현재 한국산업규격에서 경골목구조 벽, 바닥 및 지붕틀과 구조용 집성재 보 및 기둥 등의 한 시간 내화성능 인정 표준구조가 있으나, 다양한 형식의 구조에 적합한 표준구조의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5층 규모 공동주택을 위해서는 고층 목조건축을 위한 건축재료인 구조용 집성재, 구조용 집성판, 건축 구성재료인 벽체와 바닥체에 대한 2시간 내화성능 인정 표준구조 개발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현재 지면으로부터 18m로 규정된 목조건축의 높이 제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심 연구관은 이에 대해 “지면으로부터 18m의 높이 제한에서 ‘지면으로부터’라는 요건도 검토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목재와 같이 가벼운 건축재료의 경우 기존 건물의 증개축에서 구조안전성 부분에서 유리하며, 콘크리트 건물 위에 추가로 목구조를 시공하는 경우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고려한다면 ‘지면으로부터’의 제한요건 완화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심 연구관은 “대규모 목조건축의 완공은 목재이용 기술의 혁신적인 발달뿐 아니라 친환경 재료에 대한 선호와 지속가능한 숲에서 생산된 목재의 이용, 탄소저장고인 목재의 장기간 사용과 목재로 대체하는 콘크리트와 철제 등 기존 건축구조재료에 의한 기후변화에 따른 저감효과에 기인한다”면서 “목재산업계와 정부, 교육 연구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영철 건축정책학회 수석부회장.

전영철 수석부회장은 ‘목조건축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및 정책방안’이라는 발제에서 “목조건축 선진국들은 이미 대형, 고층건축물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원천적 봉쇄를 당하고 있다”면서 “목구조 건축물은 지면으로부터 지붕높이 18m, 처마높이 15m, 연면적 30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 ‘건축물의구조기준등에관한규칙’은 없어지거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에 따르면 영국, 노르웨이,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은 목구조 건축물의 높이 제한이 없으며, 일본 역시 사실상 높이 제한이 없는 실정이다. 또 미국과 캐나다도 18층과 12층으로 높이 제한을 각각 완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법제도 틀을 바꾸는 것이 아닌 보완적인 방향에서 △내화구조, 방화구조 특례를 통한 대규모, 고층건물의 목조건축 가능성 타진 △공공건축물의 일정비율을 목조건축으로 권장 또는 의무화 △소규모 주택 등의 건실한 시공 및 점검 등을 통한 제도적 장치마련 △목조건축을 위한 홍보, 인력양성, 교육 등의 제도 마련 △목재를 이용한 건축재료의 발전, 상세도 및 시방서 보급 등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법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 부회장은 이를 위해 △건축기본법의 국가건축정책 5개년계획 속에 목조건축정책 포함 의무화 △(일본의 경우처럼) 복지시설, 노약자시설, 교육시설, 집회시설, 체육시설 등 신축면적의 일정비율 이내 목조건축 권장 혹은 의무화 △공공건축 지원센터에 목조건축 전문인력 배치 의무화 △건설산업기본법에 목조건축전문공사업 추가 등 법안 마련을 제안했다.

전 부회장은 “목조건축은 일반건축과는 다른 요소가 많은데도 일반건축과 같은 제도의 적용을 받고 있다”며 “아울러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를 통한 목재의 강도, 내화성능 등에 발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예전의 자연상태 건조목 수준의 건축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관석 의원은 환영사에서 “새로 지은 아파트에 라돈이 나온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린다”며 “앞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목조건축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위 자유한국당 간사 박덕흠 의원은 “세계적으로 목재를 초고층 건축재로 이용하는 녹색건축물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 특히 노약자나 어린이를 위한 복지시설은 대부분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지고 있어 법규정의 개정과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목조로 건축된 복지시설이 원만히 보급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하고, 필요한 법 규정은 개정해 나가면서 정부 관계기관과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포럼 이후, 제1회 목조건축포럼의 공동주최자로 나섰던 산림청이 2회 포럼에서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업계 내에서 커지고 있다. “1회 포럼 때와 마찬가지로 산림청에 참가를 요청했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를 들어 거부했다”는 게 포럼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포럼에 참석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목조건축 활성화야 말로 목재산업의 전후방을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며 “열일 제쳐놓고 지원하고 참가해야 할 산림청이 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솔직히 산림정책 협의를 위해 국도교통부 주무관 하나 만나는 것도 힘든 게 산림청 공무원들의 현실 아니냐”면서 “국회 국토위 여야 간사가 모두 주최하고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이 참석하는 자리를 거부한다는 것은 목조건축 활성화에 대한 산림청의 진심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산림청의 이번 포럼 불참은 남이 깔아 준 멍석을 외면한 것이고, 달포 굶은 비렁뱅이가 찬밥 더운밥 가리는 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