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슬랩과 도마, 소비자가 알아야 할 즐거운 진실
우드슬랩과 도마, 소비자가 알아야 할 즐거운 진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06.13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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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취재 | 현장에서 듣는 목재상식_남양재⑥

[나무신문] 목재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목재정보에 대한 갈증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나무신문은 2주에 한 번씩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현장으로 달려가서 직접 묻고 답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순서로 최근 조경재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남양재를 알아본다. 앞으로 남양재에 대한 기자의 개떡 같은 질문에 찰떡같이 답해 줄 조광목재 조광덕 사장은 남양재 전문 제재소에서 40년 넘게 톱밥과 대패밥을 먹고 있는 베테랑이다. 글의 재미를 위해 인터뷰 내용을 극화했음을 밝힌다.   <편집자 주>


인도네시아 산 자티 원목.

지금까지 이 연재는 남양재 수종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보는 코너였는데요. 갑자기 우드슬랩과 도마라는 용도로 방향을 전환하신 이유가 뭔가요.
요즘 우드슬랩과 목재도마가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많잖아. 일반 소비자들 입장에 서서 이 문제를 짚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시의적절한 주제 같습니다. 우선 우드슬랩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우드슬랩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사실 요즘에 와서 갑자기 생긴 일은 아니야. 지난 팔구십 년대에도 ‘원목식탁’이 한 인기 했었지. 그런데 그때는 지금처럼 남양재가 아니라 뉴송이나 미송처럼 소나무 계열 ‘원목탁자’가 대부분이었어.

최근에는 소나무 탁자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지금은 나무의 자연스러운 곡선이나 화려한 무늬 같은 게 강조되면서 남양재가 대세가 됐지. 예전 소나무 탁자들은 정각제로 제재하는 게 많았거든.

나무의 곡선이나 빛깔에 대한 소비자들의 취향이 변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목재업계 입장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아진 측면이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아진 것은 확실하지. 그런데, 이게 또 문제야.

부가가치가 높아진 게 문제라구요.
공급의 다양성이 없어진다는 거야. 현재 우드슬랩 시장을 보면 고가제품 위주로 너무 편향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 이래 가지고는 대중화를 이끌어낼 수가 없어. 저변이 확대돼야 시장이 오래 가는 것 아니겠어.

남양재를 전문으로 하는 사장님 입장에서는, 어쨌든 우드슬랩 시장이 남양재 위주로 가야 유리한 것 아닌가요.
당장은 그렇지. 그렇지만 소수의 고가시장만으로는 오래 갈 수가 없어. 예전 느티나무 뿌리로 만든 탁자가 유행할 때에는 목재보다 뿌리가 더 비싼 적도 있었어. 그렇지만 금방 사그라들었잖아. 지금 느티나무 뿌리는 목재시장에서 거래조차 안 되는 실정이야. 우드슬랩 시장도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저변이 확대될 수 있는 다양한 공급이 필요하다는 거지.

방법을 제시해 주신다면요.
남양재나 북미산 하드우드로 만든 우드슬랩을 보면 폭이 보통 800~900㎜가 넘잖아. 그러니 비쌀 수밖에 없지. 그만큼 두꺼운 원목을 써야 하는데, 원목 자체로도 직경이 800㎜ 이상이면 굉장히 비싸거든. 그런데 이것을 폭 400㎜ 짜리 원목 두 개를 붙여서 쓰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게 돼. 

폭이 얇은 판재 두 장을 붙여서 우드슬랩을 만들면 가격이 절반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

남양재 중에서도 저렴하게 개발될 수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글쎄,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PNG산 와우비치(오리오)와 인도네시아 산 자티가 있네. 오리오는 예전에 고급 무늬목으로 많이 사용됐을 정도로 무늬가 아름답고, 자티는 미얀마 산 오리지널 티크 대용으로 쓰는 나무야. 이 두 수종 모두 우드슬랩으로는 개발이 안 돼 있는 것 같아.

조광목재 조광덕 사장.

이제 도마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도마도 마찬가지야. 이것도 역시 너무 고가 수종 위주로 가고 있어. 항균이나 소독효과가 있다고들 하는데, 그런 기능이야 어떤 나무든지 어느 정도는 있는데 뭐. 뉴송이나 스프루스 같은 도마는 절반에 절반 가격이면 더 크고 깨끗한 걸 살 수 있는데, 이걸 두 개 사서 햇볕에 말려가면서 번갈아 사용하면 그게 더 항균이나 소독효과가 뛰어나지. 그리고 도마는 기본적으로 식재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칼날을 받아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는 훨씬 더 기능적이기도 하지.

네, 저도 도마는 무색무취가 기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 소비자들도 공부를 해야 해. 그리고 공급자들도 소비자들이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을 해야 하고. 그래야 서로 행복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