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사람 전과자는 만들지 말아야 …생산자 수입자 편가르기도 이제 그만”
“사업하는 사람 전과자는 만들지 말아야 …생산자 수입자 편가르기도 이제 그만”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10.11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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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사)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 박경식 회장

[나무신문] 최근 건설 및 인테리어 업계의 합판 부적정 사용 논란이 국내 생산업체와 수입업체 간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저질합판’으로 낙인찍힌 포장재용 합판 등의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한가운데에 있는 (사)한국합판보드협회 박경식 회장을 만나보왔다. <편집자 주>

수입 준내수합판의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핵심은 준내수가 아니라, E2등급 합판을 없애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옳다. 국내에서도 준내수합판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E2등급 합판이 건설현장에 납품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저급합판’이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한 바로는 수입된 E2등급 합판은 포장재 등으로 납품되고 있으며, 건설현장으로 공급된 것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포장재용 E2합판 두께는 7~8㎜와 11㎜ 제품으로 나뉜다. 7~8㎜ 합판이 전체 수입량의 80%를 넘는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건설현장 거푸집용 합판 두께는 12㎜다. 이렇게 두께 차이가 나는 합판이 대체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안 된다.

E2등급 합판 유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인가.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건설현장은 아니지만, 실외용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E2합판이 일부 실내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라고 해도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 않나.
우리 협회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E2등급 합판의 수입금지에 대해 대체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찬성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도 E2합판을 국내 시장에서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건없이 일시에 금지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선결조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우선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재품에 대해서는 판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 품질표시제가 처음 시행됐을 당시에 산림청에서 수량을 파악한 다음, 그에 맞는 ‘노란딱지’를 배부한 적이 있다. 그 물량에 대해서는 유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에도 그와 같은 조치가 있어야 한다.

기존 물량만 판매할 수 있으면 된다는 말인가.
아니다. 한 가지 선결과제가 더 있다. 포장용 합판은 한 번 쓰고 버리는 일종의 1회용 합판이다. 등급을 E1으로 올린 1회용 합판을 신설해서 포장용 합판 수요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야 한다.

현재 실외용 합판이 실내 인테리어에 쓰이는 것처럼, 1회용 합판이 실내에 쓰일 수 있지 않나.
합판 제작시 내부에 색을 입히는 방법이 있다. 지금은 ‘실내사용금지’라는 표기만 되어 있지만, 이처럼 아예 색깔을 넣어버리면 그러한 오용은 방지될 수 있다고 본다.

‘1회용 합판’은 전 세계적으로 없는 등급이어서 신설하기가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
꼭 ‘1회용 합판’이라는 이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현재 국내 합판규격에 있는 코어보드에 이 부분을 넣으면 된다. 코어보드는 갑판과 을판 사이의 중판을 소각재를 사용해 아래와 위만 접착제를 사용해 제작하는 합판이다. 특히 코어의 세로부분에는 접착제가 들어가지 않는다. 때문에 접착력과 강도가 일반합판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제품이다. 여기에 ‘1회용 합판’을 포함시키면 된다.

코어보드에 추가만 하면 되는 문제인가.
그렇지는 않다. 현재 코어보드의 접착력 테스트는 보통합판과 동일한 0.7mpa로 되어 있다. 이 접착력 테스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용도가 다르면 테스트 값도 달라야 한다.

산림청의 품질 테스트에 대한 다른 불만은 없나.
인테리어용 집성재 및 판재에 대한 접착강도 시험을 제외해야 한다는 게 업계 전반의 요구다. 이들 제품은 실내 인테리어나 가구 등에 사용되고 있다. 물과 접촉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물과 접촉하는 곳에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제품의 내수성능을 테스트 하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

같은 회사에서 수입하는 동일 제품도 수입사마다 일일이 품질검사를 받아야 하는 현행 제도에도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산림청에서는 같은 회사의 동일 제품이라도 수입자가 다르면 품질검사를 따로 받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협회를 통해서 품질검사를 받고, 같은 회사 동일 제품을 수입하는 자에게 성적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품질단속 결과에 대한 조치도 가혹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 건으로 전과자가 되어서 사업상 해외출장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 산림청은 1차 적발만으로도 처벌을 위주로 조치하고 있다. 이것을 1차 적발시 재검기회 부여, 2차 적발시 과태료 처분, 3차 적발시 고발조치 등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다. 처벌 보다는 계도위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사업자들을 전과자로 만드는 일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반송이나 폐기 대상인 품질검사 불합격 제품도 다른 판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일반합판으로 신고해서 품질검사에 불합격했으면, 포장용이나 1회용합판으로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들을 모두 반송하거나 폐기하라고 하면 수입업체로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한말씀 부탁드린다.
요즘 마치 수입업체와 국내 생산업체들이 반목하고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져서 안타깝다. 수입업체든 생산업체든 모두 국내 목재산업 발전을 위해서 힘쓰고 있는 협력관계다. 때문에 최근 산림청을 중심으로 생산업계와 수입업계가 함께 모여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편가르기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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