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F산업의 위기, 원목생산업과 바이오매스산업도 “위험하다”
MDF산업의 위기, 원목생산업과 바이오매스산업도 “위험하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10.31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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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제품이 빠르게 시장 잠식 중…원가의 45% 차지하는 원재료 원목 구입비용 경쟁국보다 300% 비싸

원목생산업자도 제값 못 받아 죽을 맛…산림청 개입해서 생산단가 낮추지 않으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
표1 : 최근 5개년 동기(7월 누계) MDF 수입중량 및 단가

[나무신문 서범석 기자] 국산 원목의 최대 소비처인 MDF산업이 무너지고 있다. 

이는 곧 원목 소비 감소로 원목생산업 붕괴와 목재생산이라는 임업의 근간까지 흔드는 지경까지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최근 산림청을 넘어 범정부적 차원에서 불붙이고 있는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에도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원목 생산량은 570만㎥ 정도로 집계되고 있는데, 이중 250만~270만㎥를 MDF 등 목질보드와 펄프업계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절반을 사용하는 셈인데, 목질보드에서 MDF 생산에 투입되는 양은 180만㎥ 정도다.

최근 REC 가중치 적용 등으로 산림청 등 정부차원에서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업계의 소비량은 70만톤 정도인데, 미이용 목재만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MDF 공장에 납품되고 있는 원목 가격은 20년 전 수준으로 곤두박질쳐진 상황이다. 이마져도 납품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 때문에 원목 생산업계에서는 생산을 포기하는 분위기 마저 감지되고 있다. 힘겹게 벌목해봐야 납품할 곳도 마땅치 않고 제값도 받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역설적이게도 국내 MDF 생산업계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이유는, 벌목업자들이 업을 포기해야 하는 고민에 빠질 정도로 낮게 책정된 원목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생산자들에게는 작업비도 안 나올 정도로 헐값이지만, 수입산 MDF와 경쟁해야 하는 보드업계에는 혀가 빠질 정도로 비싼 수준인 게 현실이다.

때문에 산림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벌목업자들의 원목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비를 낮춰서 산주와 벌목업자들의 수익은 높이면서도 수입산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보드류 생산업계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산림청이 조림비용의 산주 자부담 비율 10%를 없애고 원목생산업 기계화를 지원하는 등의 조치만으로도 20% 이상 가격을 내릴 수 있다는 게 산업계의 분석이다. 

표2 : MDF 수입량 상위 5개국 최근 12개월 수입시장 점유율

수입산에 시장 내준 합판산업 전철 밟나
국산 MDF는 거의 100% 가까이 시장을 잠식할 정도로 국내 목재산업을 대표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수입산에 밀리면서 불과 이삼 년 사이에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끝에 80% 이상 시장을 수입산에 내주고 있는 국산 합판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우려다. 합판생산은 수입원목을 이용했기 때문에 국내 원목생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지만, 국산 원목의 최대 소비처인 MDF 산업의 몰락은 사정이 다르다.

철옹성처럼 시장 점유율을 지키던 국산 MDF가 고전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 제조원가에서 경쟁국과의 경쟁에서 ‘게임이 안 된다’는 게 업계의 하소연이다.

최근 MDF 생산업계에서 모 산림관련 기관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도표참조, 기사 전체>, MDF 전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고 있는 목질 원재료의 비중은 45% 수준이다.

그런데 국내 생산업체의 원목 구입가격은 톤당(이하 같은 기준) 7만5000원인데 반해, 뉴질랜드는 4만원, 베트남 3만5000원, 태국 2만5000원으로 각각 집계되고 있다. 수입 MDF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태국에 비해 원재료 목재 구입가격이 300% 비싼 셈이다.

표3 : MDF용 국산원목 공급추이

MDF산업 망가지면 바이오매스 불도 꺼질 것
국내 원목 생산단가를 낮추어서 산주와 원목생산업자의 수익을 늘리고, 동시에 MDF 생산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산림청의 과제라는 목소리다. 

더 이상 늦추면 합판처럼 MDF 생산업이 무너지고, 이는 또 도미노처럼 원목생산업과 임업을 고사시킬게 불 보듯 뻔하다는 것. 힘겹게 불붙이고 있는 바이오매스 산업도 땔나무 없는 빈 아궁이처럼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가장 먼저 거론되는 방법은 조림비용의 산주 자부담이다. 현재는 벌채 후 재조림 비용에서 10%를 산주가 부담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고스란히 원목 생산업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현재 산주자부담으로 지출되는 비용은 ㏊당 80만원 정도인데, 내년부터는 90만원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게 원목생산업계의 분석이다. 이를 없앨 경우 원목 가격은 톤당 5000원 정도 내려가게 된다.

산림의 공익적 기능과 기여도가 강조되고 있고, 산주에게 가해지고 있는 각종 재산권 행사 제약 등을 감안하면, 조림시 산주 자부담을 없애는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목소리다.

아울러 현재 벌채 주체는 원목생산업자이고 정리작업과 조림은 산림법인이나 산림조합으로 이원화된 것을, 벌채와 조림까지 일원화 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임내정리나 조림비용이 내려감으로써 국가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원목 가격도 3000원 정도 내려갈 갭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표4 : MDF용 국산원목 재고추이

제재소 현대화 지원사업처럼 임업기계화도 지원해야
임업기계화도 생산단가 하향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꼽히고 있다. 임업 전문 장비 등록제를 실시해 농기계처럼 면세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특히 기계화는 작업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생산량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산림청의 적극적인 구입비 지원이 요구되는 포인트다. 기계화로 인한 원가 절감 효과는 5000원 정도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원목생산업협회 이병학 회장은 “조림비용 산주자부담은, 제도는 있었지만 실제 시행되지 않고 있다가 2010년 강원도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되면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말이 산주부담이지 원목생산업자가 부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신원섭 산림청장 취임 때부터 이를 알리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림청은 지금까지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하고 있다. 조림비용에는 산주자부담이 있지만 사후관리는 100% 보조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지에 따라 조림비용 자부담도 충분히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임업기계화가 필수적인데, 비용이 30억에서 40억 정도 소요된다”며 “이를 열악한 원목생산업체가 부담하기는 힘들다. 제재소 현대화 사업처럼 이 부분에 대한 산림청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업기계화는 또 산림청에서 높은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산림바이오매스 산업에도 큰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현재는 벌채가 대부분 단목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기계화가 되면 이를 전목과 전간작업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목작업은 산에서 나무를 베어내 1.8m나 2.2m로 잘라서 원목만 가지고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전목벌채는 밑둥만 한 번 자르고, 전간벌채는 긴 나무를 한두 번 더 잘라서 가지를 포함한 나무 전체를 수확하는 것을 말한다.

바이오매스에서 REC 가중치 2.0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가지 부분이다. 직경 6㎝ 이상은 가중치 2.0을 받을 수 없는 원목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현재 기계화 되지 않은 단목벌채 현장에서는 10㎝ 이하도 생산성이 없어 거의 자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표5 : MDF 생산 및 재고

REC 가중치로 인한 이익 산주에겐 그림의 떡
기계화는 이처럼 원목 생산량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그동안 수거하지 않던 잔가지까지 수확해 판매할 수 있어서 산주와 원목생산자의 소득은 높이면서도 원목과 바이오매스 원료 가격은 더 낮추는 선순환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바이오매스에 부여되는 REC 가중치는 원목생산업자와 산주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목소리다.

원목생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REC 가중치가 부여된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서 산주와 원목생산업자가 이익을 보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한 뒤, “목재펠릿을 만들어 발전소에 납품하는 가공업체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REC 가중치로 인한 이익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고가 들어가 생기는 이익이라는 점에서 산주와 원목생산업자에게도 투명하게 이익이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산 원목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MDF 생산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림청이 국산 원목의 신수요 창출을 위해서 ‘산자부의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바이오매스 산업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창출된 신수요가 기존 목재업계의 수요를 갉아먹는 것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기존에 국산 목재를 잘 사용하고 있는 보드나 펄프, 제재 등 목재산업에도 REC 가중치와 유사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표6 : MDF 원재료 변화 추이

원목생산 없으면 목재산업과 바이오매스산업도 없다
보드와 펄프, 발전용 바이오매스에 국한된 국산 원목의 판로확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생산되는 국산원목은 500만㎥에서 많게는 600만㎥ 가까이 집계되고 있는데, 보드와 펄프, 바이오매스를 다 합쳐봐야 300만㎥를 넘나드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가로수 전지목이 미이용목재로 추가되는 등 원재료는 더욱 많아지는 상황이다. 생산단가를 낮추는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분석이다.

판로확대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지산지소(地産地消) 개념의 지역분산형 바이오매스 산업이다. 

목재재활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원목가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물류비용이다. 원목가격 7만5000원 중 1만5000원에서 2만원이 운송비다. 여기에 벌목현장에서 발생하는 집재 및 소운반, 상차비용도 3만5000원 정도 발생되고 있다”면서 “세금 등 제반비용을 제외하면 산주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 원목가격은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고 집계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산지소 개념의 지역분산형 바이오매스 산업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며 “온수공급을 주목적으로 하는 지역분산형은 대형 전기생산 위주의 바이오매스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질바이오매스 에너지 효율은 전기만 생산했을 때는 15~20%밖에 안 되지만, 난방은 85%, 난방과 전기를 함께 생산하면 90% 이상까지 올라간다”면서 “산림청이 바이오매스와 산림정책에 대한 철학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표7 : 국산 원목 1톤당 평균생산 단가표(150톤/1㏊ 기준, 생산비용)

한편 원목생산업협회 이병학 회장은 “9만5000원까지 하던 4년 전 원목가격과 대비하면 지금은 25% 정도 내려간 것인데, 20년 전 가격으로 되돌아간 수준”이라며 “산판에서 납엽송과 같은 일부 제재용 목재가 나오기 때문에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더 이상 가격이 내려가면 생산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끝으로 “지금도 (원목생산업자들) 반 이상이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며 “원목생산을 할 수 없으면 보드나 펄프, 바이오매스산업도 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