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승부사, 성기연
사람냄새 나는 승부사, 성기연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05.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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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여 평 물류창고 및 본사 준공…“준비는 끝났다”
(주)현성종합목재 성기연 대표

[나무신문] 또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현성종합목재가 최근 경기 광주 도척면 도척윗로 604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4700평 부지에 물류창고 3개 동과 본사 사무동 준공을 마친 현성은 앞으로 ‘고객서비스 극대화 시스템’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성기연 대표를 만나 보았다. <편집자 주>


본사 신축을 축하한다. 우선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올해가 사업을 시작한 지 25년을 맞는 해이다. 9월이 25주년이다. 여기에 맞춘 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가 정리되는 느낌이다. 또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운데, 인적자원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나와 인연이 된 식구(직원)들이 다 같이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들에게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현성종합목재는 지금까지 매산리, 양벌리, 중대동에 각각 1200평 규모의 물류창고를 3개 운영하고 있었다. 이것을 이번에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그동안은 3곳으로 분산돼 있다 보니 효율적인 관리가 힘들었다. 이제 물류가 한 곳에서 이루어짐으로써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체계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얻게 될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기대효과는 물류 최적화로 인한 고객서비스 극대화다. 분산된 물류 시스템 아래에서는 직원들이 제대로 된 고객서비스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열심히 사는 모습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사업에 있어 고객서비스 극대화야 말로 궁극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천직’이라면 목재가 아니어도 가능한 이야기다. 목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첫 사회생활을 건축자재 회사에서 시작했다. 군대 가기 전인 83년도에 입문했는데, 서른한 살에 현성종합목재를 창업했다. 사회생활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우물만 판 것이다. 

지금은 관련 분야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스스로 평가하는 성공요인은 무엇인가.
그냥 열심히 했을 뿐이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나 아닌 다른 힘이 이끌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하면서 변곡점이 되는 결정이 몇 번 있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하나같이 ‘미친 짓’이었던 결정이었다. 

대표적인 ‘미친 결정’을 한 가지만 말해 달라.
리먼사태 때 치솟는 환율로 수입상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우리도 당시에 환차손이 어마어마했다. 때문에 당시에는 모든 수입상들이 신규 수입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다. 더 이상의 환차손은 곧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숨죽이고 있는 게 상책’이라는 기조가 ‘정석’으로 통하던 시기다. 그런데 우리는 이때 신규 수입을 오히려 대폭 늘렸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환율이 제자리를 찾고 경기가 정상화되면서 서너 달 만에 리먼사태로 입은 환차손을 모두 복구했다. 다른 집에는 물건이 없으니 소비자들이 현성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하루 매출을 7억8000만원까지 찍은 날도 있었다. 

현성의 시작이 궁금하다.
직장생활 하면서 부은 적금 500만원으로 나대지에 ‘갑바’ 씌어놓고 시작했다. 당시 보증금 100만원에 임대료 20만원이었는데, 사무실로 쓰는 컨테이너에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어찌해서, 그 집 전기세까지 다 내주는 조건으로 옆집에서 전기를 끌어다가 썼다. 남들은 나보고 고생한다고 했는데, 나는 고생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열심히 사는 것이 참 재미있던 시절이다. 그때 전기를 쓰게 해준 사람은 지금까지 두고두고 고마워하고 있다.

업계에는 소위 ‘큰집’으로 통하는 업체들이 몇 곳 있다. 현성도 빼놓을 수 없는 ‘큰집’ 중 하나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업계의 평판에서 현성은 ‘큰집’ 보다는 ‘큰형네 집’ 정도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현성의 색깔이고, 내가 선택한 길이다. 나는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주변에 사람도 많이 두고 싶은 사람이다. 나에 대한 평판 중에는 ‘성기연은 강매를 잘 한다’는 것도 있다. 그런데 강매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적이 정서가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노력 없이는 안 되는 일이다.

그만큼 ‘큰형’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진실함이 힘이다. 동행자로서의 진실함과 진솔함이 상대방도 느껴질 때 신뢰는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정보의 진실한 공유다. 무엇보다 사람냄새가 나야 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내 직원뿐 아니라 외부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현성만의 강점을 하나만 꼽는다면.
임계점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견디면, 내 장사를 할 수 있다. 그것을 넘어서서 욕심을 내면 투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욕심이 나의 한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그동안 여건이 안 돼서 하지 못한 일들이 많다. 이제 그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됐으니, 하나하나 해나갈 생각이다.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이 중요하다. 사업은 정신력으로 하는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을 알려줄 수 있나.
현성에서 지금 시급한 아이템은 기술영업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몇 년 전부터 구상하고 있는 제품이 있는데, 지금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여건이 안 돼서 하지 못한’ 아이템은 무엇인가.
우선 기억나는 품목은 세라믹 사이딩이다. 시장 조사는 누구 못지않게 빨리 했다고 자부하는데, 하지 못 했다. 또 단열성능이 뛰어나면서 시공이 용이하고 디자인도 우수한 외벽재가 있는데, 그것도 아쉬운 품목이다. 또 인터넷을 통한 유통망 확충도 늘 필요한 부분이었다.

목조주택자재 산업이 안고 있는 당면과제와 해결책을 제시해 달라.
정보의 유통이 빨라지면서 부가율이 낮아지는 이익구조 악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또 취급점이 늘어나는 추세도 막을 수 없으리라 본다.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포인트는 신상품 개발이다.

신상품 개발의 포인트는.
그게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축 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자재여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포인트다. 당장 나에게 돈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물건만 쫒아서는 발견하기 쉽지 않은 품목이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
서로를 배려하면서 자기의 위치를 지켰으면 좋겠다. 지금 목재업계에는 가격이 무너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욕심이 만들어낸 참상이다. 내가 무너지면 전선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각자의 위치를 지키면서 선의로 경쟁하는 동행자 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