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믿고 가려운 등을 긁어달라고 맡길 수 있는 경쟁자가 되겠다”
“서로 믿고 가려운 등을 긁어달라고 맡길 수 있는 경쟁자가 되겠다”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04.29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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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일특수목재, 특수목 및 집성재 생산과 임가공 전문기업으로 체질변화 중

(주)구일특수목재 박준범 대표

[나무신문] 한적한 토요일 오전 구일특수목재 박준범 대표를 만났다. 구일은 최근 유통과 가공생산, 임가공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목재산업계에 전에 없던 상생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3분마다 걸려오는 전화와 내방 고객들의 치열한 방해 속에서, 박 대표의 목재산업에 대한 생각과 기업관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구일특수목재의 현재를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
지금은 성격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처음에는 주로 천연데크재를 수입 유통했었는데, 지금은 특수목 가공과 집성목 가공 중심으로 회사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집성목 가공부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주로 특수목을 중심으로 집성가공 하고 있다. 수종은 월넛, 화이트오크, 레드오크, 애쉬, 체리, 비치, 하드메이플 등이며, 이들을 이용해서 주로 솔리드 집성판재를 만들고 있다.
용도는 상판 테이블이나 고급 가구, 인테리어 마감소재로 공급되고 있다. 규격은 두께 20~45mm, 폭 200~1600mm, 길이 300~3900mm까지 생산한다.

단순히 소재만 생산하나.
아니다. 기본 샌딩은 물론 천연오일이나 바니쉬 작업까지 하고 있다. 오일은 아우로와 모노코트를 사용하고 있으며, 바니쉬는 본덱스 제품을 사용한다. 도장 작업을 인테리어나 가구공장 등 현장에서 하기 힘들기 때문에 도장마감까지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

다른 제조업체와는 다르게 임가공까지 하고 있다고 들었다.
각재나 제재목 상태로 소재를 들여온 주변 수입상들이 집성목으로 가공해 판매하려 할 때 우리를 찾는다. 이들 업체에서 소재를 넣어주면 집성판재로 임가공해 공급하고 있다.

경쟁관계에 있다고 할 수도 있는 집성판재 수입업체들도 구일특수목재를 찾는다고 들었다. 수입업체들에서는 구일을 ‘집성목 병원’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하고 있는 기성 집성재 하자보수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수입상들이 집성재를 수입하다보면 각종 하자로 인해 상품가치를 잃어버린 제품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것들들 우리에게 맡기면 말끔하게 보수해서 새 제품으로 만들어 준다. 지난해부터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하자보수 의뢰가 요즘 크게 증가하고 있다.

어떤 하자를 보수하고 있나.
소재 자체의 건조불량으로 인한 하자가 아니라면, 집성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하자를 보수할 수 있다. 주로 의뢰되는 하자 종류는 표면 이물질 오염, 잘 못된 UV코팅 제거, 두께 낮추기, 갈라짐, 파손, 접착불량 등이다.

두께를 낮추는 이유가 궁금하다.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와 시장상황에 따른 물량확보가 필요할 때 이런 의뢰가 들어온다. 

시장상황이라면.
시장에서 특정 규격이 일시적으로 딸리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18mm 제품은 많은데 15mm가 없을 때 18mm를 밀어서 15mm로 맞춘다. 한 가기 특정 규격만 수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

하자에 의한 두께 낮춤은 어떤 경우인가.
18mm로 들여왔는데 막상 받고 보니 규격이 빠질 때 한 단계 낮은 규격으로 판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전체적인 두께는 맞지만 표면 여기저기에 파임이 심할 때에도 어쩔 수 없이 두께를 낮춰 재가공해야 한다.

갈라짐 보수는 어떤 것인가.
집성재가 갈라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우선 (소재 자체의) 건조가 안 돼서 갈라진 것은 하자보수가 불가능하다. 다음으로 접착불량인데, 이것은 접착시간 불량으로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보수가 가능하다. 또 갈라짐 하자는 아니지만 집성목 생산 기초작업인 몰다 작업이 잘못 돼서 (두 장을 겹쳤을 때) 사이가 뜨는 일이 있다. 이것도 하자 보수가 가능하다.

완전 파손된 제품도 보수가 가능한가.
갈라짐이 아주 심각하거나 한쪽 면이 깨진 것들은 두세 장을 합쳐서 한 장으로 만들고 있다.

특수목 가공에 대해서 말해 달라.
우드슬랩, NC루타, 몰딩, 목봉 가공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우드슬랩 가공은.
평작업에서부터 샌딩, 애폭시 및 메꿈, 나비장, 칠도장 등 전 과정이다. 평작업이란 제재한 나무의 윗면과 아랫면을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말한다. 샌딩은 샌딩머신으로 기본 작업을 한 다음에 윗면은 수작업으로 샌딩을 해줘야 한다. 제품을 생산해서 판매하기도 하고, 이것 역시 임가공도 하고 있다. 

NC루타 가공은.
원형 홀이나 도마를 비롯해 컵받침, 간판 등 각종 소품들을 말한다.

목봉과 몰딩에 대해 설명해 달라.
목봉은 임가공은 하지 않고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규격은 5~60Ø까지, 길이는 600~3000mm까지이며, 수종은 라왕, 말라스 부켈라 등 남양재와 무절 미송 등이다. 몰딩류는 자체 생산과 임가공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설비와 생산인원을 말해달라.
몰다 2대, 집성기, 샌딩머신 2대, CNC 재단기, NC루타기, 목봉 샌딩기, 갱립기 2대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장 생산인원은 7명이다.

2009년 천연데크재 유통기업으로 창업 당시부터 구일은 관련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성장을 지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곧바로 관련 기업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공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바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만 해도 합판, 각재, 집성목, 목조건축자재 등 기업들이 각 분야별로 세분화돼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모든 업체들이 모든 제품을 다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중소 유통업체들의 활로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종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구일특수목재와 별개로 나무목닷컴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나무목닷컴은 일반 소비자나 인테리어업자 등을 상대로 운영되고 있다. 목상이나 수입상들과는 분명한 차별 점을 두고 공급하기 때문에, 목상이나 수입상들도 우리 제품을 문제없이 구매하고 있다.

화제를 돌려서, 하자보수는 물론 임가공 대부분이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수입상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상대가 어려워야 구일에게 이익이 아닌가.
지인 중에 목재업에 15년 종사하다가 최근 보험으로 직업을 바꾼 분이 있다. 이 분이 요즘 목재업계를 주름잡으며 보험으로 아주 잘 나간다. 예전 같으면 경쟁관계였지만 지금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일도 마찬가지다. 옷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아울렛의 옷수선점처럼 상호 보완관계라고 보면 된다.

수입상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소재들로 완제품을 만들어 팔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제조업체라고 이들의 임가공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서로 윈윈할 수 있다면 벽을 허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천연 데크재 유통은 접은 것인가.
아니다. 계속 하고 있다. 하지만 유통 규모는 예전만 못하다.

박준범 대표는 우리나라 특수목을 대표하던 이건산업에서 목재인생을 시작했고, 또 이건산업에서 특수목 부분을 접는 마지막을 순간을 함께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울러 육군사관학교를 나와서 장교로 예편했다고 들었다. 
2001년 대위로 예편했을 때 이건산업 권주혁 사장님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당시 권 사장님은 솔로몬에서 조림 및 원목생산을 총괄하고 있었다. 그렇게 솔로몬에서 2년 동안 근무하고, 본사로 복귀해 무역부 해외소싱 및 영업을 담당했다. 2009년 이건산업이 특수목 부분을 정리하면서 독립해 구일특수목재를 설립했다. 가공을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다.

앞으로의 구일특수목재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우선 어려운 시기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경쟁자라고 해서 서로 등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히려 서로 믿고 가려운 곳을 긁어달라고 등을 맡길 수 있는 경쟁자가 되고 싶다. 

나아가서는 목재산업의 발전을 선도해나가는 기업이 되고 싶다. 외국의 목재산업 선진국들은 디자인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목재산업과 기업들이 체계화돼 있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그 단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우리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 길에 구일특수목재가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