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의 아부다비 식물원
UAE의 아부다비 식물원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9.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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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지리와 역사 (66) | 글 ; 권주혁 박사
아부다비 식물원 입구.

[나무신문 | 권주혁 박사] 아라비아 반도의 동부에 위치하며 페르샤만에 면해있는 UAE(United Arab Emirates)의 7개 토후국 가운데 가장 크며 수도인 아부다비(Abu Dhabi)는 남한 면적의 약 2/3인 6.7만㎢에 인구는 약300만 명이다(1917년에 영국에서 독립한 UAE의 국토면적은 8.4만㎢, 인구는 600만명). 사막성 기후로서 여름의 낮 기온은 일반적으로 섭씨 40도에서 48도 사이이므로 온대지방에서 간 여행객에게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더위이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넓고 시원한 가로는 양쪽에 야자나무 또는 여러 종류의 수목으로 구성된 가로수 덕분에 보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느낌을 준다. 사막에 건설된 도시에 이렇게 많은 나무를 심어 놓다니… 궁금증이 잠시 일어났으나 UAE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과 세계 3위의 천연가스 매장량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나 궁금증이 금새 사라졌다. 석유로 일구어낸 엄청난 자금력으로 도시 전체를 순식간에 녹화(綠化) 할 기세이다. 그러나 막상 아부다비 시내 중심지에는 고층 건물이 공기 순환을 막아서인지 지열(地熱)이 대단해 필자는 시내를 걷다가 더위에 숨이 차는 것을 느껴서 마침 근처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수를 한 잔 마시고 나서 다시 시내를 걸어 다녔다.

시내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약 4㎞ 거리에 있는 움알에마랏(Umm Al Emarat) 공원 안에는 식물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공원의 이름은 “에미리트(토후국)의 어머니”라는 의미로서 1982년에 건설되었고 2013년부터 2년 동안 대규모 리노베이션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원의 면적은 14.5㏊(약 5만평)이며 이 안에는 조그만 동물원, 아이들 정원, 잔디로 된 넓은 야외극장, 저녁 정원, 화예 정원, 식물원 등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가운데 식물원이 가장 커서 공원 전체 면적의 약 1/4을 점하고 있다. 식물원은 공원 정문을 들어가서 오른쪽에 있다. 이곳에 식물원을 세운 목적은 서구의 식물원과 마찬가지로 식물 연구, 보존, 전시 그리고 교육이 목적이다.

식물원에는 아부다비 지역의 오아시스, 와디(사막에 우기에만 생기는 하천), 모래언덕 등 토질이 다른 여러 토지에서 식생하며 문화와 전통(농작용 포함) 그리고 역사적으로 중요한 식물 200여종을 식재하여 놓았다. 여기에 더해 UAE 전역과 주위 중동 여러 나라 그리고 멀리 아프리카, 아시아, 대양주, 남북 아메리카, 카리브해에서 가져 온 수목들도 많이 보인다. 즉, 남태평양에서 온 프란지파니, 호주에서 온 유칼립투스 등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나 아부다비와 UAE 등 사막기후대에서 식생하는 많은 종류의 선인장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아부다비 식물원의 현대식 거대한 차양실.

이 식물원에는 세계 어느 식물원에서도 보기 힘든 차양실(遮陽室; Shade House)이 있다. 필자는 여태까지132개국을 방문하면서 이들 나라의 많은 식물원을 방문하였으나 이렇게 거대한 차양실을 갖고 있는 식물원은 못 보았다(온실을 갖고 있는 식물원은 많으나). 사막의 아침과 저녁의 강한 햇살로부터 온대성 식물을 보호하며 습도를 조절해 주기 위해 만든, 동서 길이 40m, 높이 30m의 이 차양실은 멀리서 보면 마치 거대한 빌딩처럼 보인다. 이 차양실에 사용된 강철과 알루미늄은 350톤에 이르며 차양실안에는 30여종 이상의 온대지역 수목과 관목이 식재되어 있다. 차양실안에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고 차양실 꼭대기에서 아부다비 시내를 볼 수 있도록 철재 데크가 설치되어있어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아부다비 시내는 사막속의 도시가 아니고 거대한 식물원 속의 도시처럼 보인다. 현재 차양실안에 식재된 식물은 호주, 남미, 멕시코, 남아프리카, 태국, 태평양 연안국, 미국(플로리다주),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등지에서 가져 온 것들이다. 전세계적으로 사막 안에 만들어 놓은 식물원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아부다비 시내 곳곳에 심어놓은 식물을 자세히 가서 살펴보면 식물 하나하나에 플라스틱 수관(水管)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유가 가져다주는 막대한 자금으로 토후국(土侯國) 전역을 녹화하려는 아부다비의 도전과 노력을 이 식물원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권주혁
용산고등학교 졸업(22회), 서울 대학교 농과대학 임산가공학과 졸업, 파푸아뉴기니 불로로(Bulolo) 열대삼림대학 수료, 대영제국훈장(OBE) 수훈. 목재전문기업(이건산업)에서 34년 근무기간중(사장 퇴직) 25년 이상을 해외(남태평양, 남아메리카) 근무, 퇴직후 18개월  배낭여행 60개국 포함, 132개국 방문, 강원대학교 산림환경대학 초빙교수(3년), 전 동원산업 상임고문, 현재 남태평양 연구소장,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외래교수. 국제 정치학 박사, 저서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세계의 목재자원을 찾아서 30년> 등 17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