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저우드(Djl Gindji udu), ‘남양재의 왕’이라고 불리었던 목재
진저우드(Djl Gindji udu), ‘남양재의 왕’이라고 불리었던 목재
  • 서범석 기자
  • 승인 2019.04.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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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취재 | 현장에서 듣는 목재상식_남양재③
이페(좌)와 진저우드(우).

[나무신문] 목재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목재정보에 대한 갈증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나무신문은 2주에 한 번씩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현장으로 달려가서 직접 묻고 답을 듣는 코너를 마련했다. 그 첫 순서로 최근 조경재 시장에서 각광 받고 있는 남양재를 알아본다. 앞으로 남양재에 대한 기자의 개떡 같은 질문에 찰떡같이 답해 줄 조광목재 조광덕 사장은 남양재 전문 제재소에서 40년 넘게 톱밥과 대패밥을 먹고 있는 베테랑이다. 글의 재미를 위해 인터뷰 내용을 극화했음을 밝힌다.  <편집자 주>


드디어 진저우드를 소개할 차례가 되었네요. 
국내에는 소개된 게 별로 없는 나무야. 남미에서 나오는 목재인데, 이게 ‘남양재의 왕’이라고 불리는 이페하고 아주 흡사해. 그래서 처음에 이것을 이페라고 속여서 공급하는 일도 생겼었지. 

속여서 팔았다면,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미지가 아주 나빠졌겠네요.
사람들이 이페 나쁘다고들 했지. 이페 좋다고 해서 썼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좋지가 않으니까. 욕은 진저우드가 아니라 이페가 먹은 셈이야.

이페(좌)와 진저우드(우).

얼마나 비슷한가요.
제재해 놓고 보면 이페와 거의 같은 나무로 보이는 수준이야.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보면 돼. 

그렇게 비슷하다면 진짜 이페가 아니라는 사실은 어떻게 밝혀졌죠.
우선 표면 강도가 이페에는 못 미쳐. 그리고 진저우드는 이페와는 다르게 검은 진이 살짝 올라오는 문제도 생기거든. 

검은 진이 올라온다면 사용하기 곤란한 것 아닌가요.
그건 진저우드를 진저우드로 쓰지 않고 이페로 알고 써서 생긴 문제야. 제재 후 15일 정도만 자연건조하면 아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어. 이페는 이런 과정 없이 바로 사용해도 괜찮은 나무거든. 그러고 보면 이페가 정말 좋은 나무이긴 해, 그치.

조광덕 대표가 자연건조 중인 진저우드를 살펴보고 있다.

사장님, 진정하시고 오늘은 진저우드에 집중해 주세요.(웃음) 강도가 이페보다는 못하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동남아산 방킬라이보다는 단단한 정도라고 하면 되겠네. 색상은 이페하고 유사하고. 그러니까 이페로 팔았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언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나요.
칠팔 년 전에 들어왔지. 그런데 들어와서 한 이 년 정도 이페로 팔리다가, ‘가짜’로 밝혀지면서 시장에서 거의 사라졌었어. 들어온다고 해도 컨테이너로 소량만 움직이는 형편이었지.

제재한 진저우드.

작년부터 사장님께서 벌크로 대량 수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시장에서 버림받은 나무를 선택하신 이유는 뭔가요.
나무에 ‘가짜’ 나무가 어디 있어. 처음부터 ‘진저우드’로 소개됐더라면 크게 성공했을 나무야. 이페라고 속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이페에 버금가는 나무라는 증거 아니겠어. 예전 동남아산 목재만 들어올 때, 같이 들어왔다면 특A급 대접을 받았을 나무야. 품질은 이페에 버금가면서 가격은 20% 정도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지.

주요 용도와 원목 크기는요.
용도는 지난 번에 소개한 바스라로카스처럼 조경재 시장에서 아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구조재나 가구재 용도로 많이 수입해 가고 있어. 원목 크기는 말구 직경 120㎝ 짜리도 솔찬히 나오지. 

진저우드 원목.
진저우드 원목.

진저우드의 ‘가짜 이페’ 사건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세요.
나무는 어디서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처럼, 아무리 좋은 나무라도 맞지 않는 데 사용하면 ‘나쁜 나무’가 되는 거야. 반대로 물성이 좀 처지는 목재라고 해도 그 나무의 성격에 알맞은 적재적소에 사용하면 그게 바로 ‘좋은 나무’야. 

우리 목재업계 사람들이 먼저 소비자들에게 솔직해져야 해. 당장의 판매에만 연연해하지 말고, 단점을 숨길 게 아니라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사용되면 이 세상에 ‘나쁜 나무’가 어디 있겠어.

그래서 제가 사장님 찾아뵙고 이 코너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웃음)
그래, 열심히 알려보자고.(웃음)