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목재는 된다”
“국산목재는 된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11.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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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우드코리아 김상남 대표

[나무신문 서범석 기자] 우드코리아 감상남 대표는 거친 물살을 헤치며 나아가는 연어 같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일찍 목재산업에 투신해 성공도 했고 몰락도 경험했다. 강남 논현동 대형 전시장에서 성수동 4.2평 사무실까지…. 화려하게 부활해 2020년 또 한 번의 비상을 눈앞에 둔 그가 던지는 화두는 ‘국산목재는 된다’이다.   <편집자 주>

우드코리아는 어떤 회사인가.
 ‘프라이드 오프 우드’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1998년 10월 서울 논현동에서 사업장을 내면서 시작된 회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목재의 자존심을 지키는 작지만 강한 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처음 입문한 목재산업은 무늬목 분야다. 이 분야에서 내가 1.5세대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후 계단재나 합판마루 등으로 확장하면서 종합목재회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업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들었다.
돈을 ‘무지하게’ 많이 벌었다. 목재는 다 해보고 싶었다. 마루부터 계단재, 가구, 인테리어재까지 외국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한국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을 200번 이상 방문했다.

제조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무늬목 유통으로 사업을 연 직후부터 곧바로 가공도 시작했다. 무늬목 공장 운영이 목재 가공의 시작이다.

유통을 하면서 가공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소기업은 제조와 유통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내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유통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브랜드만이 내 제품이 될 수 있다.

GutDRY
GutDRY

국산목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당시 목재산업은 외산재를 위주였지 않나.
서른두 살에 창업을 하고 2002년부터 원목 수입을 위해 미국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 그렇게 미국에 갈 때마다 너무 ‘열이 받았다’. 우리가 손님인데 오히려 홀대만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너무 슬펐다. 어느 날 미국 출장길 비행기 안에서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나무도 있는데 왜 수입을 해?’

그 생각을 바로 실행에 옮겼나.
나무가 작으면 작은 데로 개발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개발한 제품이 ‘토박이’라는 브랜드로 출시한 엔드그레인마루다. 요즘 인기 있는 엔드그레인도마처럼 나이테가 위로 향하도록 한 제품이다. 현재 인테리어 감각에도 뒤지지 않는 디자인이어서 곧 재출시할 예정이다.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다.
건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전북대학교 이남호 교수를 찾아갔다. 15년 전 일인데, 그때부터 본격적인 일이 시작됐다. ‘토박이’에 대한 특허를 내고 계단재 및 루바 등 벽패널 등을 개발했다. 

목재 폴딩도어 및 바닥
목재 폴딩도어 및 바닥재
바닥재
바닥재

현재 목재시장에서 그 목재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 아닌가.
전북대 건조시설이 산업용이 아니다보니 생산량이 적었다. 샘플 수준의 제품을 만들어서 논현동 전시장에서 판매하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쳐도 공백 기간이 너무 길다.
2009년에 원목마루 생산을 시작했다. 원목마루 국내 제조는 내가 1세대인데, 이때 ‘쫄딱’ 망했다.(웃음) 논현동 전시장을 접고 4.2평 성수동 사무실로 옮겼다.

2009년이면 10년 전이다. 10년 동안 무엇을 했나.
부도낸 어음을 회수하러 다녔나. 10년 동안 100% 다 회수했다.

(쫄딱 망했는데) 어떻게 갚았나.
당연히 벌어서 갚았다. 성수동으로 왔을 때 한 폴딩도어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목재 폴딩도어를 만들기 위해 2년 간 3억을 들였는데 실패했다면서 도와달라고 했다. 그간의 목재 건조 노하우를 이용해 우드폴딩도어 개발을 완성하고, 대리점을 열었다. 이후 몇 년 동안은 정말 정신없이 폴딩도어를 팔았다. 논현동에 다시 폴딩도어 전시장을 오픈하고, 그렇게 버는 족족 갚았다.

그렇게 잘 되는데 굳이 목재업계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폴딩도어를 할 때도 손에서 목재를 놓은 적은 없다. 알루미늄도어나 썬룸 등을 판매할 때도 바닥이나 천정 등에는 꼭 목재가 적용되도록 했다.

목재업계로 돌아오면서 바로 국산목재를 시작한 것인가.
아니다. 건조기 개발부터 다시 시작했다. 경기도 공장을 세운 이유도 건조기 개발 때문이다. 2012년부터 건조기를 설치해 우드슬랩을 건조하면서 건조기 ‘구트드라이(Gutdry)’를 완성했다. 이제는 국산목재 개발을 위한 준비가 끝난 셈이다.

국산체리(벗나무)
국산체리(벗나무)
낙엽송테이블
낙엽송테이블

이쯤에서 국산목재 상품화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부에서도 안 하고, 목재업계 선배들도 안 하니 내가 하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스기(삼나무)와 히노끼(편배나무)를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게 바로 우리나라다. 사정이 이런데도 산림청이고 산림조합이고 어디 하나 나서서 제대로 개발하려고 드는 데가 없는 게 현실이다.

우리 목재가 가능성이 있나.
우리는 산림강국이다. 산림녹화 50년이 지나면서 돌아가면서 벌목을 해도 계속 생산할 수 있을 뿐더러 수종도 다양하다. 이것을 일본처럼 부가가지 높은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개발한 주요 수종과 제품은 무엇인가.
수종은 참나무, 소나무, 낙엽송, 느릅나무, 추자나무(월넛) 등 다섯 가지다. 제품은 한옥재, 중목구조재를 비롯해 원목마루, 조명, 체육관 마루, 집성 테이블, 계단재, 우드슬랩 등 수도 없이 많다.

느릅나무
느릅나무
느티나무좌탁
느티나무좌탁

국산재는 수입재에 비해서 가격이 비싸다는 말이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직경 25㎝ 참나무 가격이 톤당 23만원이다. 수급에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것을 우리 나무 성질에 맞지 않는 일본산 건조설비로 건조하다 보니 사달이 나는 것이다. 건조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부가가치가 있다.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1년에 1500채 정도의 한옥을 짓고 있는데, 거의 대부분 외산 목재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소나무 양은 한옥 2000채를 지을 수 있는 물량이다. 이것이 모두 정부지원의 부재로 값어치 없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나무 가격은 보통 톤당 5만원이나, 한옥재의 경우 ㎥당 35만원 정도 한다. 그런데 이것을 건조하면 100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그야말로 금덩어리가 되는 것인데, 정부에서 우리나무 사용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참나무(천연·탄화)
참나무(천연·탄화)
참나무소품
참나무소품
소나무(육송)
소나무(육송)

국산재 활용을 위한 정부의 우선적인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건조기 보급이다. 전국 150개 산림조합에 건조기를 설치해야 한다. 일본이 전국 산림조합에 스기와 히노끼에 맞는 프리 컷 기계 설치를 지원해 자국산 목재 사용량을 늘렸듯이, 우리나라도 우리 나무에 맞는 건조기를 보급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건조기를 갖추고 있는 몇몇 산림조합마저 일본산 건조기인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죽기 전에 우리나라 나무로 만든 내 브랜드 목재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내년 후반기부터 우리 나무로 만든 제품으로 일본, 미국, 독일 등 전시회에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