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지 않은 목조주택_우리 실정에 맞는 목조주택 현장 만들어 나가자
건강하지 않은 목조주택_우리 실정에 맞는 목조주택 현장 만들어 나가자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9.05.20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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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소요헌 이재웅 대표
소요헌 이재웅 대표
소요헌 이재웅 대표

[나무신문 | 소요헌 이재웅 대표] 우리나라에서도 목조주택은 더 이상 새로운 유행만은 아니다. 도심 빌딩숲 사이에서는 아니지만, 조금만 교외로 나와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벽돌이나 콘크리트, 샌드위치 패널처럼 싸고 흔한 건축자재와 비교하면 조금 낯선 느낌이 드는 정도다. 

사실 목조주택이 제법 비싸기는 하다. 단지 건강하고 환경에 좋은 건축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하기에 2배 가까운 비용이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20여년 사이 목조주택의 증가세는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목조주택을 선택하는 이유는 건강, 친환경을 넘어 자연적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시멘트, 콘크리트 같은 재료에 대한 거부감에서 시작된 대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다 지은 목조주택을 보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왜 친환경 목조주택 바닥은 죄다 시멘트로 바르고, 일껏 비싼 목재로 세운 벽에 실크벽지를 바르는지, 인테리어에 돈을 들이면서 단열이나 습기 처리엔 왜 그렇게 소홀한지 등등. 

 

공급자, 건설업자를 위한 방식이 문제
정말 문제는 목조주택 설계부터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다. 겉은 북미식 경량 목구조인데, 도면이나 시공은 콘크리트 주택과 별 차이가 없다. 목조건물의 특성에 대한 충분한 학습과 이해를 갖춘 설계도면 없이 현장 목수의 재량대로 지어지기 때문이다. 설계자나 건축주가 배제되는 경우가 많은 국내 건설현장의 특징으로 볼 수 있고, 이렇게 지어진 목조건축물에 하자가 많이 발생한다. 심지어 제대로 된 미국식 목조주택 설계 도면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도면이나 건축과정에 대한 이해 수준이 서로 같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몇몇 사설 단체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표준화에 힘쓰고 있지만, 대부분 목수 교육이거나 시공분야에 집중돼 실제로는 제대로 된 이해와는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 

시멘트와 나무로 지은 한국식 ‘하이브리드’ 형태도 장점이 있지 않겠냐고 묻는 분도 있겠다. 하지만 많은 건축주가 목조주택을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시멘트의 독성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국내 많은 목조주택은 그 많은 비용을 들이면서도 당연한 것처럼 시멘트 바닥인 경우가 많다. 꼭 온돌난방을 하고 싶다면 습도조절 등의 보완을 하면서 바닥 난방 패널을 쓰던가, 아니면 원래 북미 목조주택처럼 따뜻한 공기를 기계 순환시키는 난방을 선택하는 게 낫다.

건물 기초를 다지는 방식도 차이가 크다. 콘크리트로 바닥을 다진 국내 대부분 주택과 달리, 미국에서는 저층 건물이나 주택인 경우 경량식 목구조를 선호한다. 땅에 묻히는 벽체 아래에만 콘크리트로 타설하는 줄기초 방식을 채용하고, 그 위에 시멘트 블록을 올릴 몸통을 만든다. 다시 수평 목구조가 올라서면서 1층 바닥이 만들어 지는 게 순서다.  

물론 지하가 있다면 습기 방지를 위해서라도 바닥을 콘크리트로 마감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지하가 있든 없든 일단 두꺼운 콘크리트 통기초를 선호한다. 가장 흔하고 저렴한 재료가 콘크리트인데다, 시공시간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가장 수월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공급자, 건설업자를 위한 방식이다. 대부분 현장에서 정확한 지질조사나 동결심도 확인 없이 바로 기초공사에 들어가는 것도 재료 낭비보다는 비용과 공사기간을 더 우선시하기 때문인 것처럼. 결국 이렇게 불안정한 기초 위에 지어진 집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시공업체는 다른 핑계를 찾곤 한다. 이를테면 겨울에 얼어붙은 땅이 여름에 풀어지고 반복 되면서 기초에 영향을 주고, 그 삐걱대는 움직임이 미세한 틀어짐을 만들어 외부 마감에 문제가 생기게 하거나, 내부에서는 배관이나 방수에 문제를 만들어 낸다. 해마다 반복되는 원인 모르는 방수와 결로의 문제가 있다면 이는 불안정한 기초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이렇게 국내 목조주택은 한국식 두꺼운 콘크리트 통기초 위에 북미식 경량 목구조가 얹히는 모양새가 된다. 1층 바닥은 당연히 콘크리트 바닥에 난방배관, 2층에도 대개는 시멘트 몰탈 바닥이 시공되기 일쑤다. 심지어 제대로 수평이 잡히지 않은 통기초 위에 목조를 올리다보니, 방부목의 수평을 잡기 위해 쐐기를 박아댄다. 결국 제대로 된 바닥이면 필요도 없을 이 쐐기들 역시 나중에는 하자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현장 주도하는 건축사 역할 중요
내부 마감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마감은 하자를 덮는 게 아니라 내부 미관을 살리면서도 건강한 집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기어이 겉으로도 참을 수 없는 수준이 되어서야 큰 문제를 알아차릴 수 있는 과도한 마감이 이를 방해해선 곤란한 거다. 

그럼에도 보통 국내 목조주택 내부 벽에는 실크벽지를 많이들 시공한다. 하지만 수성페인트와 달리 이 벽지는 목조 고유의 습도조절 기능을 방해하고, 나아가 그 습기로 문제가 생겨도 알 수가 없다. 여기에 콘크리트 바닥과 이어지는 부분에는 몰딩을 돌리면서 바닥과 실리콘으로 틈새 없이 하고, 바닥은 본드로 나무 마루를 단단히 접착한다. 제 아무리 몸에 나쁘지 않은 친환경 본드라도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쓰는 게 정석. 물론 살면서 나무가 습기를 먹어 들고 일어나거나, 최악의 경우 재시공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썩어가는 마루 위나 곰팡이 가득한 벽지에 둘러쌓여 사는 것 보다는 그 편이 더 건강한 건축이다. 건물 외장재는 버티고 견뎌내는 것이 우선이지만, 내장재는 문제를 바로 알게 하고 또 해결할 수 있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더불어 하나 더.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라돈과 검은 곰팡이 역시 마찬가지다. 라돈은 지역적 특성이 있는 성분이라 지자체에서 관리해야 할 부분이 크지만, 기본적으로 지하층이 있는 건물은 통풍이 잘되도록 해야 한다. 물론 집안에 시공하는 돌, 황토 같은 흙 성분도 반드시 검증하고 써야 한다. 또 검은 곰팡이로 인한 호흡기 질환 위험은 더 많이 알려져야 하고, 또 규제되어야 한다. 미국에서는 검은 곰팡이가 벽 일부에라도 보이면 전체 벽을 모두 뜯어내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특히 목조주택의 주재료인 나무에 습기가 치명적인 만큼, 구조체 내부에 통풍이 중요하고 습기를 방지하는 데 신경 써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다. 

이미 국내에 목조건축물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데도 국내 건축사들의 대응은 너무 소극적이지 않나 싶다. 몇몇 관련 협회와 단체가 나름대로의 기준과 현장 매뉴얼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 현장에서의 기술적인 가이드라인에 그치고 있다. 막상 현장을 주도해야 할 건축사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라 보인다. 설계와는 괴리된 현장 시공, 온라인상에 떠도는 전문성 없는 확인되지 않은 충고들, ‘만병통치약’ 파는 듯한 정보로 가득한 수입업체 자료 등등 건축주를 현혹하는 많은 정보들이 가득하다. 여기에 앞뒤 없는 ‘친환경’ 감성팔이로 제대로 된 목조주택에 쓸 돈을 엉뚱한 곳에 낭비하게 만들고 있다. 건축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목조주택을 공부하고, 매뉴얼, 가이드라인을 정리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목조주택 현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