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층 목조건물, HOHO빌딩이 시사하는 것들_ 오스트리아 THE FUTURE OF BUILDING 2019를 다녀와서
24층 목조건물, HOHO빌딩이 시사하는 것들_ 오스트리아 THE FUTURE OF BUILDING 2019를 다녀와서
  • 김오윤 기자
  • 승인 2019.06.1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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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 이영주 스마트하우스 대표 (사)한국목조건축협회 운영위원장
콘크리트와 목구조로 지어지고 있는 hoho빌딩.
이영주 스마트하우스 대표

[나무신문 | 이영주 스마트하우스 대표] 나무로 짓는 목조빌딩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점점 커져가는 때에 주한오스트리아 대사관으로부터 초청받아 오스트리아 수도 비엔나를 가게 되었다. 

개인 자격이라기보다는 한국목조건축협회 임원 자격으로 참가한 것이라서, 보고 느낀 바를 나 혼자만이 아닌 한국목조건축협회 회원사와 목조주택 보급을 위해 노력하는 모든 목조인들, 그리고 건축 관련 모든 종사자와 일반인에게도 알려야겠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작용을 했다. 

또한 우리를 초청해준 주한오스트리아대사관 무역대표부에 감사하는 길이고 전 일정을 안내하고, 통역을 해주신 최지우 상무관에게도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이 이 글을 쓰게 했다.

 

THE FUTURE OF BUILDING 2019
오스트리아 연방 상공회의소(WKO)에서 열린 포럼은 스마트 시티, 에너지효율건축물, 오스트리아의 혁신분야와 모듈러 및 프리패브건축물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포럼을 개최했으며, 아시아 시장에 대한 패널토론도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심국보 박사가 패널로 참여해 한국의 전통 목조건물을 소개하고, ‘목조건축이 살아나고 있지만, 높이제한과 차음규정 등으로 발전이 더디어, 이를 극복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 했다.

또 2층에 마련된 건축 관련 오스트리아 산업 홍보관에서는 관련기업과 관심 있는 제품에 대한 즉석 미팅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국내 참가자들이 가장 흥미롭게 여기고 관심을 가진 프로젝트는 뭐니 뭐니 해도 나무로 짓는 고층빌딩이었다. 초청프로그램의 일정 중에 24층으로 지어지고 있는 HOHO빌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스케줄은 나와 참가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얼마 전 경북 영주에 건축한 5층짜리 ‘한그린목조관’(19.2m)이 가장 높은 건물인지라, 24층으로 짓는 84m의 목조건물을 직접 본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건설이 한창인 hoho빌딩. Aspern 개발계획지구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근린상가부터 건강, 웰빙센터, 비즈니스오피스, 호텔, 아파트먼트 등 복합건물이다.

미래를 지향하는 친환경 도시
호텔을 나와 karlplatz station에서 U2 line의 종착역인 Aspern district에 도착하자 HOHO 빌딩 건축 현장이 눈에 보였다. HOHO빌딩이 위치한 곳은 신도시(Aspern)로 계획된 지역 안에 seeparkquartier 계획지구에 위치하고 있다.

도시는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건물로 이루어진다. 특이한 점은 신도시 임에도 불구하고 도로가 좁고 주차공간이 비교적 적게 계획되었다는 것이었다. 즉, 차량의 진입과 통행을 최소화 하고 자전거와 도보로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하도록 계획을 세웠다는 것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하여 친환경도시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3기신도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시점에서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족적이고 이동거리를 최소화해 차량을 줄이고, 이를 통하여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를 만드는 발상의 전환을 한 번 쯤은 생각해봐야 할 때다.

또 하나의 특징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신도시와 비교했을 때 그리 크지 않은 프로젝트 임에도 오랜 기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개발을 한다는 것이다. 약 30년에 걸쳐서 완성을 한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개발 속도와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HOHO빌딩은 Aspern에서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전철역과도 인접해 접근성이 우수하고 한쪽에는 인공호수가 위치해 조망권 또한 우수 했다.

HOHO빌딩은 복합건물이다. 1,2층에는 레스토랑, 3층에는 뷰티관련, 그 위로는 건강, 비즈니스오피스, 호텔과 아파트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단일 건물에서 일반적인 생활이 모두 가능하도록 구성돼 있었다.

즉 아파트먼트에 거주하는 거주자는 비즈니스센터에서 근무를 하고, 휘트니트센터에서 건강관리를 하며, 뷰티와 웰빙센터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호텔은 기업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패키지를 제공하게 된다.

HOHO빌딩은 엘리베이터와 계단실은 철근콘크리트코어로 되어 있다. 콘크리트조와 목구조가 조화를 이루는 하이브리드 구조다.

100% 자신감이 만들어낸 75% 목조빌딩 
24층 84m의 빌딩을 어떻게 목조로 지을 수 있을까? 그 의문에 대한 답은 현장견학에 앞선 홍보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소 실망스럽기도 하였지만, HOHO빌딩은 100% 목조건물이 아닌 75%의 목재와 콘크리트 코어로 이루어져 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실 등은 콘크리트 구조이며 여기에 목재 구조용 패널인 CLT(closs laminated timber) 집성판을 이용해 벽체를 완성하고 천정을 완성했다. 일부의 보는 콘크리트구조다. 

참가자 중의 한명이 ‘왜 보를 목재가 아닌 콘크리트로 설계를 했는지’를 묻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목재보다는 콘크리트가 실용적이고 적합하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구조의 건축물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각각의 건축소재 중 장점되는 부분을 융합해 최적의 건축물을 완성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진화된 건축구조물이며 가장 진보된 건축기술이다. 

여기에는 목재가 가지는 구조적인 한계성을 극복하며, 또한 기존 빌딩에서 갖지 못하는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원을 활용하는 목재를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목조건물이라고 하여 순수 100%목재로 건축을 해야만 하는가?’ 라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HOHO빌딩. 

비즈니스오피스로 설계된 내부 모습. 구조용집성재 GLURAM과 CLT가 주건축재료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척박한 환경 속 국내 생산업체에 박수를
HOHO빌딩에 주재료로 사용된 GLUAM(구조용집성재)과 CLT는 국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건축소재다. 

소각재를 같은 방향으로 접합 가공해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과 보를 만드는 구조용집성재와 목재를 직교방향으로 접합해 적층하고, 넓은 목재 판재(CLT)를 만들고, 이를 벽체와 천정의 구조물로 빠르게 조립한다. 

이럴 경우 목재널은 단단한 구조체가 되어 지진과 외력에도 강한 구조를 갖게 된다. 또한 가장 중요한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는 건축소재로서의 가치가 높아 미래의 건축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구조용 건축목재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집성재 공장견학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재의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목재자원도 부족하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대량생산이 가능하지 않다. 이렇다보니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어려운 국내 환경에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자임하며 고군분투하는 국내 생산업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