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이 헛돈 쓰고 있다”
“산림청이 헛돈 쓰고 있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12.06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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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날리는 목재산업박람회…2시부터 짐 싸는 참가업체들…“남아 있는 것은 시간낭비”
개점휴업  목재산업박람회 마지막 날 오후 2시경 풍경. 관람객들이 없자 참가업체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나무신문 서범석 기자] ‘목재 생산에서부터 소비문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목재행사’라고 자평하며 산림청(청장 김재현)이 주최한 ‘2019 WOODFAIR 목재산업박람회’. 하지만 참가업체들은 ‘산림청이 헛돈 쓰는 박람회를 개최했다’는 싸늘한 평가다.

박람회장에서 처음 만난 한 목재업체 대표는 “산림청이 헛돈을 쓰고 있다. 돈을 버리고 있는 것이다. 여러 박람회에 나가 봤지만 여기처럼 체계가 없고 관람객이 없는 박람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람회장에 관람객들이 가장 붐빌 시간인 일요일 오후에 나온 말이다. 

일요일 오후 2시부터 부스를 철수하는 업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4시가 되면서부터는 짐을 싸기 위해 작업하는 박스테이프 소리가 전시장 여기저기에서 적막을 깨기 시작했다.

2시에 이미 짐 싸기를 마친 한 업체 대표는 철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약속이 있어서 나간다”며 “더 이상 남아 있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냉기를 풍겼다.

인산인해  참가업체 관계자가 찍어온 같은 시각 메가쇼 현장 사진.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관람객이 붐비고 있다.

이와 같은 참가업체들의 불만은 기자가 취재를 위해 머문 3시간 여 내내 들려왔다. 

A업체 관계자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망한 전시회를 만들 수 있는 지 주최측에 묻고 싶다”면서 “다른 건축자재 전시회에 비해 관람객 수가 1/4도 안 되는 것 같다. 그나마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고 주최측에서 공짜 에코백과 화분으로 관람객들을 ‘호객’한 결과가 이 정도”라고 질타했다.

B업체 대표는 “다른 전시회를 보면 보통 6개월 전부터 일정이 나오고 포스터나 초대장 등이 준비된다”며 “하지만 목재산업박람회는 포스터나 초대장은 고사하고 한 달 전에서야 일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 자체적인 홍보물 제작도 못하고 나왔다”고 밝혔다.

C업체 대표는 “참가업체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관람객 또한 적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2시에 철수한다. 내려가서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D업체 대표는 “만족한다”고 말한 뒤, “어차피 기대도 하지 않고 나왔기 때문이다”며 “우리는 B2B 업체인데, 여기 와서 한 업체와 상담이 이뤄졌는데, 기대하지 않고 나와서 이 정도면 큰 성과다”고 비꼬았다.

E업체 관계자는 “3일 동안 명함이 딱 10장 나갔다. 참가 준비 시간이 넉넉해서 홍보물이라도 제작해 나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꼬집었다.

문전성시 전시회 마지막 날 관람객들에게 에코백을 무료로 나눠주던 주최측이 급기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에코백을 뭉텅이로 나눠주고 있다. 오후 4시경 촬영.

바로 옆에서 개최되고 있는 메가쇼에 다녀오는 길이라는 F업체 관계자는 “(인파로 붐비는 사진을 보여주며) 현재 메가쇼 모습이다. 우리가 목재산업박람회에 출품한 이유는 부스를 공짜로 받기 위한 게 아니라 홍보를 통해 돈을 벌기 위해서다”면서 “산림청은 피 같은 예산 써가면서 높은 사람들 불러서 테이프 커팅하는 사진이나 찍으면 그만인지 몰라도, 우리는 여기 나오기 위해서 막대한 돈과 시간을 투자한 사람들이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G업체 대표는 “지금까지의 목재산업박람회를 보면 다른 건축 전시회에 비해 관람객 수는 적었어도 목재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마니아들의 방문이 눈에 띄는 전시회였다”면서 “하지만 올해에는 그런 방문객마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시회 마지막 일요인은 화장실 가기도 힘들 정도로 바쁜 게 보통인데, 목재산업박람회의 마지막 일요일은 다른 전시회들의 평일보다 더 한가하다. 파리 날리는 수준이다”면서 “산림청이 전시회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알고 싶다. 전시회를 홍보하는 포스터 한 장을 보지 못했다. 홍보를 하지 않는데 관람객이 올 턱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자화자찬  ‘목재 생산에서부터 소비문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목재행사’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는 12월4일 산림청 Forest News 방송.

산림청의 목재산업박람회 예산 집행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같은 장소에서 한국임업진흥원 주최로 동시 개최되고 있던 ‘2019 청정임산물대전’ 참가업체 일부가 호텔 숙박비까지 지원받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목재업체 관계자들은 산림청과 임업진흥원이 목재산업박람회 예산을 임산물대전에 사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며 술렁였다.

이에 대해 한국임업진흥원 관계자는 “임산물대전은 별도의 한국임업진흥원 예산으로 집행한 것이다. 호텔 숙박비 지원에 대해서는 더 알아보겠다”고 답변한 뒤, 그날 오후 문자를 통해 “부스 지원 외에 (호텔 숙박비 지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알려왔다.

한편 임업진흥원은 전시회 3일 동안 총 2만535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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