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한 공간으로 거듭난 구도심의 좁은 골목길
모던한 공간으로 거듭난 구도심의 좁은 골목길
  • 황인수 기자
  • 승인 2019.05.10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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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열리는 장위동 연주황 골목

[나무신문] 서울시가 저층주거지 노후주택 밀집지역 골목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인식을 개선하고, 주민 스스로의 골목길 환경 개선과 활성화를 위해 가꿈주택 골목길 정비 사업을 추진키로 함에 따라 기반시설 정비 대상지로 선정된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 234-26번지 일대의 골목길에 대한 환경 디자인 및 정비사업이 진행됐다.

장위동 연주황 골목 개선 사업의 정비 면적은 약 4400㎡이고, 골목길 길이는 총 181.9m다. 이 골목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한 곳으로 필지를 따라 자연스레 형성된 골목길이 많고, 비선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었다.

마을주민과 서울특별시, 성북구청, 장위도시재생센터, 파이트리 환경산업과 노바건축사사무소 등의 기관과 24호의 주택이 사업에 참여했다.

골목길에는 서울장곡초등학교가 밀접한 곳에 있으며, 외부 인구 유입이 적은 편으로 골목길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역주민과 학생들이다.

골목길 현황 -높은 담과 어두운 분위기
골목길엔 우수 집수가 원활하지 않아 빗물이 바닥에 고이고 높은 담벼락으로 인해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습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바닥이 거무튀튀하게 변색돼 있었다. 다수의 선홈통 하단 유출구가 골목길 바닥으로 직접 노출돼 있었고, 지붕에서 유입되는 우수가 그대로 바닥으로 흘러 골목길의 환경은 악화가 지속되고 있었다.

골목길 곳곳에 설치돼 있는 전신주에 전깃줄과 통신선이 엉켜있었고,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인 좁은 골목길 특성상 주간임에도 어두웠으며, 가로등도 어두워 야간 보행 시 시인성이 상당히 낮았다.

골목길 벽면을 구성하는 주 요소로 문이 있다. 담장과 대문은 상당히 높았으며, 제각기 다른 디자인과 색상으로 이루어져 각 집의 특징은 구분되나, 골목길은 통일감이 아닌 산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대문과 또 다른 문이 존재하는데, 셋방문으로 각 집의 셋방으로 통하는 문이 별도로 나 있었다. 셋방문은 골목길 바닥면에서 약간 띄어진 곳에 위치하지만 2~3개의 계단을 통해야만 출입 가능한 곳도 있었다.

골목길 인접 마당에는 다양한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가장 많은 나무는 감나무였다. 골목길에서 담벼락 너머로 보이기도 하는 감나무는 골목길 풍경의 주요소라고 할 수 있었다.

각 집은 관상용 식재를 화단과 화분을 통해 기르고 있었고, 마당 내 화단에서 나와 골목길에 식재를 놓아기르는 모습도 보였다. 

골목길 정비 위한 주민협의 진행
장위동 가꿈주택 골목길의 주민의 불편사항을 개선하고, 골목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총 12차 주민협의를 진행하고, 현장에서 수시로 만나 구두로 불편사항과 요구사항을 수렴했다. 골목길 주민들과 정비사업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많은 의견과 협의가 오갔으며, 설계, 시공 등의 결정이 함께 이루어졌다. 골목 주민들이 마을잔치를 개최하는 등 공동체 활성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골목길 정비 현황 -지붕과 벽 개량, 담장 낮춰
집수리는 총 15호에 걸쳐 이뤄졌고, 총 18호의 동의를 얻어 골목길 정비공사가 진행됐다.

가꿈주택은 집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중점으로 공사 내용을 선정했고, 골목길 정비는 환경개선을 위한 안을 계획해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확인하고, 동의를 구했다.

좁은 골목환경을 보다 넓히기 위해 담장을 낮추고, 후퇴하며, 일부 데크를 설치하는 부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집수리 공사는 지붕 및 대문 개량, 외단열, 도배, 방수, 도색, tit시, 보일러, 환기구, 조적, 난방, 창호, 싱크대, 담장, 기와교체, 내부 단열 등이 진행됐으며, 골목길 정비는 담장 및 문주의 높이 낮추기, 데크 설치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골목길 주요 개선 사항
정비 사업이 골목길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기점이 되고자 했으며, 수십 년 간 장위동 골목길에서 지내온 주민들의 삶의 흔적이 정비 후에도 남아 이어지도록 골목길만의 정체성을 유지시키고자 했다. 이에 띠라 몇 가지 요소들을 찾아 내 부각시키기로 했다.

골목길 개선의 주요 컨셉은 ‘우리집 앞마당 같은 공간’을 마련하는데 있었다. 어둡고 침침한 색상의 높은 담장과 어두운 조명으로 인해 골목 주민들은 안전을 침해받고 있었다. 이를 밝게 개선하고, CCTV를 설치해 안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좁은 골목길을 넓히고, 주민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낮은 담장과 투시형 대문으로 교체했다. 기존 2미터가 넘은 문과 담장을 1.2미터로 낮추고, 제각기 달랐던 대문의 색상도 감나무 색으로 통일해 골목길 전체에 일체감을 주었다.

특히 C길과 같이 두 사람이 동시에 지나가기 힘든 좁은 길에 조경 터널을 구성해 그 위로 장미 덩굴이 넘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 외에도 골목길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쉼터를 마련했다. 스트리트퍼니처를 통해 골목길을 지나가다 잠시 앉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C길 끝자락에 위치한 돌봄교실에서는 간담회나 행사가 이루어지는데, 아이들이 뛰어놀거나, 주민의 모임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담을 없애고 데크를 조성했다.

골목길 교차로에 마을의 상징인 감나무를 형상화 한 조형물을 설치했다. 골목길 상징물로 골목 주민의 소속감을 높일 수 있고, 밝은 등이 설치돼 야간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공공 이익 존중한 민도 높은 주민들
골목길이라는 공공 공간을 개선함에 있어 인근 주민들의 모든 의견을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최대한 주민의견을 조율하며,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골목길 내에서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다른 누군가는 이득을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차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완벽하게 공평한 상황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장위동 골목길에서는 개인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공공의 이익을 크게 본 주민들이 많았다는 점이 본 사업 진행에 있어 상당히 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건축가 소개 | 강승희 (주)노바건축사사무소 대표
강승희 대표는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 대학원에서 농촌주거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인간과 친숙한 재료인 나무를 이용하여 구축하는 목조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캐나다 목조건축 기술연수 및 저에너지 주택을 위한 Super-E 교육과 Passive House 교육을 수료했다. 현재 (주)노바건축사사무소 대표, 서울시 공공건축가, 한국 목조건축협회 이사, 산림청 목조건축 자문위원,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겸임 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국목조건축대전 대상, 제주건축문화대상 본상, 경기도건축문화상 금상 등 목조건축으로 다수의 수상을 하였으며, “새로운 것을 만들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따뜻함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구축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