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 나무
우리 아버지 나무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1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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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꽃이 있는 창 9 | 글;서진석 박사

[나무신문 서진석 박사]

내 아버지 술 한잔 거나하게 하고
고개를 넘어 오시네
괴나리 봇짐 지고 그 무게에
등허리 굽으셨네 
곱단이 시집 간 딸 맞으러/ 별 총총 뜰 때까지 서 계시네. 

할아버지는 나무 장수였네
이른 아침이면 나무장작 한 지게 지고 장을 나섰지
오리 십리 시오릿길 마다 않고
어떤 땐 소(牛) 앞세워 나서곤 했지
오늘도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
구부정한 등에 달빛 지고 고개를 넘네.

 

소나무~ Scots pine(Pinus sylvestris), Austrian pine(Pinus nigra), White pine(Pinus strobus)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애국가 2절에도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칠갑을 두른 듯…’하고 나오지 않는가. 선인들은 소나무 그림을 즐겨 그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제주 유배지에서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歲寒圖)이다. 십장생(十長生)에도 학, 거북과 함께 소나무가 들어있다. 또한, 단종을 보위하며 죽음으로 올곧게 맞선 사육신 성삼문은 애절한 시조 한 수를 남겼다. ‘이 몸이 죽어가서 무엇이 될꼬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그 뿐인가! 조선시대 세속을 잊고 보길도에 숨어산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에도 수석송죽월(水石松竹月)이 나오는데, 이렇게 읊고 있다.

더우면 꽃 피고 추우면 잎 지거늘/ 솔아, 너는 어찌 눈서리를 모르느냐/ 구천(九泉)에 뿌리 곧은 줄을 그것으로 아노라’

소나무 하면 비바람, 눈보라 온갖 풍상에도 푸르럼을 잃지 않고 제 삶을 지켜내는 바늘잎 나무(針葉樹)의 속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 올곧은 선비 정신, 곧, 지조와 절개의 대명사로 불리우고 있다. 어릴 때부터 동네 뒷산에서 소나무를 벗하며 살았기에 더욱 정감이 가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죽어서도 남자는 소나무 관, 여자는 오동나무로 관을 짠다고 하지 않던가.

이곳에서 만나는 소나무엔 대표적으로 세 수종이 있음을 발견한다. Scots pine, Austrian pine, White pine이 그것이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이 세 나무를 보면서 황색인종, 흑색인종, 백색 인종을 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잎, 줄기, 종실(구과), 게다가 자람세(樹形)를 보노라면 흡사 세 인종의 인상을 가진 듯 해서 “피는 못 속이는가!” 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짐을 어쩌랴.

세 나무 중 제일 정감이 가는 것은 우리 소나무와 같이 붉으스럼한 기운이 돌고, 얇은 부스럼이 난 듯한 살갗(껍질, 樹皮)을 지닌Scots pine이다. 게다가 봇짐에 견뎌내기라도 하듯 등어리를 굽히고 가까스로 하늘을 우러르는 모습, 몽툭한 고추를 대하듯한 그의 종실을 보면 영락없는 한국인-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대하는 느낌이다.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서진석 박사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 정년퇴직
현재 캐나다 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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