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양 필지에 들어선 정사각형 마당 넓은 집
공공분양 필지에 들어선 정사각형 마당 넓은 집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9.05.31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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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단독주택 宇宙(Space house)

[나무신문] 건축주는 마당이 넓고 살아가는데 넓게 느껴지는 집, 자연을 조망하기 좋은 집을 지어달라고 했다. 건축주의 요구조건을 도식화 해보면 남쪽으로 넓은 마당을 내어준 일반적인 주택이고, 전면에 멋진 경치가 있으면 금상첨화일 집이었다. 하지만 집이 들어설 대지의 위치는 70~80평 내외의 분할된 땅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는 신도시였다. 이런 공공분양필지에서 이 두 가지 명제를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전면에는 도로와 작은 소공원이 있어 인접필지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운 땅이었다.

외부조건이 부족하다면 오히려 집으로 자연을 끌어들이자는 역발상의 시도를 했다. 그래서 넓은 전면 마당이 아니라 마당을 쪼개어 집 곳곳에 작은 마당들을 만들어 넣었고, 이 비워진 마당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과 관계하는 건축적인 도구가 되었다. 사방이 열린 곳에서의 하늘은 항상 머리 위에 있는 당연한 존재이지만 중정에 누워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보여지는 특별한 하늘이 된다. 눈앞에 펼쳐진 자연은 우리 일상의 배경이지만 가로로 길게 뚫려진 벽을 통해 바라보는 자연은 한 폭의 그림처럼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다가온다.

건축정보
위치: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용도: 단독주택+근린생활시설
용도지역: 제1종전용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대지면적: 254.80㎡
건축면적: 127.37㎡
연면적: 207.55㎡
건폐율: 49.66%
용적률: 81.46%
규모: 지상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마감: 노출콘크리트
건축주: 김영우
설계: HB건축사사무소
감리: HB건축사사무소
시공: (주)이립건설
사진: 정우철

가족들의 시간과 추억이 담겨지는 집
‘마당이 넓고 살아가는데 넓게 느껴지는 집, 자연을 조망하기 좋은 집’이라는 요구조건을 녹여 내기 위해 고심하며 ‘우주’를 콘셉트로 설계를 시작했다.

우주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공간·시간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단어다. 한 가족의 물질과 시간, 그리고 공간이 담겨지는 집이라는 존재는 또 다른 하나의 작은 우주와도 같다. 우주라는 단어의 한자어가 宇(집우) 宙(집주)로 구성된다는 점은 그런 생각에 더욱 의미를 부여해 준다. 따라서 13.4m×13.4m의 정사각형의 작은 우주를 만들기로 했고, 그 안에서 가족이라는 각각의 행성들이 다양하게 관계하고 그들의 시간들이 담겨지는 집이 되길 바랐다. 집은 그들만의 시공간이 담기는 작은 우주와도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벽 대신 무중력 공간으로 구분되는 공간
우리가 그동안 생활해온 공간은 항상 벽이라는 물질로 구분 되어져 왔고 그로 인해 규정되고 한정된 공간속에 개인의 이야기가 담겨져 왔다. 개인의 시간은 닫힌 정육면체(방) 안에서만 흐르고 기억되어 온 것이다. 벽이 아닌 다른 것으로 공간을 구분할 수는 없을까? 벽 대신에 공간과 공간사이를 또 다른 공간으로 나누기로 했다. 마치 우주의 무중력공간과도 같은 목적도 기능도 없는 비워진 無의 공간. 정확하게 단절된 벽과 달리 비워진 이 공간은 각각의 공간과 소통하며 개별 공간들 사이에 모호한 관계맺음을 제공한다. 시간은 공간과 공간을 흘러 다니며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함께 기억된다. 집을 구성하는 모든 공간이 마치 하나의 우주처럼 흘러가고 느껴지게 한다.

동서남북으로 열린 비워진 공간
외부에서 볼 때는 사방이 막힌 정육면체의 건축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주택은 가운데 중정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열려진 비워진 공간을 가지고 있다. 집을 관통하는 십자모양의 비워진 공간은 집 안 깊숙이 자연이 스며드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고 그 비워진 공간을 연결하는 것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복도이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벽만 지나면 이동할 수 있는 기존의 형식화된 주택과 달리 이 집은 자연이 담긴 비워진 공간을 지나야 한다. 공간의 이동 중간에 스며든 자연을 체험하게 되는 필연적인 구조인 것이다. 정주의 중간 중간에 스며든 자연을 필연적이지만 간접적으로 체험해 가면서 조금씩 자연과 동화되어가는 삶은 자연을 좋아하는 건축주에 대한 건축가의 작은 바램이다.

가족과 함께 나이 들어갈 마감 재료 선정 
이 집의 주재료는 노출콘크리트 마감이다. 자연과 맞닿은 외부 입방체는 나무의 질감을 살린 송판노출마감이고 사람이 사는 내부의 작은 중정 마당들은 다양한 사각패턴의 거푸집노출마감이다. 다양한 재료의 비교검토 끝에 노출콘크리트를 선정한 가장 큰 이유는 시간성이었다. 가족에게 작은 우주와도 같은 이 집이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변해갈 수 있는 재료의 물성이 필요했다. 별도의 마감재를 시공하지 않고 콘크리트 그대로의 물성을 드러내는 마감이 투박하고 거칠긴 하지만 가장 뽐내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과 빛을 깊이 있게 받아들이는 재료라는 점과 노출콘크리트 특유의 정적인 심상이 가족의 시간성을 녹여내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건축가 소개 | 정효빈 건축가, HB건축사사무소 대표소장
정효빈 소장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SP건축, 유현준건축사사무소, (주)SDPartners 건축사사무소 등 국내의 여러 건축사사무소에서 다년간 실무를 쌓았다. 대한민국 건축사(KIRA)이며, 2013년 HB건축을 설립해 공간, 사람, 재료, 경제성 등 건축의 여러 속성 간의 관계성에 주목하여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UIA(세계건축가협회) 국제공모전에서 아시아지역 1등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서울문화예술학교, 여주대학교, 서울전문학교 등에 출강했다. HB건축사사무소의 주요 프로젝트로는 제주도 돌담집(2015), 캘러리하우스(2015), 풍경을 담은 집(2015), 송정동 TETRIS HOUSE(2016), 서초동 세지붕 한가족(2016), GNG AD사옥(2017), 양주 마당집(2017), 아산 WATER GARDEN(2018), 용현2동 행정복지센터(201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