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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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상기 기자
  • 승인 2007.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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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상자에 고이 모신 슈퍼패널

삼성의 비자금 로비 사건을 처리키 위한 특별법 통과를 두고 말이 많은 요즘이다. 그 와중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물건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비자금을 담아 전달하던 종이상자다.
고백의 주인공인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이 종이상자가 만원권 지폐를 가로로 3개, 세로로 2개 들어갈 크기로 특별 주문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를 넌지시 비쳤고, 이에 경찰이 증거확보를 위해 종이상자 출처를 캐고 있다는 보도가 연일 귓전을 맴돈다.

이런 최근의 방송 탓인지 종이사장가 근래 머리 안에 각인돼, 가끔 그 종이상자를 다시 꺼내 정황을 요리조리 상상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연에 일치일까. 혹시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격이 비슷한 종이상자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다름 아닌 이건산업에서 만든 슈퍼패널 샘플북이다. 샘플북 하면 보통 데코시트나 마루판 등이 쉽게 연상된다. 합판류에 대해 샘플을 이처럼 심플하게 담아놓은 것은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슈퍼패널을 하얀 종이상자 안에 보통 서적크기로 잘라 고이 담아둔 것이다.

슈퍼패널은 일반적으로 테고(TEGO)합판이라고 불리는 제품이다. 이 슈퍼패널은 보통 유로폼을 제작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고강도의 남양재가 대판으로 쓰이며, 콘크리트 합판에 필름이나 도료를 입혀 만드는 게 보통이다.

슈퍼패널은 보통 3자×6자나 4자×8자 규격이 대부분이다. 또 벽체와 천정에 주로 사용되는데, 테고합판 제조사 관계자에 따르면 벽체에는 4자×8자가 천정에는 주로 3자×6자가 많이 쓰인다고 한다.

진실이야 어떻든, 종이상자보다 값진 현금마냥 슈퍼패널도 이와 같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흐뭇하다. 단정한 샘플북 안에 제품은 현금보다 더 소중한 목재인의 노력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